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4 지금 잘 쉬고 있나요?

20대 인터뷰 문답집 <Hey,> 7월호

by 위시

[소소위시 인터뷰 문답집 프로젝트 <Hey,>]

Heyday를 살고 있는 20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20대가 가장 고민하고 생각하는 여러 주제들에 대한 사적이고 의미 있는 사유의 대화들을 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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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위시 인터뷰 문답집 <HEY,>
2021년 7월의 질문

"지금 잘 쉬고 있나요?"



Interview with 노소영, 박서현

in 소소위시 자취방


이번 달 질문을 정하게 된 건, 애들이 종강을 하고 7월을 맞았는데 과연 잘 쉬고 있을지 안부를 묻고 싶어서였다. 요즘은 사람들이 쉰다고 말은 해도 정작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고, 나도 항상 '주말엔 쉬어야지' 해도 내가 정말 쉬고 있는 게 맞나 싶을 때가 많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종강을 한 후 잘 쉬고 있는 것 같은가.


소영 종강한 지 한 달 지났다는 거 인지하고는 깜짝 놀랐다. 한 달 동안 무엇을 했지?


지금도 봐. 종강하면 좀 쉬면 되는데 또 자꾸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나. 학기 중에 한참 바쁠 때, '종강하면 좀 쉬어야지'하고 생각 안 했나.


소영 딱히 그런 생각 안 했다.


서현 난 저번 휴학 때 인턴을 못해서 이번에 취업을 위해 준비하고 싶었다. 졸업 전시에 큰 미련이 없어서 그냥 과제처럼 할 생각이라, 할 수 있으면 인턴을 병행해서 하고 싶다. 그래서 종강하고 인턴 준비를 했고 엊그제 면접에 합격했다.


그래서 못 쉬었구나. 종강하면 좀 쉬어야지, 하는 생각조차 못 했겠다.


서현 교수님이 종강하자마자 그 주 주말까지 포트폴리오 정리해서 보내라고 해서 (열심히) 달렸다.


지금 너의 일상에 쉼이 필요하다고 생각은 드나.


서현 난 틈틈이 잘 쉰 것 같다. 학기 중에 너무 바빠서 그 잠깐의 시간을 너무 (소중히 썼다).


그 시간에 알차게 쉬려고 했구나. 평소 어떻게 쉬는 편인가.


서현 정말 침대에 늘어져 있는다. 집순이라 나에게 쉰다는 것은 창문 다 열어놓고 선풍기 바람 쐬며 침대에 누워서 아이패드와 내가 좋아하는 책과 물과 먹을거리를 구비해 놓고 (뒹굴거리는 거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아, 잘 쉬었다' 하는 기분이 드나.


서현 그렇게 집에서 시간을 보내면 하루가 되게 빨리 가지 않나. 그럼 약간 기분이 안 좋기도 하다.


나도 그렇다. 평일에는 너무 바깥을 돌아다니니까 주말에는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면서 차분히 릴랙스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은데, 나는 집순이가 아니라서 막상 주말이 되면 오후 1-2시쯤 슬슬 어딘가에 나가야겠다는 강박이 든다. 그래서 나에게 쉰다는 건 주로 좋아하는 데를 찾아다니는 거다. 근데 그렇게 따지면 또 '쉬었다'라는 느낌은 안 드는 거다.


소영 다른 의미의 쉼이긴 하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집에서 침대에만 누워 있으면 서현이 말대로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벌써 저녁이 된다. 그럼 "뭐 했지? 이 시간 될 때까지 아무것도 한 게 없네?" 하면서 기분이 나빠진다. 거기에서 아이러니를 느낀다. 쉬는 거니까 그냥 아무것도 안 하면 되는데, 그 아무것도 안 했다는 느낌 때문에 기분이 나빠진다는 게. 근데 이게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는 거다. 왜 우리는 못 쉬는 걸까? 아무것도 안 하는 그 상태를 즐기면 되는데 왜 아무것도 안 하지 못할까.


서현 직업병이다.


직업병? 그 시간에 디자인을 생각한다는 뜻인가.


서현 학기 중에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큰일 나지 않나. 그게 디폴트가 된 거다. (아무것도 안 하면) 죄책감이 든다.


하루에 사소한 거 하나라도 해야 된다는 느낌이 든다. 아무것도 안 하면 오늘 하루를 버린 것만 같고. 그런 차원에서의 직업병인 걸까? 맨날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 왔기 때문에?


소영 난 맨날 "아무것도 안 했어. 소영 바보." 하면서 남자친구한테 카톡을 하거든. 그럼 남자친구가 아니라고 너 쉬어야 한다고 하면 죄책감이 덜 하다.


서현 주변 사람들은 항상 우리를 그렇게 본다.(웃음)


난 특히 아무것도 안 하면 안 된다는 강박이 강해서, 오늘 하루를 어떻게 하면 허투루 안 보내고 이것저것을 하지? 하면서 뭔가를 막 하려고 한다. 회사 다니고 있으면 내 개인적인 일을 못하니까 쉬는 날에라도 내 할 일들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한때 막 달렸던 적이 있었다. 퇴근한 후 저녁에 그냥 쉬면 되는데 곧장 책상에 앉아서 잠들 때까지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항상 뭔가를 했다. 몇 개월 동안. 지금은 그나마 덜 하지만.


소영 맞다. 너 그랬다.


그게 그렇게 스트레스는 아니었다. '내 할 일'을 하는 거니까. 근데 어느 순간부터 그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조금 쉬어 보자. 맨날맨날 쉴 순 없겠지만 일주일에 하루라도 정해서."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다.


소영 하루밖에?


날을 정해서, 이 날 만큼은 생산적인 일을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자. 산책을 하든지. 카페 가서 책을 읽든지... 근데 생각보다 그것도 잘 안 지켜졌다.


서현 5일 일했는데 이틀은 펑펑 놀아야지!


소영 하루라니 말이 되나. 완전 주 6일제 아닌가.


그래서 이번 주부터 시작한 거는 아예 주말에 하루 정도는 노트북을 안 보는...


소영 이틀 해, 이틀.


이틀 해 버리면 주말 전체를 다 버리는 거니까. 난 내 시간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는 게 주말밖에 없으니 주말 전체를 다 그렇게 보낼 순 없다. 내 할 일이라고 하면 전부 노트북을 봐야 하는 일만 있다. 그래서 노트북을 안 보는 날을 정해서 주말 중에 하루 정도는 '노 노트북 데이'로 하자고 결심했다.


소영 NO트북 데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어제 한 번도 노트북을 안 켰다.


소영 어제가 처음이었나.


'노트북 켜지 말자'하고 마음을 먹고 쉰 건 처음이다. '이거다' 싶은 힌트가 느껴지기도 했다. 그전까지는 쉬기 위해 이것저것 하지 말고 조금 릴랙스하면서 가자,라고 다짐해도 어떻게 하면 릴랙스하면서 갈 수 있는 건지 구체적인 방법을 잘 몰랐다. 근데 노트북을 내려놓으니까 강제적으로라도 셧다운 된 느낌이다. 나한테는 일단 노트북만 없으면 어느 정도 그럴싸한 쉼이 찾아오는 것 같다.


소영 넷플릭스는?


핸드폰으로 본다. 보통 디지털 다이어트 같은 게 있지 않나. 핸드폰이나 전자기기를 아예 안보는 날을 정하는 거. 근데 핸드폰까지 안 보기에는 오히려 쉼이 아닌 것 같은 거다.(웃음) 핸드폰으로 유튜브도 보면서 분명 즐길 수 있는 게 있는데. 그래서 난 노트북만이라도 없앴더니 난 어떻게 쉬면 좋은가에 대한 힌트를 얻은 것 같다. "노트북만 없으면 된다"라는 기준만 있으면 드러누워 있어도 되고 어딜 나갔다 와도 되지 않나. 어제 그렇게 쉬고 나니, '오, 좀 잘 쉰 거 아닌가?' 싶은 기분이 들었다.


소영 근데 전에도 노트북을 안 한 날이 종종 있었을 것 아닌가. 그때랑 이번이랑 마음이 다른가.


그때는 노트북을 "쉬어야지"라고 생각하면서 안 한 게 아니라, 내가 오늘 뭔가를 하기로 했었는데 단순히 게으름을 피우거나 사정이 생겨서 못하게 된 거지 않나. 그때는 '아, 오늘 이거 했어야 했는데 못 했네."라는 죄책감을 가져야 했다면, 어제 같은 경우는 나에게 쉼을 선물하고 싶어서 스스로 "노트북 하지 말자" 정한 날이니까 상대적으로 그런 죄책감을 덜 느낄 수 있었다. 어쨌든 간에, 우리가 어떻게 하면 잘 쉴 수 있을까?


서현 난 가장 기분 좋은 건 산책. 나가면 일단 바닥에 있는 걸 다 줍는다.


무슨 다람쥐인가...?


서현 솔방울이나 떨어진 가지를 줍고 꽃잎도 만졌다가... 그냥 다 만지고 줍고 다닌다. 그럼 동생이 그만 좀 주으라고 화낸다.(웃음) 그럼 힐링이 된다.


소영 너무 귀여운데?


그렇게 모아 온 건 어떻게 하나.


서현 내 침대 옆에 모아 두거나 압화도 만든다.


아주 특별하고 귀여운 취미구만.


서현 너희들도 나가서 그런 것들을 줍고 만지고 해 봐. 아주 좋다.


하긴. 평소 길거리는 단순히 이곳에서 저 목적지로 이동하기 위해 가는 길에 단순히 배경처럼 펼쳐지는 것에 불과하지 않나. 하지만 산책은 정말 그 '길' 자체에 집중하면서 가게 된다. 특히 서현이는 더 그렇고. 평소에는 무심하게 지나쳤던 것들을 세심히 들여다본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요즘 청소하는 것도 약간 힐링이자 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시작할 땐 하면 귀찮지만 마음먹고 청소를 하면 마음이 좀 개운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평소에는 바쁘게 일하고 돌아와서 집 안에 흐트러져 있는 것들을 일일이 어떻게 신경을 쓰겠는가. 하지만 청소를 하는 과정에서 집 안 곳곳을 보게 되고 여기 있는 물건을 다시 저 자리에 두면서 좀 더 개운해지고 정리되는 게 있다. 평소에는 너무 바쁘거나 무심해서 안 하고 있었던, 지나치고 있었던 것을 맘 잡고 하는 것도 쉼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서현 청소와 인테리어가 생각보다 더 나 자신을 위한 일인 것 같다.


소영 근데 인테리어는 잘할 수 없지 않나.


서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둔다고 생각하면 된다.


솔방울?


모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현 내 취향의 물건을 모아두는 거다. 그리고 그걸 적재적소에 놓는 거다.


