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는 물건과의 연
어렸을 때부터 물건에도 감정이 있다고 생각하며 자랐습니다. 침대 맡에 두던 아끼던 미피 인형부터 평범한 검은색 머리끈 하나까지. 그래서 어딘가 상하거나 행여 잃어버리기라도 하는 날엔 그 물건이 외롭고 슬플까 밤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그 버릇은 어른이 된 지금도 어디 가지 않아, 웬만하면 물건과의 이별을 하지 않으려 애씁니다. 애초에 잃어버리는 물건이 없도록 매사에 주변을 꼼꼼히 챙기는 습관이 생기기도 했지요.
그러다 지난가을, 당근마켓으로 식물을 하나 데려오는 길에 정말 아끼며 잘 사용하던 천가방을 잃어버렸습니다. 서촌 편집숍에 입점된 작은 브랜드에서 산 가방으로, 이제는 단종되어 구매할 수 없지요. 무게며 크기며 패턴이며 모든 부분이 마음에 쏙 들었던 가방이었기에 다시 찾고 싶어 백방을 헤맸습니다. 오밤중에 버스 회사에 여러 차례 전화도 돌리고, 갔던 길을 다시 되짚어 멀리까지 나가보기도 하고, 경찰서에 분실물 신고까지 해 보았습니다. 할 수 있는 노력은 최대한 쏟아부었으나 그럼에도 그 가방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어요.
속상한 마음은 달랠 길 없지만, 어린 시절과는 달리 물건에 계속 미련을 두는 마음은 금방 내려놓으려 합니다. 나와 이 물건과의 연은 여기까지였던 것뿐이라고 생각해요. 행여 누군가가 몰래 주워갔더라도 그가 또 잘 사용하며 그 물건으로부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것이라고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끼던 물건과 이별하면 마음은 아프지만, 그 물건과 함께 있던 동안에는 누구보다 그 물건을 좋아하고 잘 사용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해 봅니다. 그리고 이내 집 안에 여전히 남아 있는 물건들을 둘러보며, 이 물건들은 아직 내 곁에 있을 때 더욱 아껴주고 잘 사용해야지 다짐하기도 합니다. “떠나간 후에 후회하지 말고, 있을 때 잘해”와 같은 말이 이럴 때면 비단 사람뿐 아니라 물건에도 해당되는 말 같습니다.
얼마 전, 도쿄에 놀러 가 소우소우 쇼룸에서 잃어버렸던 가방과 비슷한 재질과 크기의 가방을 발견해 하나 구입했습니다. 콤팩트한 사이즈에 무게도 가벼워 잠시 카페에 가거나 산책을 나갈 때 책 한 권 딱 넣고 다니기 좋은 가방이에요. 하나가 가면 하나가 오는 법이라는 것처럼, 그렇게 제 일상에 선물처럼 새로운 천가방 하나가 찾아왔습니다. 이 또한 새로운 연이겠지요. 이 가방과는 얼마나 오래가게 될지 아직은 상상할 수 없지만, 어떤 물건이든 제가 하기 나름에 달렸다고 생각하며 소중히 오래 쓰고 싶습니다. 혹여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또 언젠가 떠나간다 하여도, 그 또한 거기까지의 연이겠지요.
물건에는 아끼는 마음만, 집착은 버릴 것. 사람이 왔다 가듯, 물건도 왔다 갈 뿐입니다. 이렇게 보면 사람과 물건은 꽤 닮은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오늘의 기본> 2023 연재를 시작합니다
기본은 늘 중요합니다. 오늘의 중심을 지키는 나다운 질서가 되어 줍니다.
일상 속에서 문득 느꼈던 소소한 깨달음과 교훈, 생활의 규칙과 태도 등 삶을 더욱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라이프마인드(Lifemind)'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본의 작가 마쓰우라 야타로 씨가 일상에서 느꼈던 생활의 힌트들을 틈틈이 기록한 <생활의 수첩>에서 영감을 받아 연재하는 시리즈입니다. 우리 함께 나다운 기본을 찾아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