의욕 제로인 나를 위한 '구급상자' 겸 '급속 충전기'
일상을 더 나답게! 더 즐겁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위해 다양한 리추얼을 제안합니다.
리추얼 앤솔로지 #2
<모티베이션 키트>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혹은 매일 성장해가는 과정이 즐거워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면서도, 하루아침에 의욕이 요단강을 건너는 날이 찾아온다. 반복되는 매일은 지루하고, 무엇을 위해 이렇게 매 순간 의미를 쫓으며 부단히 머리를 굴려야 하나 싶고, 어차피 행복하기 위해서라면 그냥 다 던져버리고 침대에 누워 유쾌한 영상만 봐도 되지 않나 싶어지는 순간들 말이다. 뭔가를 배우고 그 과정 속에 즐거움을 얻는 게 갑자기 시시하게 느껴지는 때가 온다.
이 권태로움을 탈피하기 위해 새롭게 고민의 과정을 거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난데 없이 인생 고민, 자아 고민. 안 그래도 피곤한 일상 속에 그런 피로한 것들을 더하라니... 필요하지만 피로한 것, 우리에게 그것들은 요즘 부담이다. 휴대폰 배터리가 0%일 때 주변에 널부러진 충전기를 바로 꼽는 것처럼, 의욕 제로인 우리에게도 배터리를 바로 충전시킬 수 있는 '급속 충전기' 같은 게 필요하다. 혹은 응급상황에 바로 꺼내 사용할 수 있도록 구비된 '구급상자' 같은 것 말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의욕이 떨어질 때마다 일일이 고민할 여유가 없다. 원인을 파악하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새로운 방법을 찾거나 리프레시의 시간을 갖는 것은 물론 무척 이상적이나, 당장 바로 '자기계발을 열심히 하고 인생의 목표를 향해 열심히 나아가는 빛나는 나'의 모습에 심취하려 안달난 나와 같은 사람들에겐, 그때마다 꺼내 볼 수 있도록 미리 구비된 급속 충전기 혹은 구급상자 같은 '동기 부여 모음집'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만든 것이 보자마자 다시 힘내서 달려가고 싶은, 의욕에 불타오르게 만드는 것들을 모아 적어 놓은 '모티베이션 키트'다. 모티베이션 키트를 미리 준비해 두면 한없이 누워 있고만 싶을 때마다 구급상자처럼, 급속 충전기처럼 꺼내 나를 다시 충전하고 회복시킬 수 있다.
'근데 결국 모티베이션 키트도 어떤 것들이 나에게 동기부여를 주는지 고민해 본 사람들이 만들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모티베이션 키트를 어떤 걸로 채울 수 있을지 막막한 이러한 사람들을 위해, 모티베이션 키트로 삼기 좋은 몇 가지를 제안한다.
1. 롤모델 또는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
2. 당장의 진로/목표와 상관없이 일생동안 꼭 '이것쯤은' 이뤄보고 싶다 하는 순수한 과업/꿈
3. 힘이 되는 드라마나 영화 등 매체
그런 의미에서 추가로 나의 모티베이션 키트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공유해 보려 한다.
1. 세븐틴 호시
위에서 제안한 1번 항목에 해당하는 나의 첫 번째 모티베이션 키트는, 7년째 꾸준히 좋아해 오고 있는 아이돌 세븐틴의 호시다. 아티스트로서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저 권순영이라는 한 사람으로서 존경한다. 흔히 롤모델이라고 하면 유명한 CEO나 역사적 인물을 드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에겐 그저 아이돌에 과몰입하는 사람이라고 보여질 수도 있겠다.
호시는 7년간 줄곧 나에게 있어 '닮고 싶은 사람'이었다. 순영이처럼 ~~한 사람이 되어야지. ~~한 사람이 되어야지. 그렇게 다짐한 항목들만 정리해 본다면 열 개는 거뜬히 넘지 않을까. 단순히 내가 되고 싶은 이상적인 모습에 대한 지침을 넘어, 무조건적인 자신감 증폭제가 되기도 한다. 순영이의 이런저런 훌륭한 모습들을 옆에서 봐 오며 그 모습들을 닮기 위해 노력한 세월이 벌써 근 10년인데, 순영이의 팬으로서 이것 하나 못 해내겠어? 내가 누구 팬인데. 이런 자신감을 갖게 된다. 항상 꿈을 크게 가지라고 당부한 순영이를 믿고 꿈도 풍선만치 가졌다. '아, 나 순영이처럼 진짜 멋지고 단단한 사람이 되기로 했지.' 이런 생각이 문득 다시 드는 순간, 저절로 마음에 불이 지펴진다.