가구, 무드, 컬러 이런 게 아니라 하다 못해 좋아하는 책들을 이렇게 그냥 얹어두는 것만으로도 (좋다). 식물도 놓고. 내 공간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차게 된다는 게 좋은 거다.


소영 난 남자친구랑 산책하는 건 좋아한다. 근데 얼마 전 너무 배불러서 혼자 한 시간 정도 산책했는데 너무 심심했다.


노래 들으면서 했나. 어떤 식으로 산책을 했나.


소영 밤이라 노래 들으면 좀 위험할 것 같아서 일부러 안 들었다. 그마저도 20분은 남친이랑 통화하면서 했다. 나 혼자 산책한 건 40분인데 그마저도 너무 심심하더라. 근데 너희들은 혼자 하지 않나.


서현 난 엄마랑도 하고 혼자서도 하고.


난 혼자 불광천을 산책하는데, 일단 노래 듣는 재미도 있고 그냥 나중에 생각하자고 제쳐뒀던 생각들을 천천히 생각해 보기도 한다. "졸업하고 일본 가면 뭐 하지?" 생각도 하고, "지금은 이런 일들을 하고 있는데 몇 달 후엔 뭘 하고 있을까" 상상하기도 했다가.


소영 산책 만렙들이구나.


의식의 흐름대로.


소영 안 심심하나.


애초에 그런 생각들을 하고 싶어서 나가는 것도 있고, 꼭 그렇지 않더라도 일단 나가면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들이 떠오른다. 걷다가 '지루해졌네. 이만 돌아가자' 싶으면 돌아오는 거고.


서현 좋아하는 산책 코스를 하나 정해두면 좋을 것 같다.


난 가끔은 산책할 때 음악을 안 듣는 경우도 있다. 특히 요즘 같은 여름 저녁이면 풀소리도 들리고 냇가다 보니 물소리 같은 것도 들리거든. 그렇게 그냥 서 있는 장소에서 들리는 조그마한 소리들, 강아지가 지나가는 소리... 이런 걸 듣는 것 자체도 힐링이 된다. 우린 평소엔 너무 소음들에 익숙해져 있지 않나. 음악을 듣는 것도 어떻게 보면 하나의 소음이고. 계속 '듣는 것'에 노출되어 있다가 탁! 해방되어서 그런 (자연스러운) 소리를 듣다 오는 것도 (좋은 것 같다). 한편, 워낙 하루에 여러 가지를 해내야 한다고 목표 삼고 달려오다 보니 어느샌가부터 버거워져서 어떻게 하면 좀 쉬어가면서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참에 이런 걸 봤었다. "Do One thing"이라고 해서 하루에 하나만 하라는 거다. 예전엔 퇴근하면 블로그 포스팅도 하고 저것도 하고, 하루에 3가지 정도는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하나만 하라는 거다. 그런데 하루에 3개 하던 걸 하나만 하자니 또 괜히 시간을 버리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거다. 이 시간이면 더 할 수 있는데. 이것까지 할 수 있을 텐데, 싶고. 그래서 나에게 있어서 그 '하나만 하자'라는 개념이 아직도 본격적으로 실천하기 어렵다. 쉬자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하거나 원래 하던 걸 가짓수를 줄이면 '이 시간에 이거 더 했으면...' 하면서 시간을 허투루 썼다는 느낌이 든다.


소영 이미 회사를 다니는 것 자체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지 않나.


만약 내가 '디자인' 인턴을 했으면 일 하는 게 동시에 저절로 포폴로 남을 텐데 그게 아니다 보니 디자인 작업도 따로 챙겨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더 쉴 수 없는 것 같다. 아, 해야 되는데... 하니까 맘처럼 쉬지 못한다. 인생이 전력질주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 속도대로 가면 되는데 왜 자꾸 하루를 온전히 알차게 쓰려고 고집하지? 스스로 이런 고민을 한다. 우리도 아까 '알차게' 쉬었다는 말을 했지 않나. 그냥 쉬면 안 되는 건가?


모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희한테 있어서 "오늘 하루 '알차게' 쉬었다" 했을 때의 그 하루는 어떤 하루일 것 같은가.


소영 네가 말했던 것처럼 밖에 나가서 카페 가고 그러면서 쉬는 게 있고 집에서 뒹굴거리면서 쉬는 게 있는데, 그 둘 중에 '알차게' 쉬었다고 하려면 외출하는 쪽이 더 맞지 않나. 근데 그럼 또 피곤하다. 그럼 그게 쉬는 걸까. 거기에서 오는 괴리감이 있다.


알차게 쉬었다는 말이 좀 이상한 것 같다.


소영 뒹굴거려도 알차게 쉰 거다.


쉰다는 건 어떤 일을 다시 하기 위해 마음의 정비를 하고 그동안 지쳤던 것도 회복하는 거다. 그러려면 사실 뒹굴거리면서 체력도 회복하고 잠도 좀 자는 게 (효과적이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땐 뒹굴거리는 게 알차게 잘 쉰 건데, 또 바쁘게 돌아다니면서 '아, 알차다...' 하고 느낀다. 이것도 쉬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서현 나는 만약 완벽한 하루를 설계한다면...


나왔다, '완벽'.


서현 늦게 일어나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먹고, 가장 좋아하는 산책로를 간다. 자취할 때 상수역에서 당인리 발전소로 쭉 간 다음에 합정 복지 센터에서 양화대교 쪽으로 빠져서 망원동까지 가는 길. 그리고 버스 타고 집에 와서.


소영,집에 올 땐 버스 타는 건가ㅋㅋㅋㅋㅋㅋㅋ


서현 집에 돌아와서 낮잠을 자고 일어나 간식을 먹으면서 영화를 보는 거다. 영화를 보는 게 책을 읽는 것보다 좀 더 쉰다는 느낌이 든다.


시각적인 환기도 되고. 나도 쉰다고 했을 땐, 누워서 유튜브만 보며 쉬기보다 평일에 일하느라 못 갔던 가고 싶었던 곳들을 간다든가 한다. 어제는 연희동의 좋아하는 소품샵을 돌고 도화동의 독립서점에 갔다. 난 외출하면서 쉰다고 느끼는 것 같다. '평일에 못 했던 것들을 한다'는 게 쉼이 되는 것 같다. 아, 그리고 '이거 해야 하는데'라는 강박에서 벗어난 하루 자체가 쉼인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항상 '아, 이거 해야 되는데...', '블로그 포스팅해야 되는데...' 이런 생각을 갖고 산다. 근데 No트북 데이를 정함으로써 '오늘만큼은 안 해도 돼'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쉼이 된다고 느꼈다). 온종일 뒹굴거리든, 온종일 돌아다니든 '아, 오늘은 아무것도 안 해도 돼'라는 '허용' 자체가 나에겐 쉼이었다.


서현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로 하는 여행은 '쉼'이라고 보기 어렵다. 우리 아빠는 여행 가면 시간대 별로 코스를 짜서 엑셀로 정리하는 타입이다. 아빠는 바다를 보고 나면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하는데, 엄마는 바다를 보고 싶어서 계속 앉아있으면 아빠가 불안해서 왔다 갔다 거린다.


끊임없이 뭔가를 봐야 하고 하고 싶은 게 아버님에게 있어서는 새로운 즐거움이자 쉼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네 말을 듣고 생각난 게 있다. 작년 여름에 제주도에 7일 정도 갔다 왔는데, 일정이 다닥다닥 정해져 있는 하루도 있었지만 종달리라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하루 정도는 진짜 느긋이 머물렀던 적이 있었다. 2박 3일 갔으면 그러지 못했을 텐데 7일 정도 가니까 (그럴 여유가 있었다). 친구랑 같이 갔었는데 그날따라 친구의 컨디션이 안 좋았을뿐더러, 난 오늘 이런 하루를 보내고 싶은데 친구가 보내고 싶은 하루는 좀 달라 보였다. 그걸 어렴풋이 느끼고 오후쯤에 "오늘은 우리 좀 따로 다닐까?" 해서 종달리 안에서 각자 보내고 싶었던 하루를 보냈다. 그 애는 숙소에 가서 뒹굴거리다가 숙소 근처 작은 카페에서 사장님과 도란도란 얘기하며 하루를 보냈고, 난 바로 소심한책방 들리고 내가 가고 싶었던 예쁜 카페에 머무르다가 저녁때 다시 만났다. 사실 보통 여행 가면 이곳저곳 돌아다니기 바쁘다. 카페 같은 데에 진득이 앉아있기에는 시간이 아깝다고 느끼지 않나. 근데 그렇게 하루 종일 카페에 있고 책방에 있으니까 너무 좋았다. 그래서 그런 여행은 또 쉼이었다.


소영 그런데 난 최근에 부산 가서 막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녔는데도 너무 힐링이었고 쉰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단 요트가 너무 재밌었고, 자연도 많이 봐서 그런가.


그것도 그렇지만 부산에 있었던 2박 3일만큼은 외주 작업이나 뭔가 다른 걸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잠시 벗어나 있을 수 있어서 그랬던 게 아닐까. 결국 "오늘은 아무것도 안 해도 돼'라는 그 생각 자체가 중요한 건가 싶다. 아무리 좋은 곳을 가고 부산에 놀러 가 뒹굴거린다 해도, '아, 오늘 이거 했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이 남아 있으면 쉼이 아니지 않나.


소영 생각해 보니 부산에 있을 땐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여행을 가는 이유도, 몇 박 며칠을 가든 상관없이 여행 가 있는 동안엔 현실의 것들, 해야 하는 일들을 내려놓고 갈 수 있다는 것 때문에 힐링이라고 하는 걸 수도 있다.


소영 난 원래 쉴 때 게임을 했는데, 이번 파이널 때 너무 바빠서 한 번 게임을 안 하니까 계속 안 하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 게임을 안 한다.


서현,헉, 진짜?


소영 ㅋㅋㅋㅋㅋㅋㅋ왜 이렇게 놀라나. 그래서 어제랑 그저께는 잠만 잤다.


서현 난 원래 유튜브도 거의 안 보고 게임도 동물의 숲 말고 안 했는데, 학기 중에 맨날 새벽 1시까지 팀플을 하고 나면 다음날까지 놀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어서 굳이 밤을 새우면서까지 핸드폰을 보며 놀았다.


나도 약간 그런 타입이다.


서현 그럼 그다음 날 또 피곤하고, 팀플 하고 나면 또 놀 시간이 없으니까 밤에 핸드폰 잡고 놀고. 그런 날의 연속이었다.


나도 회사에서 돌아오면 피곤하기도 하고 늦은 밤이니까 빨리 자면 되는데, 내가 놀 수 있는 시간이 이 저녁밖에 없으니 오늘 놀 수 있는 건 놀고 자야지 (하면서) 무슨 할당량이라도 있는 것처럼 군다. 쉼의 할당량을 채우고 자야지, 하면서 새벽 두 세시까지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다 잔다. 우리가 뭔가 '쉰다'라고 해도 뭔가를 자꾸만 하려는 습성이 있는 것 같다. 완벽하다는 게 알차고 생산적인 일들로 채워진 하루가 아닌, '기분 좋게 잘 쉬었다' 할 때의 그'기분 좋음'으로서의 완벽한 하루라고 할 때, 소영이는 어떤 하루일 것 같나.


