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을 오래 씁니다

플라스틱도 평생의 물건이 될 수 있다

by 위시

자취 연차가 쌓일수록 인테리어나 더욱 슬기롭게 살림하는 방법에 관심이 커지면서, 그동안 써 오던 물건들이 다시 보이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저렴한 맛에 구입해 잘 써 왔지만 슬슬 더 좋은 제품으로 교체하고 싶다거나, 이왕이면 플라스틱이 아닌 나무 소재로 마련하고 싶은 집기들이 눈에 띄었죠. 특히 플라스틱은 환경적으로 좋지 않다고 들어왔던 만큼, 환경에 더 이로운 소재의 제품으로 바꾼다는 명목을 내세워 소비를 합리화하고 싶던 것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 말고도 환경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해 본 적 있을 테지요. 꼭 환경 때문이 아니더라도 더욱 질 좋은 물건에 욕심이 나, 하나둘씩 집 안의 물건들을 교체했던 경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날 디앤디파트먼트 매장을 방문하고서 생각이 확 바뀌었습니다. 최근 몇 년 간 디앤디파트먼트에서는 플라스틱의 경년 변화에 주목한 인식 재고 및 재생산 프로젝트를 실천해 오고 있는데요. '플라스틱도 평생의 물건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에서 출발해, 플라스틱을 경시하며 쉽게 버리는 대신 오래 길들이며 사용하는 생활의 미학을 소개하는 운동입니다. 플라스틱도 다른 소재 못지않게 세월에 따라 남는 흔적과 빛깔의 변화가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이죠. 민중의 생활 속에서 오랜 세월 도움이 되어 온 플라스틱 물건들을 소개하는 전시를 열기도 했어요. 불과 얼마 전 다녀온 도쿄 여행에서도 디앤디파트먼트의 'LONG LIFE PLASTIC PROJECT' 팝업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플라스틱으로 된 물건도 오래 즐길 수 있다는 개념에 신선한 충격을 받고서 집 안의 물건들이 다시 보였습니다. 얼마 전까지도 슬슬 바꿀까 고민하던 저렴한 플라스틱 물건들이 곳곳에 있었지요. 싼 티가 난다고만 느껴졌던 플라스틱 소재가 다시 보이면서, 매끈하고 견고한 표면이 애틋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로 멀쩡히 잘만 기능하고 있는 물건들을 다른 걸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대신 한 번 구매해 집에 들인 이상, 오래오래 아껴 사용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죠.


제가 몇 년 간 잘 사용하고 있는 플라스틱 제품 가운데 하나는 다이소에서 구입한 천 원짜리 양치컵입니다. 사각에 라운딩이 된 형태의 하얀 컵으로,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형태가 언제 봐도 질리지 않아요. 여러 번 입을 헹굴 때도 전혀 부담 없이 가벼운 무게와 두께, 욕실 바닥에 몇 번이고 떨어뜨려도 전혀 금조차 가지 않는 견고함을 자랑합니다. 또 다른 제품으로는 마찬가지로 다이소에서 구매한 분홍색 분무기입니다. 식물 키우기에 욕심이 생기면서 더 좋은 소재의 분무기를 새로 들이고 싶었던 적도 있었으나, 지금은 현재 쓰고 있는 물건을 더욱 아끼며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어요.


집안 살림이나 인테리어에 정성을 쏟고 싶어 질수록 지금까지 써 온 물건이 성에 안 차 더 좋은 것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아무 데서나 저렴한 소재로 가볍게 구매했던 물건일수록 더욱 그렇지요. 그러나 한 번 집에 들인 후 그동안 나의 생활을 잘 지탱해 준 물건이기도 합니다. 정 없이 휙 교체해 버리는 대신 물건의 기능이 다할 때까지 십분 활용해 보도록 합시다. 애정을 갖고 지켜보다 보면, 세월에 따라 내 손길에 길들여져 가는 흔적의 매력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환경에 좋지 않은 소재의 물건일지라도 이왕 샀다면 금방 교체하지 않고 오래 쓰는 것. 그것이 반대로 환경을 더 위하는 길일 때도 있습니다.



<오늘의 기본> 2023 연재를 시작합니다

기본은 늘 중요합니다. 오늘의 중심을 지키는 나다운 질서가 되어 줍니다.

일상 속에서 문득 느꼈던 소소한 깨달음과 교훈, 생활의 규칙과 태도 등 삶을 더욱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라이프마인드(Lifemind)'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본의 작가 마쓰우라 야타로 씨가 일상에서 느꼈던 생활의 힌트들을 틈틈이 기록한 <생활의 수첩>에서 영감을 받아 연재하는 시리즈입니다. 우리 함께 나다운 기본을 찾아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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