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적하다는 것은 부드럽다는 것

걸리적거리지 않음의 부드러움

by 위시

기분 좋은 생활은 어떤 생활일까요? 취향으로 둘러싸인 생활, 아늑하고 포근한 생활, 단정하고 깨끗한 생활… 여러 가지 모습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기분 좋은 생활이라고 하면 ‘쾌적하다’라는 수식어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그렇다면 일상 속에서 쾌적하다는 것은 과연 무슨 의미일까요? 고민 끝에 저는 다음과 같은 답을 내렸습니다. 쾌적하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부드러운 것’이라고요.


고양이를 쓰다듬거나 폭신한 식빵을 만질 때의 부드러움과는 조금 다른 의미의 부드러움 말입니다. 덧붙이자면 ‘걸리적거리지 않음’의 부드러움이라고 말해 볼까요? 하나의 단순한 동작을 하더라도 걸리는 것 없이 부드럽게 편안히 이루어지는 감각. 그것이 일상 속 쾌적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쾌적한 생활을 위해 어느샌가부터 저절로 하지 않게 된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중 하나를 예를 들자면 네일아트입니다.


처음 네일아트를 해 본 것은 4년 전 베트남 여행을 갔을 때였습니다. 평소 네일아트를 즐겨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한국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해 베트남 여행의 필수 코스라는 말을 듣고 한번 기분을 내 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여행 첫날 밤 완성된 손톱은 무척 예뻤고, 평소라면 부리지 않았을 사치를 한 덕에 특별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있지 않아 이 작고 예쁜 손톱은 성가신 존재가 되고 말았습니다. 혹시라도 벗겨질까 봐 화장실에서는 조심스레 단추를 잠그고, 샤워나 세안을 할 때도 신중을 기해야 했어요. 혹시라도 큐빅이 떨어져 나갈까 신경이 온통 손끝으로 갔고, 그러다 모르는 새 없어져 있으면 금방 속상해졌지요. 평소라면 부드럽게 행했을 일상의 행동 하나하나에 브레이크가 걸렸습니다. 평소에는 달려 있는지도 느껴지지 않던 이 작은 손톱 때문에 이렇게 일상에 제동이 걸리다니! 새삼 불편함을 깨닫게 된 이후로, ‘일상의 동작을 부드럽게’ 할 수 있는 습관에 더욱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아예 포기하진 못해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앗, 성가시네’ 생각하고 있는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지난가을, 마음에 들어서 산 이후로 줄곧 차고 다니는 천연 자개 반지입니다. 저는 반지를 포함한 액세서리를 좀처럼 착용하지 않지만, 개성 있는 형태와 볼륨감에 마음이 뺏겨 그만 새롭게 하나 들였습니다. 멋을 내고 싶은 날이면 외출할 때마다 끼고 다니는데요. 역시 그만큼 사소한 성가심도 늘었습니다. 요즘처럼 손을 자주 씻어야 할 시기에 매번 반지를 빼야 해서 번거롭고, 그렇지 않을 경우엔 반지를 낀 부분만 물기를 잘 제거하지 못해 찝찝한 기분이 들지요. 또 핸드크림을 바를 때도 마찬가지이지요. 이외에도 알코올 소독이나 음식점에서 물티슈로 손을 닦을 때, 정교한 재단 작업을 할 때 등 반지가 눈엣가시처럼 여겨지는 순간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렇게 잠시 빼두었던 반지를 잃어버리기라도 할까 노심초사했던 적도 많습니다. 반지 없던 그동안 일상은 꽤나 자연스럽고, 손으로 하는 모든 동작이 부드럽게 이루어졌는데 말이에요. 아직까지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즐겨 착용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다시 반지 없는 생활로 돌아가거나 아주 심플한 실반지를 하나 구입하게 될지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불편함의 경우,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을 만한 정도의 성가심이 대부분입니다. 네일아트를 하거나 반지를 끼고 있다고 하여 일상에 큰 지장이 생기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보다 쾌적한 생활로의 한 발짝은 이런 사소한 성가심을 살짝 덜어내는 데에서 오는 게 아닐까요? 두 번 거칠 동작이 한 번에 부드럽게 되는 것, 하나의 동작을 하더라도 걸리적거리는 것 없이 자연스럽게 하는 것에 쾌적함의 힌트가 숨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이 부드러운 쾌적함은 비단 개인의 일상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계단 한쪽에 만들어 둔 경사로, 발판이 내려오는 저상버스 등의 시설 덕분에 거동이 불편한 사람도 휠체어를 탄 채로 부드럽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 사회적으로도 이런 ‘부드러운 쾌적함’을 늘 염두에 둔다면, 불편을 감수해야 할 사회구성원이 줄고 더불어 더 쾌적한 일상을 누릴 수 있겠지요.


지금 현대인들의 일상을 편리하게 만든 많은 위대한 발명의 출발점을 떠올려 봅니다. 사소한 불편함을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된 것들이 많습니다. ‘조금 성가시네’라고 느끼는 것을 주의 깊게 들여다 보고, 동작을 한층 부드럽게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생활 습관을 가져 봅시다. 어쩌면 그것은 ‘반지를 빼고 다녀야지’와 같이 무척 별 것 아닌 발견일지도 모릅니다.



<오늘의 기본> 2023 연재를 시작합니다

기본은 늘 중요합니다. 오늘의 중심을 지키는 나다운 질서가 되어 줍니다.

일상 속에서 문득 느꼈던 소소한 깨달음과 교훈, 생활의 규칙과 태도 등 삶을 더욱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라이프마인드(Lifemind)'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본의 작가 마쓰우라 야타로 씨가 일상에서 느꼈던 생활의 힌트들을 틈틈이 기록한 <생활의 수첩>에서 영감을 받아 연재하는 시리즈입니다. 우리 함께 나다운 기본을 찾아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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