소영 난 아까 (서현이가) 술술 말하는 게 너무 신기했다.


서현 나에겐 그게 휴일의 루틴인 것 같다.


소영 다른 건 변동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일단 낮잠을 자는 게 정말 좋다. 어제도 잠만 잤다. 자는 게 쉬는 것 같다. 늦게 일어나서 밥 먹고 낮잠 잔 다음에 남자친구를 만나면 행복하지 않을까.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행복이지.


소영 물론 친구들도 좋지만, 남자친구랑 있을 땐 내가 뭔가를 안 해도 된다는 생각이 들거든.


캬...


소영 한 달 동안 뭘 잘 하지도 잘 쉬지도 못했던 것 같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뭔가를 하기도 했고 쉬기도 한 것 같은데, 그렇다고 잘 한 것도 잘 쉰 것도 없는 것 같은 애매한 느낌.


소영 하나도 충족된 게 없다.


두 개의 경계가 흐릿하다는 거 아닌가. 그럼 '하는 것'과 '쉬는 것' 중에 우선 '쉬는 것'부터 또렷해지고 선명해지면 '하는 것' 측도 저절로 구분 지어지지 않을까. 지금은 블러 처리한 것처럼 두 경계가 애매모호하지만, 우리가 쉬는 걸 잘 인식하면서 마치 포토샵에서 선명도를 높인 것처럼 또렷하게 쉬면, 자연스럽게 둘 사이의 경계가 드러나게 될 테지 않은가. 그러니 먼저 쉼을 제대로 찾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지 않을까. 그렇게 하면 내가 '해야 하는' 쪽의 영역도 쉼과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저절로 (또렷해질 거다). 잘 쉬어야 잘 일 한다는 말도 있고. 우리는 보통 '잘 한다' 하고 '잘 쉰다' 중에 전자부터 비중을 두지 않나. 뭔가를 열심히 했으니까 쉰다, 하고. 하지만 열심히 쉬었고 잘 즐겼으니까 다시 뭔갈 해 보자, 라는 순서로 가도 되지 않을까.


소영 맞는 말이다.


나의 완벽한 하루는 적당히 10-11시쯤 일어나서 요리를 직접 해 먹는 것. 평일엔 너무 바쁘니까 제대로 못 해 먹는 날이 많으니 주말만이라도 시간을 들여서 직접 요리해서 차려 먹고 싶다. 그리고 일단 책을 진득하게 읽고 싶다. 평소 출퇴근할 땐 지하철에서 읽는데, 짬짬이 읽으니까 감질맛 난다. 그렇다고 평일에 온전히 1-2시간을 책에 쏟기는 그렇고... 쉬는 날이라도 진득이 앉아서 1시간씩 책을 읽고 싶다. 그리고 좋아하는 카페에 가고 (가서 책을 읽든지) 저녁 산책을 하고 집에 와서 맥주 한 캔을 먹는 거다.


소영 책을 읽는 게 쉬는 거라는 게 너무 신기하다. 책을 읽는 건 뭔가를 하는 거다. 지식을 습득하는 거지 않나.


지식이 들어오는 게 부담으로 느껴지는 게 아니라 즐거움이나 새로운 발견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우리는 평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다. 노트북이든 휴대폰 화면이든. 사실 네모난 화면 너머는 정말 무한한 세계다. 유튜브도 보고 네이버 검색도 할 수 있고. 그런데 종이책은 딱 '그것'만 있다고 해야 하나. 그걸 마주하는 데 있어서 오는, '얘랑 나뿐이다'라는 느낌이 좋다. 핸드폰을 마주하고 있을 땐 그런 느낌이 없다. 이 안에 너무 많은 게 있고 너무 많은 것과 연결되어 있다고 해야 하나. 그러나 책은 딱 그 책뿐이다.


서현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읽으면 부담이 없다.


이런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1:1로 연결되는 순간에 쉼을 얻는 것 같다. 산책을 할 때도 '나와 길' 또는 '나와 내 생각'으로 1:1로 연결되는 순간이지 않나.


소영 그게 나한텐 게임이다.


게임을 함으로써 진짜 즐겁고 몰입되는 감정을 느낀다면 그것도 좋은 쉼이다.


소영 근데 요즘은 또 게임을 안 하니 다시 게임을 억지로라도 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자연스레 그렇게 될 것이다. 아니면 지금은 네가 게임 말고 다른 것들을 찾고 싶은 어떤 타이밍인 걸 수도 있다.


서현 게임을 취미로 삼았을 때 약간의 허무함은 있는 것 같다. 그 순간만큼은 정말 집중해서 열심히 하지만, 예를 들면 동물의숲 할 때 마을을 예쁘게 꾸미고 레벨업을 하고... 그러다 어느 순간 질려서 그 게임을 더 이상 안 하게 되면 그동안 투자했던 시간은 어디로 가 버리고 남는 게 없는 거다.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다. 책을 읽으면 뭔가가 내 안에 남았다는 기분이 든다. 침대 위에 누워서 유튜브 보면서 뒹굴거리기만 하면 오히려 쉬었다는 느낌이 안 든다는 사람도 종종 있는 걸 보면, 어떤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더라도 뭔가를 했을 때 내 마음에 남는 무언가를 하면 그게 쉼이 되는 건가 싶다. 뭔가를 했긴 했지만 스트레스나 부담이 쌓이는 건 아니고 아예 허무하게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도 아닌, 마음에 자글자글 남는 감정(?). 어제도 집에서 책을 읽고 바깥을 돌아다녔는데, 누가 보면 '그거 쉰 거 아니지 않아? 다녀오면 기진맥진하지 않아?' 할 법 하지만 사실 그렇게 돌아다님으로써 내 안에 남는 게 있다. 그걸로 또 나아갈 힘을 얻는 것 같기도 하고.


소영 방금 왜 내가 쉬고 있는데 쉬는 느낌이 안 드는지 깨달았다. 요즘 고민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누워있어도 계속 생각이 드니까.


아까 말했던 것과 같다. 쉬고 있을 때는 침대에서 뒹굴거리고 있다는 그 상태와 1:1이 되고, 쉬고 있는 시간과 나를 연결지어야 하는데 자꾸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고민과 계속 연결되고 있으니까 (쉰다는 느낌이 덜 한 거다). 나도 주말에 쉰다고는 하지만 일에 관한 생각을 한 순간도 안 할 수는 없다.


소영 생각을 잠글 수 있으면 좋겠다.


아니면 그런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런 생각들을 그만 하고 싶다고 해서 안 떠올릴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그럼 어쨌든 떠올랐을 때 그 생각을 어떻게 하면 자연스레 흘러가게 내버려 두고 다시 내 쉼에 집중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찾아보는 게 (훨씬 효과적일 수도 있겠다) 이미 떠오르는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한다면.


소영 그래서 잔다. 자면 아무 생각이 안 드니까.


나도 한창 힘들었을 때 그랬다.


소영 자고 일어났을 때의 몽롱한 기분이 괜찮다.


쉬는 날이라 해서 그런 고민들을 수도꼭지 잠그듯 잠글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결국은 그런 생각을 가지면서도 어떻게 하루를 잘 쉴 수 있을까인데... 이 고민을 우리가 어떻게 가지고 놀아야 할까. 쉴 때 날 괴롭히는 건 (진로 고민을 할 시기니까) 나의 커리어를 위해서 오늘 조금 더 발전해야 할 것들, 공부해야 할 것들이다. 그런 걸 잠시라도 스톱하는 것에 조바심이 나는 것 같다. 오늘 좀 더 디자인 작업해놨어야 했는데 안 했을 때 드는 조급함. 우리는 지금 끊임없이 뭔가를 '준비'해야 하는 기간에 있지 않나. 누군가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뭔가를 해야 하는. 1년 뒤쯤의 취직을 위해 오늘 뭔가를 하나라도 해 놓아야 하는데... 하는 고민이 가장 주가 되는 것 같다. 진로를 위한 준비는 그냥 매일매일 연마하듯이 해야 하니까.


서현 가장 좋은 방법은 기간을 설정해 두고 이 기간 안에 뭐만 달성하자, 정하는 것 같다. 난 종강한 후에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는 게 목표였고, 그다음엔 연락 오는 곳 면접 보는 게 목표였다. 끝난 후에는 쉬는 거고.


아까도 말했듯 한 가지에만 집중하라는 개념이 나한테 잘 적용이 되지 않았다. 이 기간까지는 이거에만 집중하자, 이거 끝난 후에는 이거에만 집중하자. 하나씩 하나씩, 그 방식이. 난 그동안 오늘 브이로그 하나 올리고 블로그도 하나 포스팅하고 글도 조금 쓰자, 이런 식으로 해왔다. 그래도 역시 '이번 주에는 블로그에만 신경 쓰자', 하면 좀 더 명확해지는 게 있겠다. 그거 끝나면 쉬고.


서현 난 할 일을 한 거다. 논 게 아니라.


예를 들어 '이번 주는 블로그 포스팅을 세 개 하자' 다짐했다고 하자. 그런데 예상보다 너무 빨리 끝내서 금토일을 내리 쉴 수 있게 됐다. 그러면 그 빈 시간에 또 다른 거를 해야 할 것만 같은 강박이 든다.


서현 그건 다음 주의 내가 할 거다.


얼마나 빨리 가냐가 중요한 게 아닌데 말이다. 꼭 이번 주에 안 해도 되는 건데. 사람들은 '미룬다'는 것에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하지만 '미뤄도 될 것'도 있는 것 같다. 꼭 이때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파악하고, 쉬기 위해 다음 주로 패스할 수도 있는 그런 (유연함이 있으면 좋겠다.) 난 하루를 공백 없이 채우려는 강박이 있다. 1시간이 남으면, 이 사이에 또 뭐 할 거 없을까 찾아 나서고. 그래서 이번 호의 질문을, 오히려 가장 쉬기 어려운 지금 가장 고민해야 하는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잘 쉬는 방법을 알아야 안 쉬는 방법도 알지.


소영 난 이도 저도 아닌 것 같다. 만약 출퇴근을 하면 갔다 와서 쉬면 되는데, 외주를 하다 보니 작업하다가 중간에 침대에 누워있고, 그러다 다시 그림 그리고. 뭔가 이도 저도 아니게 되는 것 같다.


서현 프리랜서가 맞는 사람은 괜찮지.