2. 소설 출간의 꿈
디자인이라는 나의 진로나 당장의 효율적인 목표와는 상관없이, 인생에서 꼭 한 번 성취하고 싶은 나만의 과업이다. 오히려 진로와 상관없기 때문에 순수한 동기부여제가 된다. 취업을 바라보는 나같은 학생들에게 있어 당장 심혈을 쏟아야 할 부분은 진로다. 꼭 취업이 아니더라도 '대학', '입시', '취업', '합격' 등 커리어를 진척시키기 위해 거쳐야 하는 관문을 앞둔 사람들에게 '꿈'을 묻는다면 그것과 관련있는 것들만 떠올리기 쉽다. A회사에 입사하는 것. 좋은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 디자이너가 되는 것. 등등. 이것들은 물론 어쩔 땐 가장 효과적인 동기부여제가 될 수 있지만, 나의 사회적 성공과 명예에 직접 관련된 만큼 조금만 지나치면 부담스러운 짐으로 다가온다. 생각만 해도 골치 아프고 막막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욕을 잃게 되는 원인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그럴 때 나의 일상을 다시 생산적인 방향으로 돌릴 수 있는 것은, 오히려 나의 커리어나 진로와는 조금 동떨어진, 내가 그냥 인생을 살며 언젠가 꼭 한 번 해 보고 싶은 순수한 꿈이나 목표다. 그래, 내가 나아갈 이유는 이것도 있구나! 다시 새기면서, 앞으로의 삶을 조금 더 넓고 길게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나에게 있어 그런 꿈은 바로 소설을 출간하는 꿈이다. 디자인이라는 진로와 상관없이, 소설을 쓰는 것은 나의 가장 오래된 취미 생활이다. 이것을 통해 크게 성공한다든가 돈을 벌고자 하는 욕심 없이, 내가 오래 공들여 써 온 문장들을 집약해 하나의 책으로 묶는 상상을 한다. 적당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네모난 책을 두 손에 떡, 하니 받았을 때의 뿌듯함을 상상한다. 그 모습을 상상하면 아, 나는 아직 달려나갈 길이 여러 개 있구나 느껴지면서 마음이 갑자기 풍부해진다.
3. 일본에서 살아보는 꿈
2번 항목과 마찬가지로 이것도 내가 언젠가는 꼭 한 번 이뤄보고 싶은 인생의 소망이다. 그 어떤 중요한 것도 이것을 이룰 수 있는 기회 앞에 다 미룰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꿈이다. 코로나19로 도쿄 워홀 합격이 무산되면서 더욱 마음이 간절해졌다. 모티베이션 키트에 포함되는 꿈이라고 하니까 무척 거창하고 생산적이어야 할 것 같다고 느낀다면 큰 오산이다. 1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동안 일본에 머물면서, 내가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성을 오롯이 체험해 보고 싶다. 프로페셔널한 일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소소하게 동네를 돌아다니고 여행을 다니고, 영감을 얻고, 글을 쓰거나 사진을 찍으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뭔지 꾸준히 알아가는 시간을 갖고 싶다.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 본 경험을 에세이나 그 어떤 것으로 결과물을 남겨 간직하는 것. 그것이 소설 출간과 더불어 내 일생에서 가장 순수하게 나를 즐겁게 하는 목표다. 그래, 난 무슨 일이 있어도 언젠가 꼭 일본에 갈 거야, 생각하면 당장의 지루한 업무 모니터 따위 날 쉽게 주저앉히지 못한다.
4. 주변 사람의 기대와 응원
난 스스로 나 자신을 믿는 것보다 주변 사람들이 더 믿어주는 경향이 있다. '나 그렇게 대단한 사람 아니야' 손사래를 쳐도 무조건 눈을 빛내며 칭찬과 응원을 건네는 친구들과 가족, 그리고 고향의 어른들. 한창 인생에서 가장 자존감이 낮았던 시기에 내가 기대었던 단 하나의 진실은 '나 자신은 못 믿겠지만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의 안목을 믿고 그 사람들을 믿고 일단 가 본다'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내가 어떤 사람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걸 알기에,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서라도 다시 힘을 내게 된다. 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해서 억지로 거짓된 힘을 낸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사람들이 나에게 잠재된 진짜 모습을 끊임없이 꺼내주고 있으므로 그 모습을 따라하듯이 가는 것만으로도 더 좋은 내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주변에서 들려주는 나에 대한 인정과 칭찬을 들으면, 그 사람들의 인생에 내가 그렇게 중요하고 특별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에 영광스럽다. 따라서 더욱 겸손해지고 다시 마음을 다잡아 신발끈을 고쳐 매게 된다.
5. 일드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코노 에츠코>
아무리 인생 영화나 드라마도 두 번 이상 보는 일이 드문데, 이 작품만큼은 내가 가장 많이 돌려 본 드라마다. 주인공 에츠코는 학창시절 패션 잡지를 보고 패션 에디터라는 꿈을 키운 이래, 약 10년을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그야말로 '파고 들었다'.
에츠코의 집 책장에는 어릴 때부터 모아온 패션 잡지 <랏시>의 창간호부터 최신간까지 빼곡히 들어서 있고, 각 호마다 형형색색의 포스트잇으로 마킹되어 있다. 어떤 아이템이 어떤 호의 어떤 기획, 어떤 페이지에 실렸는지 바로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잡지를 거의 외우다시피 반복해서 읽어왔다. 어떤 한 분야를 그렇게 순수하게 열정적으로 동경하여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모습이 대단하다. 또한 에츠코 자신도 꿈과 동떨어져 사는 것이 아닌, 수준급의 코디 실력과 안목을 키우며 화려한 라이프스타일을 꾸린다. 그런 에츠코를 보면서 '난 이렇게까지 뭔가를 좋아해서 열정을 쏟아 부은 적이 있었던가?'라는 생각을 매번 한다.
꿈을 가진 사람이 뿜어내는 특유의 빛나는 아우라를 가장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는 드라마. '좋아하기에 가능한 건 분명히 있을 거예요.'라는 대사를 무척 좋아한다. 에츠코의 기운 차고 당당한 모습과 화려한 패션을 보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열정에 불이 붙는 드라마다.
모티베이션 키트에는 정답이 없다. 좋은 동기부여를 얻기 위해 좋은 롤모델을 찾아야 하고, 꿈을 찾아야 하고, 교훈 깊은 드라마를 봐야한다는 것이 아니다. 나를 다시 일어나게 할 수만 있다면 매주 새 에피소드가 나오는 예능이어도 좋고, 가장 좋아하는 음식 메뉴여도 좋다.
당신의 모티베이션 키트는 어떤 것들로 이루어져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