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하나 어루만지며 감사 인사하기
벌써 자취 4년 차. 혼자 살다 보니 살림의 무서움을 깨닫습니다. 고작 한 사람 분의 삶인데도 이렇게 품이 많이 드는구나 하고요.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치러야 하는 집안일은 설거지와 빨래입니다. 하지만 지금껏 반복하다 보니 이런 생각도 듭니다. 귀찮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귀찮은 게 집안일이지만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면 한없이 새로워지는 것도 집안일이라고요. 그래서 저는 지금 설거지와 빨래를 일종의 사교 시간으로 삼고 있습니다. 집 안의 물건들과 한층 친해지고 감사의 인사를 건네는 시간 말입니다.
물건에 어떻게 감사 인사를 전하냐고요? 준비물은 손과 마음, 단지 두 가지입니다. 설거지를 할 땐 기본적으로 상냥하게 합니다. 싱글벙글 웃으며 한다는 뜻이라기보다는 물건에 상냥한 태도를 갖는다는 뜻입니다. 아무리 급하거나 귀찮아도 우당탕탕 소리를 내며 거칠게 그릇을 닦지 않습니다. 대신 아이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것처럼 부드럽게 닦습니다. 그리고 속으로는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오늘도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해 주어서 고마워' 하고요. 이 그릇 덕분에 오늘 하루 나를 건강하게 한 밥과 반찬을 담아 근사한 식사를 할 수 있었으니까요. 또한 한 달 전부터는 미니멀라이프 도전의 일환으로 쭉 사용해 오던 그릇 거치대를 없애고, 설거지를 끝낸 뒤 바로 행주로 그릇의 물기를 닦아 정리하고 있는데요. 그때도 생활을 지탱해 주는 부엌의 물건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듯 기쁜 마음으로 정성껏 닦습니다. 이 독특한 사교 시간은 빨래를 갤 때도 이어져, 잘 마른 수건과 속옷 등을 최대한 다정한 손길로 가지런히 갭니다. 훅 풍겨 오는 달콤한 섬유유연제 향을 마음껏 맡으면서요.
집안일을 할 때는 되도록 서두름 없이 천천히 여유를 즐기면서 합니다. ‘얼른 해치워야 하는 집안일’이 아닌 ‘일상을 함께하는 집 안의 물건들과 친해지는 시간’으로 여기기 위해서요. 물론 집안일이 많지 않은 1인 가구이기에 누릴 수 있는 풍요로움일지도 모르겠지만, 물건을 두 손으로 직접 만지는 시간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설거지와 빨래는 가장 자주 사용하는 집 안의 물건을 한눈에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대표적인 집안일입니다. 마음에 여유를 갖고 설거지와 빨래를 하다 보면, 매일 입고 사용하는 익숙한 물건이지만 그렇기에 별 탈 없이 반복되는 평온한 생활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듭니다. 설거지와 빨래를 하는 짧은 순간을 활용해 집 안의 물건을 다시 바라보고 생활에 대한 감사를 느낀다면, 일상을 함께하는 집 안의 반려 물건들이 더욱 애틋하게 느껴질 거예요.
이와 비슷한 행동으로, 외출 후 집에 돌아와 옷을 벗어 정리할 때도 의식적으로 다룹니다. 오늘 하루 입은 옷을 제대로 바라보고, 천천히 감촉을 느끼며 주름이 지지 않도록 경건히 개어 넣습니다. 단정한 차림으로 오늘 하루 따뜻하게 바깥을 돌아다닐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웠다는 마음으로요. 그런 짧은 의식 속에서 지금 내가 가진 옷에 대한 애정도 깊어지고, 더 오래 아끼며 입고 싶은 마음이 싹틉니다.
집안일은 나의 일상을 함께 지지해 주는 물건을 만지고, 느끼고, 감사를 전하는 일입니다. 집 안의 물건과 더욱 오래가기 위한 찰나의 사교 시간을 한번 즐겨 봅시다.
<오늘의 기본> 2023 연재를 시작합니다
기본은 늘 중요합니다. 오늘의 중심을 지키는 나다운 질서가 되어 줍니다.
일상 속에서 문득 느꼈던 소소한 깨달음과 교훈, 생활의 규칙과 태도 등 삶을 더욱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라이프마인드(Lifemind)'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본의 작가 마쓰우라 야타로 씨가 일상에서 느꼈던 생활의 힌트들을 틈틈이 기록한 <생활의 수첩>에서 영감을 받아 연재하는 시리즈입니다. 우리 함께 나다운 기본을 찾아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