일과 쉼의 경계가 뚜렷한 걸 좋아하는 사람에겐 프리랜서가 안 맞을 수 있겠다. 직장인이야 평일에 몰아서 일하고 주말에 일에서 벗어나 쉬지만 프리랜서는 그렇지 못하니까.


소영 그래서 내가 이도 저도 아닌 것처럼 느끼는 것 같다.


그래도 프리랜서의 삶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나.


소영 너무 좋다.


그럼 된 거다. 결국 쉼의 문제는 우리가 어떤 유형의 직업을 가질 것인가와도 연관 있는 것 같다. 프리랜서가 맞는가 나인투식스 직업이 맞는가. 난 사실 후자에 맞다고 생각했다. 일을 할 땐 일을 하고, 쉴 땐 쉬고. 하지만 요즘 내 가게를 차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걸 보면, 일을 하면서도 쉬는 것 같고 쉬는 것 같으면서도 일을 하는 방식을 바라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소영 한두 시간 일하다 힘들면 낮잠 자고 다시 일어나서 할 수 있는 게 좋다.


지금은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이 분리되어 있으니까, 일하는 시간에 '왜 내가 지금 여기에 전력을 쏟아붓고 있는 거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일과 쉼이) 나뉘어져 있는 게 좋은 부분도 있지만, 그 경계가 희미해졌을 때 좋은 점도 있겠다. 내가 어떻게 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지 알게 되면 결국 나중에 어떻게 일할까에 대한 해답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소영 우리 오빠는 요즘 쉬는 날에 계속 이직을 준비한다.


요즘 직장인 다들 그렇다고 한다. 옛날에는 한 회사에 들어가면 과장, 차장 되면서 뼈를 묻는 게 정석이었는데 요즘에는 많은 직장인이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더 좋은 곳에 갈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쉬는 날을 이용해 다음 챕터를 위한 준비를 하는 것 같다.


서현 계속 포트폴리오 만들고.


강의 듣고, 자기계발 하고...


소영 난 회사 들어가면 안주하게 될 것 같다.


난 지금 못 쉬는 이유가 내가 확 취직을 한 게 아니라서라고 생각했다. 학교로 돌아갈 일이 남아있는 신분이라서. 아예 회사에 들어가면 그것만 하면 되니까 주말에는 온전히 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근데 (많은 직장인을 보면) 또 그게 아니라는 거다. 그래서 좀 더 나를 위한 일을 하고 싶다. 회사에 속해서 회사를 위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서현 난 나중에 가장 가고 싶은 곳이 카카오인데, 그러려면 경력이 필요하다. 스타트업 같은 곳을 돌아다니면서 경력을 쌓아야만 거길 갈 수 있는 거다. 하지만 경력을 쌓고 나서도 끝난 게 아니다. 이제 그 경력을 쌓은 사람들하고 경쟁이 시작되는 거다. 끊임없이 해야 하는 거다.


거길 가고 싶다는 꿈만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 꼭 기회도 오고 어떤 루트로든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도 입사하게 된다면 아모레퍼시픽을 가고 싶은데, 그 마음만 가지고 있다면 뭘 준비하더라도 관련 방향으로 준비하게 될 테고... 그런 과정에서 점점 기회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서현 맞다. 지금 하는 게 언젠가 다 도움이 될 거다.


소영 너희는 가고 싶은 기업이 딱 정해져 있지 않나. 난 어딜 가고 싶은지 모르겠다. 어떤 회사가 있는지 모르겠다. 네카라쿠배당토...


그게 뭔가.


소영 네이버, 카카오, 라인, 배달의 민족, 쿠팡까지가 예전이었고 요즘은 당근 마켓이랑 토스.


와, 진짜 처음 들어봤다. 서성한중경외시도 아니고 이게 뭔가.


소영 목표 기업을 정해야겠지?


나 같은 경우엔 아모레퍼시픽 가고 싶다 했을 때, 아모레퍼시픽에서 하고 있는 활동들이 있지 않나. 한국 전통이나 지속 가능한 것에 관심이 있다든지. 그럼 나도 (지금 업무인) 인터뷰를 하더라도 좀 더 그런 내용을 다룰 수 있는 콘텐츠를 다룬다든가 아니면 개인적으로 블로그에 그 분야들에 관심이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글을 쓴다든가 하면서 준비할 수 있다는 건 메리트인 것 같다. 하지만 한 기업을 정해두는 건 그만큼 내가 문을 닫는 것도 된다. 아모레퍼시픽만을 위해서 준비했는데 안 갈 수도 있지 않나. 그럼 다른 곳을 위해 딱히 준비해 놓은 게 없게 되는 거다. 그러니 (가고 싶은 회사를 생각해 둔다는 것을) 그냥 지시등처럼만 사용할 뿐, 그 회사에만 입사하기 위해 경주마처럼 달려가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이 회사에 가고 싶으니, 관련 분야에 계속 관심을 두고 있어야겠다. 관련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해볼 수 있겠다. 이 정도로만 보는 거다.






Interview with 조혜영, 노소영, 박서현

in 소소위시 자취방


혜영 놀러 다니기만 해서 쉬질 못했네.


뭐 이런... 기만자 같은 소리가 다 있나.(웃음) 언니한테 쉰다는 건 무엇인가.


혜영 그냥 누워 있는 거다.


누워서 뭐 하는 건 없나.


혜영 누워서 핸드폰 보기 아니면 늦잠 자기. 근데 늦잠도 못 잤다.


놀러 다니느라?


혜영 놀러 다니고 헬스장 다니느라.


소영 열심히 살고 있네.


혜영 C4D 학원도 다니고. 어쩌다 보니 맨날 알람 듣고 일어나게 된다.


맞다. 알람 없이 일어나는 게 좋은 쉼의 하루의 시작이지.


혜영 햇볕이 들 때 일어나는 거.


어쨌든 치열하게 수업 듣고 겨우 종강해서 '아, 쉬자~' 하고 여행을 떠난 거지 않나. 그 여행을 한 건 어땠나. 쉬었다곤 생각이 드나.


혜영 그런 것 같다. 종강하고 맨 처음에는 가족들이랑 갔는데, 친구들이랑 가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편하게 다닐 수 있지 않나. 그리고 자연 위주로 다녔고.


자연이 중요하네.(웃음)


혜영 부산 여행은 쉰 게 아닌 것 같다. 차도 없이 가방 메고 다니고. 아침부터 돌아다니고...


침대에서 뒹굴거리면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언니의 쉼이라 했지 않나. 보통 그러면 '오늘 아무것도 안 했네' 같은 죄책감이 들기도 하나.


혜영 그런 생각 별로 없다. 쉬는 것도 계획을 세우거든.


뒹굴거리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건가.(웃음)


혜영 계획충이거든. 오늘 쉬는 날, 하고 정해 놓으면 괜찮다.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오늘은 그냥 쉬는 거다.


소영 건강하다.


혜영 진짜 사소한 것까지 계획하는 사람이다. '뒹굴거리기' 뭐 이렇게 쓰는 건 아니지만, '오늘 하루 푹 쉬기' 같은 것(을 쓴다).


그냥 '오늘의 테마', '오늘은 어떤 날' 이런 걸 정하는구나.


혜영 그렇다. '방 정리 하기'. 10분 방 정리 하는 것도 나에겐 스케줄이다.


만약 언니가 '오늘은 쉬는 날'이라고 해서 하루를 계획을 해야 한다면, 어떤 완벽한 쉼의 날을 계획할 건가.


혜영 11시쯤 일어난다. 알람 없이. 일어나서 바로 몸을 일으키지 않는다. 12시까지 침대에 누워있는다. 그러다가 씻고 나서 뭘 좀 먹는다. 아무거나 먹고 창문 열고 환기 좀 시키고 스트레칭도 하고.


서서히 깨우는구나.


혜영 책 좀 읽고. 그리고 다이어리에 하루 계획을 세운다. 피아노도 치고...


서현 벌써 바쁜 것 같다.


아무것도 안 한다며.


혜영 TV도 좀 보고. 낮잠도 자고. 저녁 먹고.


바로 저녁 먹나. 그럼 낮잠이 아닌 거 아닌가(웃음).


혜영 그런 날을 안 보낸 지 꽤 된 것 같다. 하루에 뭐라도 꼭 하나씩 있다. 피아노 학원이라든가...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이 있다.


모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처음 들어본다.


혜영 그런 말이 있다. 그게 바로 나다.


피아노 학원은 취미 생활로 다니는 거지 않나. 평소 일하느라 못했던 취미 활동이나 내가 하고 싶었던 걸 하면서 쉰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피아노 학원 다니는 건 어떤가. 쉬는 것 같은가.


혜영 쉬는 것 같긴 한데 침대에 널브러져서 쉰다는 개념이 아니라 그냥 다른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인 것 같다. 그냥 책상에 앉아 있으면 전공 생각도 나고... 하지만 피아노 치면 악보에만 집중하게 되지 않나. 눈은 악보에 있고 손은 건반에 있고 발로 페달도 밟고. 그래서 그거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다.


아까 그 말 했었다. 어떤 것과 1:1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고 느낄 때 쉰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보통 몸은 편하게 누워있어도 머릿속으로 진로 고민하고 이런저런 생각들과 연결되어있으면 피곤하다고 느끼지 않나. 그럴 때 어떤 하나와 딱 연결되고 마주 보는 시간에서 힐링을 얻는 것 같다고 했는데 그게 언니가 말한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요가를 즐기는 친한 언니가 말해줬는데, 요가란 단순히 행동을 말하는 게 아니라 어떤 하나에 '집중'하는 거라고 한다. 꼭 동작을 하는 것만이 요가가 아니라 어떤 것에 집중하면 그게 곧 수행을 하고 있는 거라고. 그 말을 듣고 오, 싶었다. 그러고 보면 언니는 아주 다방면으로 좋은 쉼을 얻고 있다. 놀러도 가고 집중도 하고 뒹굴거리기도 하고.


혜영 쉼을 계획하는 이유는 이런 것 같다. 그냥 하루 종일 널브러져 있으면 죄책감을 느끼게 되니까 계획을 짜는 거다.


소영 계획을 짜면, 그건 계획적으로 쉰 게 되는 거니까?


내가 오늘 쉬기로 결정해서 쉰 거니까.


혜영 뭔가 남은 느낌? 그래도 계획을 짜서 쉰다는 게 완전히 쉬지 못한다는 것일 수도.


좀 내려놓기 위해서 쉬는 건데 쉼조차도 알차야 한다는 생각이 있지 않나. 허투루 쉬면 안 된다는 느낌.


혜영 맞다. 완전 그렇다.


허투루 쉬었다는 건 뭘까? "이렇게 하면 허투루 쉰 거다."


소영 이도 저도 아닌 거.


혜영 이도 저도 아닌 건 어떻게 쉬는 건가.


소영 쉬기만 해야 하는데, 계속 깔짝거리기만 하는 거. 다른 고민이나 안 좋은 생각하는 거.


쉬기만 해야 한다고 해서 드러누워 있기만 하면 지루하고 온 몸이 근질근질거리지 않나.


소영 NO.


혜영 넌 그럼 완전히 드러누워 있나. 핸드폰 같은 거 안 보나.


소영 본다.


혜영 그럼 완전 드러누워 있는 건 아니네. (완전 드러눕고만 있다면) 그건 명상이다. 우린 계속 뭔가 계속 하는 것 같다. 핸드폰으로 어떤 콘텐츠를 보고, 읽고...


맞다. 또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어도 지루하지 않나. 언니는 집순이인가 밖순이인가,.


혜영 집순이인데, 나가면 잘 노는 집순이. 집 나가고자 마음먹기까지가 힘들다.


나도 맘만 같아서는 쉬는 날에 하루 종일 집에서 널브러져 있고 싶다. 평일에 일하고 있을 땐, '내가 이번 주말에 나가나 봐라' 그렇게 다짐하는데, 막상 토요일이 오면 자꾸 어딘가로 나가야 할 것만 같아서 결국 나간다. 난 주말에 집 안에만 있었던 적이 없다. 마지막으로 그랬던 게 아마 몇 개월 전일 거다. 그래서 나는 조금이라도 집에 있으려고 오히려 노력한다.


소영 그걸 노력을 해야 하는 일이구나.


밖에 나가는 것도 힐링이지만 역시 체력적으로 지치는 것도 무시 못하니까. 진짜 나를 쉬게 하기 위해서 집 안에 갇히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그게 잘 안 된다)


혜영 집에 있으면 뭐 하나.


온전히 하루 동안 집에만 있는다면, 책 읽고... 영화까지 볼 것 같다. 그리고... 그러게. 집에 있어 본 적이 없어서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청소도 좀 할 거 같다. 일주일간 신경 못 썼던 것들을 정리도 하고. 그리고 유튜브도 좀 보겠지? 완전히 드러눕진 또 못하네.(웃음)


소영 애인의 유무도 중요한 것 같다. 애인이 있었으면 주말마다 데이트하지 않았을까. 엇, 이거 약간 극딜하는 것 같은데.


모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다. 동감한다. 나는 (애인이 없기 때문에) 쉬는 날을 상상할 때 내가 혼자 있는 장면밖에 상상하지 못한다. 애인이 있었으면 애인과 같이 보내는 모습도 상상해 볼 수 있을 텐데, 나는 애인이랑 같이 한다는 선택지가 없어서.


모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슬픈 얘기가 아니다.


혜영 친구들이랑도 만나지 않나.


친구들하고 많이 만난다. 근데 친구들하고 만나는 건 쉼이라기보다는 힐링(?)이다. 쉼과 힐링은 조금 다른 느낌인 것 같다.


혜영 맞다.


친구랑 밖에서 놀다 오는 거 자체가 쉬었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힐링이 된다.


혜영 애인이랑 있는 건 쉼인가.


난 아닐 것 같다. 성향에 따라 다를 것 같다. 애인과 시간을 보내면 그 사람을 위해서 신경 써야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으니까.


소영 그런가. 너무 착한 애인인걸. 나는 신경 안 쓰는데...


혜영 만나서 에너지를 쓰게 되니까.


소영 나는 쉰다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


소영이는 남자친구랑 만나면 오히려 에너지를 얻으니까 그런 것 같다. 쉼은 결국 에너지를 얻는 건가 싶다.


소영 에너지를 얻는 거라...


그렇다. 뒹굴거려서 에너지를 얻는다면 그것도 쉼이고, 밖을 돌아다니면서 에너지를 얻으면 그것도 쉼이다. 보통 쉼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에너지를 소모했을 때니까. 그리고 그 얘기도 했다. 우리가 어떻게 쉼을 바라보냐에 따라서 나중에 어떤 형태의 일을 하게 될지도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나인투식스로 일하는 직장인의 경우엔 일과 쉼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나. 평일과 주말. 반면 프리랜서나 자신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은 쉬면서도 일하고 일하면서도 쉴 때가 있다. 전자가 맞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후자가 맞는 사람도 있을 거다. 언니는 어느 쪽인 것 같은가.


서현 언니 예전에 회사 차리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웃음)


나도 그렇다. 직장인이 천성일 줄 알았는데, 막상 회사 들어가니까 내 가게를 차리고 싶어 졌다.


혜영 그런 삶(직장 생활)을 평생은 못 살 것 같다.


나도.


혜영 직장에 들어가더라도 서른 중후반까지만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난 길게 잡아도 30대 초반.


소영 헉, 너무 짧은걸.


10년도 못 일할 것 같다.


혜영 10년 정도 일하고 나와서 그 돈으로 뭔가를 하고 싶다.


소영 나중에 가서 생각이 또 바뀔 수 있다.


혜영 자기가 못 해 본 방식에 대한 갈망일 수도 있다. 우리 아빠는 되게 불규칙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라, 월화수목금 회사에 나가는 사람을 부러워한다. 공무원처럼 규칙적인 생활을 원한다.


그런 사람들은 적어도 금요일 오후 6시 이후부터 쉴 수 있으니까. 근데 언니 아버지께서는 그런 게 없으니 언제 쉴 수 있는지도 불확실하겠다.


혜영 몇 달 앞을 내다볼 수가 없는 거다. 매달 스케줄이 나온다. 난 그게 좋다고 생각해서 아빠가 부러웠는데 아빠는 아니라 그러더라.


소영 언니 아버지 직업이 어떻게 되시나.


혜영 파일럿이다.


그럼 확실히 그러겠다. 만약 나도 바람대로 내 브랜드를 차리면, 일하는 게 곧 쉬는 것일 수도 있고 쉬면서도 일하는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거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경계 없이 어영부영 흘러가는 쉼의 형태가 맞을까. 쉴 때 확 쉬어야 한다, 하는 사람도 있지 않나.


혜영 장단점이 있을 것 같다.


소영 일하는 게 재밌긴 한데, 쉰다는 느낌은 안 든다.


나인투식스로 평일에 일하더라도, 회사에 몸을 담고 있는 이상 주말에도 회사에 대한 생각을 아예 떨칠 수는 없으니 확 쉰다는 느낌은 또 없을 수도 있겠다. 나도 일요일부터 마음이 (심란하다). 체감상 토요일 하루 쉬는 느낌이다.


혜영 맞다. 이건 뭔가 잘못됐다. 주 4일로 해야 한다. 이틀 쉬는 건 말도 안 된다.


한편 확 쉬고 싶다고 해서 매번 하루를 통틀어 쉴 순 없지 않나. 그렇기에 에너지가 소모될 때마다 바로 짬짬이 회복시킬 수 있는 짧은 휴식도 있어야 하는데, 그럴 때 단숨에 확 쉬기 위해 언니가 선택할 한 가지는 무엇인가. 일상 속에서 틈틈이 할 수 있는 쉼. 서현이는 산책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혜영 내가 하고 있는 거 아님 하고 싶은 거?


둘 다 말해봐 봐.


혜영 하고 싶은 건 산책. 늘 '산책해야지' 생각한다.


그것도 계획...


모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혜영 근데 막상 귀찮아서 못 나갈 때가 많다. 그럴 땐 방에 있는다. 방에 오래 있다가 거실로 나간다. 가족들이랑 시간을 보내면서 힐링한다. 아니면 그냥 침대에 드러눕거나.


나는 틈틈이 할 수 있는 거라면 카페 가서 책 읽기. 라떼 쪽쪽 빨면서.


소영 인터뷰 재밌다. 한 주제에 대해서 이렇게 길게 얘기할 수 있는 게 신기하다.


낮잠 늦게 자면 죄책감 같은 거 안 드나.


혜영 그래서 낮잠 잘 못 잔다.


나도 잘 못 잔다. 어제 좀 기묘한 하루였다. 어제 원래 '오늘만큼은 절대 나가지 않겠다'라고 다짐을 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다 보니 집 안에서 할 게 없는 거다. No트북 데이라고 해서 주말에 하루 정도는 노트북을 안 보는 날이라서 어젠 노트북도 안 하지 책도 이미 읽었지, 그다음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침대에 누워있다가 자버린 거다. 두 시간이나 잤다. 자고 일어나서 결국엔 '안 되겠다' 하고 나갔거든. 연희동 돌아다니고 서점도 가고... 근데 그렇게 두 시간 자고 일어나면 '이 귀중한 쉼의 시간을!' 하면서 아깝다. 난 자는 것도 푹 못 자서 어제도 결국 가위에 몇 번 눌렸거든. 난 항상 낮잠을 잘 때 가위에 눌리더라. 어젠 특히 심각했다. 그래서 잤다고 해서 쉰 것도 아니다. 그렇게 두 시간을 허비하고 일어났는데 기진맥진하기만 하고... 그래서 그냥 나간 거다. 역시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려고 하면 그렇게 되는 법인가.(웃음)


혜영 그래서 낮잠 잘 때 알람을 맞춘다.


나도 맞춘다. 근데 항상 끄고 다시 잔다.


소영 (알람을 맞추면) 그건 잔 게 아니지.


혜영 너무 많이 잘까 봐.


낮잠은 20분 자는 게 가장 적당하다고 한다. 근데 20분 자면 눈이 안 떠진다. 그래서 한 번 자면 2시간 정도는 자게 된다. 그럼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혜영 낮잠은 몇 시에 자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4시쯤 자면, 일어나면 저녁이라 좀 빡친다. 2시나 1시 정도 자면 일어나도 밝으니까 괜찮다.


소영 난 오히려 3-4시쯤 자고 일어나면 저녁이라 좋다. 저녁밥 먹고 새로 시작하는 거다.


어제 1시 반, 두 시쯤에 잤는데 낮에 한창 즐기거나 놀 수 있는 때가 그 시간대이지 않아. 그래서 그 시간을 버렸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깝다. (시간도) 되게 애매하다. 4-5시에 일어나서, 지금 뭘 해야 되나 싶다. 언니가 생각하기에 이 정도면 아깝지 않고 잘 잤다고 생각하는 낮잠은?


혜영 한 시간 10분?


모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10분은 뭔가.


혜영 잠드는 시간.


그럼 또 스케줄에 '한 시간 10 분 자기'... 어쨌든 자고 일어나면 불쾌하다. 한동안 기분이 다운되어있다. 그 감정이 싫어서 낮잠을 안 자고 싶다.


혜영 뭔 줄 안다.


주기적으로 낮잠을 자면 건강에 좋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소영 근데 그게 20분인 거 아닌가.


그럴 듯(웃음). 두 시간씩 자면 오히려 건강에 안 좋을 수도...


서현 나는 밤에 잠에 들기까지 오래 걸리는 편이라, 낮잠 자면 밤에 더 못 잔다.


나도 그렇다. 일단 졸려서 자 버렸긴 했는데 "아, 이따 어떻게 자지..."


혜영 자기 전에 다들 뭐 하나. 핸드폰 하다 자나.


너무 늦었을 땐 그냥 바로 자기도 하고, 서서히 예열하듯이 조금씩 잘 준비를 하는 하루도 있다. 불 끄고 캔들만 켜 놓고 뒹굴뒹굴거린다든지. 핀터레스트 보면서 디자인 영감을 수집하는 게 아니라 감성 사진이나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좋은 풍경, 인테리어 좋은 집 (같은 걸 감상한다). 자기 전에 좋은 기분을 가지고 자고 싶다는 생각으로. 유튜브로 아무 영상이나 보다가 자는 것보다 확실히 기분 좋게 잘 수 있다.


소영 감성이라는 단어를 인간화시킨 것 같다.


혜영 서현인 자기 전에 뭐 하나.


서현 아까도 말했는데, 학기 중에 팀플 1-2시까지 하면 놀 시간이 없지 않나. 놀기 위해 억지로 깨어있다. 딱히 볼 것도 없으면서 인스타 계속 보고. 그러니까 눈이 너무 심심해졌다. 요즘은 그냥 다 꺼 놓고 자려고 한다.


소영 난 남친이랑 통화하다가 잔다.


이런 게 낭만이자 감성 아닌가.


혜영 매일매일?


소영 하루 빼고.


혜영 하루는 뭔가.


모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영 매주 토요일마다 남친 아버지가 퇴근을 하시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그때만 빼고.


진짜 찐 사랑이다.






Interview with 심가은

in 얼스어스 서촌


많은 사람이 쉼이 필요하다곤 하지만 제대로 못 쉬고 있다. 주변에 물어보면 잘 쉰다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체 왜 쉬지 못하는 걸까. 누가 "너 쉬지 마" 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 옭아매면서 안 쉬고 있다. 예전에 언니랑 만났을 때도 '우린 자꾸만 뭔가를 하려고 한다. 오늘만큼은 각자 집에 들어가면 아무것도 하지 말자' 약속했는데 결국 또 각자 뭔갈 했지 않나(웃음) 그런 강박에 관한 거나, 쉬었을 때 드는 죄책감 같은 걸 이야기해 보고 싶어서 이 주제를 정했다.


가은 죄책감이 든다. 생각해 보면 직장 다닐 땐 덜 했던 것 같다. 9시부터 6시까지 일하고 왔으니 그것만으로도 하루 동안 뭔가라도 해냈다는 생각이 드는데, 요즘은 나의 일에 바운더리가 없어진 느낌이다. 어떻게 보면 자유롭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 자유로움을 느낀 건 퇴사한 후 며칠 동안만이었던 것 같고, 그 이후로는 해야 할 게 많았다. 논문 연구도 해야 하고, 연구 공모 따내서 연구비를 받았으니까 그것도 해야 하고... 그런 것들이 다 직장 생활이 있던 자리에 대신 들어오게 되면서 (바운더리가 없어진 것 같다) 이게 더 안 좋은 것 같은 게, 직장 생활은 직장에서만 딱 일하면 되지 않나. 근데 지금은 일하는 공간도 집이고 시간도 정해진 게 없으니까 계속 그것만 하고 있고, 책을 보더라도 그것과 연관 지어서만 생각하게 된다. 이러다 보니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다. 요즘은 이렇게 마음 맞는 사람과 만나서 대화하고, 하고 싶은 하고 보고 싶은 거 보는 게 쉬는 것 같다. 그리고 새벽에 유튜브 보는 것 정도. 그래서 안 그래도 요즘 너무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친구들이 그런 얘기를 한다. "넌 대체 언제 쉬어?"


나도 단톡방에 개인 프로젝트 하나 끝내서 "얘들아, 나 이거 다 했어"하고 공유하면 친구가 "원아, 넌 대체 언제 놀아..?"(하고 물어본다)


가은 얼마 전 나랑 반대되는 성향의 친구 있다고 얘기했던 그 친구가 "야, 요즘은 좀 노냐?" 묻는 거다. 그래서 "그냥 집에서 놀지~." 했는데 걔가 "진짜 노는 거 맞아?" (하고 되물었다)


의심하는 거다(웃음)


가은 그래서 "사실 노는 건 아니고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하고 실토했다) 요즘 하는 게 좀 많긴 하다. 스스로 벅차다고 느낄 정도로. 암튼 그렇게 대답했더니 어떻게 그게 노는 거고 쉬는 거냐면서, 차라리 그냥 직장을 다니라고(하더라) 진짜 좀 쉬었으면 좋겠다며, 자기 주변에서 대체 언제 쉬는지 궁금하고 제발 좀 쉬었으면 좋겠는 사람 1순위라고 하더라.


근데 나도 정말 여러 가지를 하고 있지만, 언니를 보면 '대체 언제 빈틈이 있는 거지?' 생각한다.


가은 직장을 그만두겠다 결심하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찾아봤다. 근데 실은 거기서부터 잘못되었던 거다.


우리는 일을 벌이는 타입이다.


가은 맞다. 뒷 일을 생각 안 한다.


일단 넣어본다(웃음)


가은 만약 (지원했던 게) 다 되면 어쩔 건가. 그 상황을 생각했어야 했다,.


나도 그런 생각 안 한다. 일단 넣고 보고 다 합격해 버리면 그때 어떻게든 되겠지, 어떻게든 해낼 수 있어, 좀 무리하지 뭐. 이렇게 생각한다,


가은 지금 재택 알바로 보고서 작성하고 논문 쓰는 일을 야매로 하고 있고, 경기도 청년 연구하고 있고, 서울 연구원 거 연구하고 있고, 은평구 청년 정책 네트워크인가 그게 네 번째 일이고, 아까 말했던 성북구 거 있고, 동대문구에서 뭐 하는 게 있다. 심지어 거기 교수님이랑 논문도 같이 쓰고 있다.


진짜 대박이다. 대체 언제 쉬는 건가.


가은 이걸 어제 추려봤다. 왜 이렇게 정신이 없는지 원인을 파악해 보고 싶어서. 번아웃은 아닌데 가끔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가 '내가 지금 뭐 하고 있지?' 이러면서 일의 순서도 막 헷갈릴 때가 있다. 그래서 가만히 앉아서 커피를 마시면서 천천히 세어 봤다. 근데 너무 많은 거다(웃음) 그렇다고 지금 와서 관둘 순 없지 않나.


끝맺음은 해야 하니까. 나는 예전에는 쉼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입사하고 나서 봄 무렵까지만 해도 회사 끝나면 바로 당연하다시피 책상에 앉아서 잠들기 전까지 끊임없이 뭔가를 했다. 말 그대로 '빈틈'이 없었다. 회사에서 돌아오면, 이제 '내 일'을 하는 시간인 거다. 그렇게 돌아가는 루틴이 그렇게까지 버겁지도 않았다. 왜냐면 나에겐 너무 당연했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잘 쓰고 있다는 만족감에 취해있었으니까. 근데 어느 순간부턴가 '정신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은 맞다. 정신이 없다.


그래서 왜 정신이 없지? 살펴보니까 하고 있는 게 10가지나 되었던 거다. 아, 이건 정신이 없을 만하다 싶었다. 나 같은 경우는 월요일이 와서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면, 이번 주에 유튜브 영상 하나 올리고 블로그 포스팅하고 디자인 작업하고 글도 쓰자고 정해 둔다. 그러다 보면 내가 뭘 했는지 안 했는지도 헷갈릴 지경이 온다. 그러다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었지?' 싶었다.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이게 지금 뭐 하는 거지... 그래서 일단 싹 다 내려놓아볼까 싶을 때 마침 접했던 개념이 'DO ONE THING'이라고, 하루에 하나만 하자는 개념이었다. 나한테 꽂힌 거다. 근데 또 해봤더니 나랑은 안 맞았다. 하루에 블로그 포스팅 딱 하나만 하면 시간이 좀 남지 않나. (그 비는 시간에) 이것도 더 할 수 있을 텐데... 하면서 괜히 시간만 낭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래서 타협을 본 게 '인풋데이'하고 'NO트북데이;'였다. 인풋데이도 (마냥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뭔가를 머릿속에 집어넣는 거지 않나. NO트북데이는 저번 주부터 시작한 건데, 만약 내가 '오늘 그냥 쉬어야지'라고만 생각하고 쉬면 노트북은 저 앞에서 아른거리고 오늘도 뭔갈 했어야 했는데 못했다는 죄책감만 든다. 하지만 NO트북데이를 지정해서 이 날 만큼은 안 해도 되는 날이라고 스스로와 약속을 하니 죄책감이 덜 드는 거다. 이건 좀 맞는 것 같다.


가은 나도 좀 해볼까.


그렇게 의도적으로 쉬는 날을 정해놨다. 어설프게 '오늘은 좀 뒹굴뒹굴해볼까'하면 죄책감이 너무 심하다.


가은 난 (스케줄표 정리한) 엑셀이 나를 너무 옭아매는 것 같다. 물리적으로 시간을 얼마 들이지 않아도 그냥 (그날 해낸 항목은) 일단 다 적는다. 그럼 사실상 5분, 10분밖에 투자 안 한 일도 (오늘 해낸 리스트에) 포함되니, 시각적으로 되게 많이 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가 오늘처럼 누군가를 만난 날엔 이 시간 동안 뭘 할 수 없으니 셀을 삭제하게 되는데, 그럼 (전 날 보다) 상대적으로 확 비어 보이는 거다. 전날은 이만큼이나 했는데... 이러면서 자꾸 시각적인 거에만 꽂히게 되는 게 문제다.


시각적으로 보이는 양에 비례하는 양만큼 더 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가은 그렇다. 오히려 오늘 더 얻은 게 많다. DDP 보면서 좋은 공간도 발굴했고. 이런 게 진짜 성과인 건데 그런 질적인 걸 보지 않고, 양적인 거에만 꽂혀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하는 일도 맨날 통계 돌리는 일이다 보니 뭘 봐도 이게 몇 퍼센트일까 생각하게 되고, 어느 순간 사고 회로가 그렇게 되어버렸다는 걸 비교적 최근에 깨달았다. 그래서 다시 질적인 것에 포커싱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요즘 책도 너무 못 읽고, 일과 관련된 것만 하다 보니 정작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게 뭘까 생각도 든다. 어제 집에 누워 있는데 친구한테 전화가 와서 갑자기 전시 하나만 추천해 달라 하는 거다. 그래서 "왜 그걸 나한테 전화 해?" 했더니 "네가 그런 거 보는 거 좋아하잖아." 이러는 거다. 그래서 속으로 '내가 그랬나?' 싶었다. 예전엔 거의 매일 하나씩 찾아다닐 정도로 좋아했는데. 그래서 갑자기 마음이 아팠다. 전시 같은 거 보는 것도 나한텐 쉼이었는데 어느 순간 그것도 잊을 정도로 일에 매몰되어 버린 거다. 갑자기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좋아하는 걸 잊고 살 정도로 빈틈을 만들어 두지 않았다는 거구나.


가은 그게 너무 놀랍고 무서웠다. 친구들이 나를 워커홀릭이라고 부르는데 난 그 말이 너무 싫었다. 그렇게 살기 싫었거든. 근데 그런 사람이 되어버린 거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친구들 중에도 "야, 그냥 좀 쉬어" 이렇게 말해주는 친구가 있고 구체적으로 얘기해 주는 친구가 있는데, 나한테 맨날 쉬라고 한다는 그 친구는 항상 구체적으로 말해준다. 너랑 비슷하게 일요일만이라도 일 생각 안 하는 날이었으면 좋겠다면서. 하지만 그게 되냐고...


나도 사실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날로 정해놨다고 해서 진짜로 아무것도 안하진 않는다. 그래서 더 구체적으로 '노트북'을 안 보는 날로 정했던 거다. 노트북만 안 볼뿐이지 책을 읽어도 되고 전시를 보러 가도 되는 건 자유니까. 그냥 핸드폰으로 영화나 유튜브 볼 수도 있고. 그러니까 훨씬 나한테 맞더라고. 그냥 아무것도 안 하는 날이라고만 정하면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좀...' 이런 기분이 드니까. 워라밸이라는 말이 몇 년 전부터 많이 나오는데, 이런 말을 본 적이 있다. 워라밸에 집착하는 것 자체가 일은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라이프를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전제에 깔린 것 아니냐는... 일리가 있는 말이다. 워라밸이란 일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일과 분리된 나의 라이프를 되찾자는 개념이니까. 그렇게 하기보다 일도 괜찮게 라이프도 괜찮게, 라는 방향으로 생각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말을 얼마 전에 접했다. 언니도 아까 말했듯 직장생활은 나인투식스라는 그 시간 동안만 일하면 되니까 일과 라이프가 딱 분리되는, 그야말로 워라밸에 정석인 시스템이다. 주말 이틀 동안은 라이프에만 집중할 수 있는 거니까. 반면 프리랜서 같은 경우는 겉으로 보기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워라밸스러운' 모습이지만 사실 그거야 말로 일과 라이프가 분리가 안 되어 있는 것 아닌가. 아까 언니도 자유로운 게 자유로운 게 아니고, 오히려 일과 라이프를 분리할 수가 없다고 말한 것처럼. 학창 시절도 그와 비슷하게 과제는 주말에도 하고. 밤새 하고. 끊임이 없지 않나. 그래서 동기들과도 얘기하면서, 결국 자신이 어떤 휴식 방법에 더 맞느냐에 따라서 나중에 직장 생활을 할지 프리랜서 생활을 할지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는 얘기를 했다. 쉼을 고민하는 게 나의 일을 고민하는 것과도 같은 거다. 그렇게 생각하면 난 프리랜서가 더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은 (프리랜서가) 확실히 좋은 점은 있다. 예를 들어 몸이 아프진 않지만 유난히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기분도 안 좋은 날이 있지 않나. 그런 날엔 스스로 오늘은 그냥 쉴 수 있다는 게 진짜 좋은 것 같다. 그게 거의 유일한 장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 하나가 크다.


내 마음의 소리를 들어준다는 거니까. "너 오늘 하기 싫구나" 알아주고. 그러고 보면 너무 잔인하다. 그런 마음을 억지로 끌고 회사로 출퇴근하는 게.


가은 육체적으로 아픈 건 다 인정해 준다. 근데 왜 정신적으로 힘들고 아픈 건 아무도 봐주지 않을까. "저 오늘 배가 아파서 회사 못 가요"하면 "어, 그래. 쉬어~" 하는데, "저 오늘 너무 우울해서 회사에 가기 힘들어요" 하면, 말이 안 되지 않나. 그러면서 사회에서는 정신이 아픈 건 감기로 아픈 거랑 똑같은 거라는 걸 강요한다.


그게 용납되는 사회가 아닌데.


가은 첫 직장 다닐 때 되게 우울했었다. 출근길마다 이런 생각을 했다. 왜 감기 몸살이 걸리고 배가 아플 땐 출근 못 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난 죽고 싶을 정도로 우울한데 왜 이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지?


컨디션 챙기라는 말이나 돌아오고.


가은 "밤에 잠 못 잤어?" 이런 소리만 듣고. 왜 몸이 아픈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정신이 아픈 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못 하는 건지.


충분히 노력하면 회복할 수 있고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오히려 더 컨트롤하기 힘든데. 두통처럼 바로 드는 약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은 그땐 그런 걸로 되게 화가 났다.


충분히 생각해 볼 만한 문제다.


가은 그러다 보니 당연히 사람들이 정신과를 가는 걸 꺼릴 수밖에 없다.


맞다. "저 정신과 가려고 병가 좀 낼게요" 하는 건 익숙한 그림이 아니다. 마음을 치료하기 위해 병가를 낸다는 것 자체가 일반적으로 통용되지 않는다. 오늘 하루 너무 기분이 안 좋아도, 그냥 내가 어떻게든 극복해서 출근해야 하는 문제로 (비춰진다).


가은 의지가 없다느니 어쩌니.


멘탈이 약하다느니.


가은 그래서 (프리랜서를 하면) 그런 걸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거기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점이 좋은 거 같다. 그리고 또 하나 좋은 건 팀플이 없다는 것. 서울 연구원은 넷이서 공동작업하고 경기도 건은 내가 혼자 하고 있는데 그 두 가지를 병행하니까 느껴진다. 난 확실히 혼자 하는 게 맞는 사람이라는 걸.


나도 혼자 일 하는 게 맞는 사람이다. 그래서 회사 일을 하면서도 자꾸만 개인 프로젝트를 하는 거고. 나중에 나만의 브랜드나 가게를 차리고 싶은 것도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거다. 필요할 때는 누군가와 협업할 수 있겠지만 어딘가에 소속되어서 톱니바퀴처럼 일하는 건 (싫다).


가은 난 여태껏 회사에 소속되어 일을 해왔기 때문에 내가 직접 주제를 고르고 추진했던 적이 별로 없다. 큰 범주가 정해져 있고 그 안에서 사소한 걸 결정할 수는 있지만, 이건 이미 방향성이 결정된 사안이고... 근데 이번에 경기도 연구를 준비하면서 처음부터 내가 주제를 발굴한 게 처음이었다. 정말 색달랐다. 설렜던 것 중에 하나는 내가 이것의 책임자가 되었다는 것. 많이 배울 것 같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누군가의 돈이 들어가는 순간 거기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데, 거기에서 오는 책임감(이 남다르다). 그러다 보니 더욱 쉴 수가 없고.


타협의 문제인 거 같기도 하다. 오늘 하루 쉬면 내일 좀 더 열심히 하면 되는데. 그 사람의 돈을 받으면서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는 일종의 나만의 기준이자 약속인 거다. 이 정도는 노력하고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그러고 있지 않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 동기들과 얘기하다 이런 힌트를 발견했다. 우리가 잘 쉬었다고 느끼는 순간은 뭔가와 1:1로 연결되었을 때라고. 아무리 좋은 곳에서 휴양하고 놀아도 머릿속 한 구석으로는 회사 일이라든가 해야 하는 일들을 생각하면 온전히 놀고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있지 않은 거다. 핸드폰을 하는 것도 핸드폰 안의 넓은 세상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정신적인 피로감이 더 든다. 그래서 종이책과 나, 이렇게만 연결되어 있다든가 좋은 곳을 가면 속세를 다 던져버리고 그곳과 나, 이렇게만 연결지었을 때 좀 잘 쉬었다고 느끼는 것 같다.


가은 물아일체인가.


근데 그게 명상과도 똑같다고 한다. 난 명상이라고 하면 가부좌 트는 것만 생각했었는데, 저번에 요가를 즐기는 친한 언니를 만나 얘기를 들어보니까, 일상에서 몰입하는 모든 순간들이 다 명상이라더라. 몰입해서 글을 쓰면 그것도 명상이고...


가은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명상'을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하나에 몰입한 적이. 확실히 쉼이 없기 없나 보다. 너무 하는 게 많아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나도 가짓수를 줄이려고 유튜브를 뺀 거다. 멀티태스킹을 하다 보면 나와 연결되어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1:1로 제대로 마주하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든다. 그냥 얘 적당히. 쟤 적당히. 징검다리 건너듯 가는 거지.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서 가짓수를 줄였다. 그래서 요즘엔 삶에 굉장히 여백이 많아진 느낌이다.


가은 다행이다.


그러면서 예전만큼 효율적으로 못 살고 있다는 죄책감도 느낀다(웃음) 예전에는 일주일 동안 이만한 일을 했다면 지금은 그러지 못하니까. 그래도 오히려 좀 더 잘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 인생이 전력질주도 아니고 적당히 쉬면서 가도 되는데 왜 그렇게 늘 전속력으로 달렸을까 싶다. 그래서 지금은 조금 페이스를 고르면서 가는 중이다.


가은 난 약간 반대다. 나도 줄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줄일 수 없는 상황이니까. 대부분의 일이 11월에 다 끝나서 어차피 길어 봤자 네 달 남았으니까 그때까지만 참자, 이런 느낌이다. 지금 모든 걸 다 갈아 넣어서 깡그리 다 해 버리고, 탁! 내려놓는. 그래서 12월 중순에 2학기 종강할 때만 기다리고 있다. 근데 그때도 아마 뭔가를 하고 있을 거다(웃음).


새로운 걸 찾아 나서고 있겠지.


가은 그래서 내가 지금 상상하는 것만큼 드라마틱한 쉼을 누릴 순 없겠지만, 그래도 생각만 해도 뿌듯할 것 같다. 쌓이는 게 너무 크니까.


4개월 뒤에 언니는 적어도 6가지 일을 마친 사람이 되어 있는 거다.


가은 그거 생각하면서 버티는 것 같다. 단순히 내 커리어에 한 줄 들어간다는 차원이 아니라 그런 경험들을 해 봤다는 거 자체가 (의미 있게 남을 것 같다). 난 여태까지 포트폴리오가 예술인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한 번 그런 걸 남겨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대외활동이라고만 생각하지 않고 내 일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니까 정신은 없지만서도 애착은 간다. 하는 김에 확 집중해서 끝내버리고 나중에 결과물이 나올 것을 떠올리면 너무 행복하다. 2021년을 이렇게 보냈어, 하면서 (뿌듯할 것 같다). 근데 사실 감사하기도 하다. 지원했을 때 다 안 됐었을 수도 있지 않나. 그랬을 때 느낄 무력감을 생각하면 (지금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는 게)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코로나 때문에 여행도 못 가고 있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만 있었으면 우울감을 느꼈을 것 같다. 근데 지금은 우울감을 느낄 시간도 없다.(웃음)


언니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완벽한 쉼의 하루를 설정한다면 어떤 모습일 것 같은가.


가은 일단 혼자 있어야 된다. 가족이나 친구든 아무도 없이 오롯이 나 혼자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내가 하는 행동들이 누군가의 영향을 받는 게 아니라 온전히 나의 자유의지대로 이루어지는 거. 거기엔 일도 포함되겠지? 일도 엄밀히 말해서 내가 하고 싶어서 한다기보다 시키기 때문에 하는 거니까. 그래도 예를 들어 일요일에 쉬기로 했다면, 원래 일요일에 하기로 했던 걸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조금씩 나눠서 분배해 둬야 할 것 같다. 그건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최대한 나와의 타협이다. 그럼 일요일은 이미 할 걸 끝내 놨으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3-4시쯤 일어나서 씻지도 않고 누워서 넷플릭스 볼 거다. 누구랑 연락도 안 해야겠지? 그 상태로 혼자 쉬는 게 나한텐 쉼일 것 같다. 아무리 친구와 같이 있더라도 스트레스를 암암리에 받을 수밖에 없으니까.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지.


가은 요즘은 일을 많이 하면서 사람들과 네트워킹 할 일이 많다 보니 그런 데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쉼이라고 하면 우선 혼자 있는 게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 다른 건 모르겠고 일단 혼자 있는 게 제일 중요하다. 그리고 아무도 날 터치하지 않는 것. 부모님 포함. 난 그 정도 일 것 같다. 딱히 이런 행동을 해야지, 하는 건 딱히 안 떠오른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나 보다. 아무런 행동이 안 떠오르는 걸 보면(웃음).


무의식적으로 몸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 바라고 있나 보다.


가은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누워 있던 게 언제였나 싶다.


나는 가끔 정말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순간이 있다. 자기 전에 불 다 꺼 놓고 캔들 워머랑 스탠드만 켜 놓은 채로 노래 틀어 놓고, 침대에 기대어 앉아서 책을 읽다가 '아, 이제 좀 자 볼까' 하고 책을 탁 내려놓고 그냥 앞에 허공 바라볼 때. 멍 때리는 시간. 그 찰나에 엄청난 행복감을 느낀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쉰다니 뭐니 해도 언제나 '생각'을 하고 산다. 늘 뭔가를 계속 생각하고 뭔가를 계속 보고... 책을 보고 넷플릭스를 보고... 뭔가가 계속 머릿속에 들어오고 있다. 멍을 때리는 시간이 없는 거다. 아무것도 안 하고 멍 때리는 그 순간, 갑자기 내 빽빽했던 일상에 바람이 휭~하고 통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래서 가끔 1분 정도 가만히 멍 때릴 때가 있다.


가은 진짜 한 번도 멍 같은 걸 때려 본 적이 없다.


건강에도 좋을 것 같다. 자기 전 1-2분이라도. 정말 작은 시간이지 않나. 사실 멍 때린다고 해도 아무 생각을 안 하는 건 아니다. 그 틈을 비집고 오만 생각이 다 든다. 하지만 그러한 잡생각도 한 곳에 멍하니 앉아 그 생각들을 천천히 관찰하면서 흘러가게 내버려 두는 시간조차 없지 않나. 평소엔 내가 무슨 잡생각을 하는지조차 별로 의식 안 하고 살지 않나. 그런데 그렇게 가만히 멍 때림으로써 비로소 그 본질적인 잡생각들과 마주하면서 천천히 가다듬어 보고 버릴 생각들은 버릴 수 있게 되더라고. 고작 1-2분 동안에. 그렇게 가만히 있으면 요즘 내가 가장 신경 쓰는 거나 나중에 뭐 하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도 떠오르고. 그럼 그 생각들을 그저 찬찬히 관찰한다. 그때가 정말 좋더라.


가은 얼마 전에 남자친구랑 글램핑을 갔는데 남자친구가 되게 부러웠던 순간이 있다. 밥 다 먹고 장작을 때어서 불멍을 하는데, 난 그게 예뻐서 사진 찍는 데만 집중하고 있었거든. 근데 남자친구는 그 짧은 시간에 불멍을 때렸던 거다. 난 생각이 끊이질 않아서 불멍 때리기 힘들더라고. 그래서 가만히 있지 못하고 마시멜로도 구워 먹고 그랬는데 남자친구는 그 사이에 홀로 평안을 유지하면서 불을 계속 보고 있던 거다. 그러면서 "나 불멍이랑 잘 맞는 것 같아"라고 말하는데, 그게 갑자기 너무 부러웠다.


나도 부럽다.


가은 "나 이거 좋아"라고 말하는 그 확신에 찬 그 모습이 부러웠던 것 같다. 돌아오는 내내 그 장면이 계속 생각났다. "나 불멍 좋아하는 것 같아"라고 말하던 그 장면이. "불멍이 좋았어?" 물어보니까 정말 아이처럼 신이 나서 "어, 나 불멍 진짜 좋아. 다음에 또 가자. 불멍 또 할래!" 하는데 그게 너무 부러웠다. 나는 대체 마음속의 밀도가 얼마나 꽉꽉 차 있길래 저런 게 들어올 틈이 없지... 부러우면서도 나한테 약간 화도 나면서 안쓰럽기도 하고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나도 그랬을 것 같다. 다들 명상이 좋다길래 시도를 해 본 적이 있었다. 근데 생각들이 끊임없이 들어오는 거다. 그래서 난 명상이랑 안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제 클레어스 서울 X 루시드 아일랜드 명상 팝업 전시를 갔다 왔다. 근데 거기서 명상을 하는데, 생각이 들어와도 괜찮다는 거다. 생각이 들어오면 들어오는 대로 내버려 두고 '어, 내가 방금 딴생각을 했네' 알아차리고 다시 돌아오면 된다는 거다. 생각이 들면 이런 생각이 드는구나, 흘려보내고. 평소에 불멍처럼 멍을 때리거나 완전한 빈틈의 시간을 가져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제주도 가서 한적하게 자연만 바라보면서 멍 때리는 시간... 난 쉼 하면 이런 게 가장 먼저 떠오른다. 자연을 그냥 바라보고 있는 거지. 햇빛이 내리쬐는 각도, 바람에 움직이는 풀의 기울기... 그런 걸 진득이 관찰할 여유가 없는 것 같다.


가은 여유가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이 스텝이 끝나면 다음이 기다리고 있고. 또 다음이 있고. 우리가 왜 죄책감이 들까 얘기해 봤을 때 동기들은 이게 일종의 직업병이라고 하더라고. 시디과이다 보니 평소 학기 중에는 가만히 있으면 큰일이 나는 거지. 과제가 남아 있는데 지금 이 시간에 가만히 있으면 과제를 못 끝낸다든가 퀄리티가 허접해질 테니 하는 걱정들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거지다. 항상 뭔가를 해야 하는 거다. 그거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보니 아무것도 안 한다는 그 상태 자체가 불안한 걸 수도 있다고 (그러더라). 나도 생각해 보면 지금은 J이지만 고등학교 때까진 P였다. 내 인생에 계획이라는 게 전혀 없었다. 맨날 벼락치기하고 나중에 아이돌 소속사 들어가서 힙합 할 거라고 진지하게 말하고 다녔다.(웃음) 인생에 도무지 계획이란 것도 없고 학교 갔다 와서는 온종일 생산적인 거라곤 1도 안 하고 맨날 놀았는데도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하루에 할 일을 꽉꽉 욱여넣지 않으면 안 되는 타입이 된 거다. 근데 그게 대학교에 들어와 과제에 적응하면서부터였거든. 도태되는 거다. 학창 시절처럼 살았다가는.(웃음) 살아남으려고 J가 된 거다. 그래서 난 스스로 '생존형 J'라고도 말한다(웃음).


가은 나도 대학에 들어오면서 많이 바뀌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 다닐 땐 그야말로 인생이 벼락치기였다. 공부라는 걸 전혀 안 하고 네 말대로 그땐 죄책감도 없었다.


진짜 개판으로 살았다. 오죽하면 어제 만났던 중학교 때 친구가 그러기를, 난 별로 기억에 없지만 걔가 중학교 때 나한테 이런 편지를 쓴 적이 있다고 했다. "그렇게 노는 것도 좋지만 좀 생각을 하면서 사는 건 어때?" 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 진심 어린 충고를 담은 편지를 (썼다고). 내가 그 정도로 개판으로 살았던 건가...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을 불안하게 할 정도로(웃음)


가은 나도 학창 시절 때 공부를 진짜 안 하긴 했었나 보다. (친구들이 말하길) 하루 일과가 아침에 학교 오면 조회 끝나고 잠깐 사이에 여행 책을 그렇게 빌려 읽었다고 한다. 그것도 거의 산처럼 쌓아두고. 그때 내 꿈이 여행작가였거든. 나중에 전 세계를 돌면서 살다가 외국인 남친을 만나고, 자녀가 생기면 같이 또 세계를 돌겠다는 망상에 젖어있던 시기였다. 지금이랑 너무 다르지 않나. 이렇게 일중독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친구가 말하길 얘는 맨날 여행 책 읽고 잠만 자서 나중에 뭐 될까 궁금했다는데, 이렇게 대학원에 오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단순히 P와 J라고 하기에는 너무 극단적으로 달라졌다. 아예 사람이 바뀐 거다. 근데 역시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대학교에 들어온 게 맞다.


그래도 생각 없이 살았던 시기보다 밀도 있게 사는 과정에서 내가 진짜 뭘 좋아하는지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 사실 어렸을 땐 지금보다 좋아하는 게 더 많았다. 영감 같은 것도 물 밀듯이 들어오고. 그때는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피아노도 치고 작곡도 하고 미친 듯이 지냈다. 오히려 지금은 머리가 딱딱해졌다고 느낄 정도이다. 그때도 내가 이런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꽤나 확신을 하면서 지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는 내가 어떤 감성의 사람인지는 잘 모르고 행위에만 집착하면서 놀았던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확실히 내가 어떤 것에 설렘을 느끼는지 좀 더 본질적으로 알게 된 것 같다. 쉼 없이 살면서 그러한 이점은 있었다.




OUTC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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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질문들에 한 번 대답을 고민해 보세요!)


Insight


1. 쉼은 곧 어떤 것과 1:1로 연결되고 마주하는 시간이다.

2. 어떻게 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가에 대한 힌트가 준다.

3. 나의 쉼의 패턴을 파악하고, 나에게 맞는 '휴식의 날'을 정할 수 있다.

4. 쉼과 힐링은 조금 다른 개념일 수 있다.

5.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쉬는 것이 아니라, 쉼을 먼저 또렷이 만들면 일도 또렷해진다는 순서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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