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에 펜과 엽서 한 장을 넣고 다닙니다

손글씨를 보여주는 은밀한 일

by 위시

“난 어딜 방문해서 좋으면, 그 감상을 꼭 말씀드리려고 해”. 언젠가 그렇게 말한 바 있는 10년 지기 친구 E는 스몰토크가 자연스러운 아이입니다. 함께 카페에 갔을 때는 음료를 다 마신 후 ‘사장님, 여기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라며 꼭 짧은 칭찬을 아끼지 않아 마무리를 화기애애하게 하죠. 그렇게 사장님과 몇 마디 주고받다 보면 이 공간에 대한 기억이 더 좋아져, 나중에 한 번 더 오고 싶어지고 맙니다. 칭찬을 주고받으면 기분이 좋으니까, 라는 심플한 이유라나요.


그 친구가 스스럼없이 말을 거는 타입이라면, 저는 꼭 손수 편지를 써 남기고 오고 싶어 하는 타입입니다. 아무래도 조금은 더 수줍은 성격이기도 하고, 공간을 즐기는 동안 여유롭게 인사말을 고르는 게 좋기 때문이에요. 그래서인지 이번 일본 여행에서도 아쉬웠던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정말 좋은 공간이었다고 쪽지를 써서 드리고 싶은데, 그때마다 마땅한 종이가 없어 단념해야 했거든요. 아쉬운 대로 계산할 때 잠시 스몰토크를 나누곤 했지만, 역시 대화로는 전해지지 않는 손편지만의 풋풋하고 수줍은 감성이 있는 법이니까요. 앞으로는 여행할 때 가방 속에 작은 엽서나 편지지를 꼭 구비하고 다녀야겠다는 저만의 새로운 루틴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말로 할 수 있는 걸 왜 수고를 들여 손으로 쓸까. 스스로 물어도 보았습니다. 고민 끝에 의외로 단순히 내놓은 답 하나. 그것은 누군가의 손글씨를 보는 것은 꽤나 은밀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평소 누군가의 손글씨를 볼 기회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손글씨를 안다는 것은, 그만큼 그의 곁에 가까이 머물고 있다는 뜻이지요. 그렇기에 편지를 쓰는 일은 자신의 비밀스러운 한 조각을 슬며시 내어 보이는 행위입니다. 그 행위에 깃든 용기와 온화함이 사람의 마음을 콩콩 두드리는 것일 테지요.


그래서 저는 평소 넉넉한 사이즈의 편지지 말고도 우연히 슬쩍 남기고 오기 좋은 포스트잇 사이즈의 아담한 카드지도 집에 챙겨 둡니다. 어딘가 좋은 곳을 가게 될 거란 예감이 들 때, 가방에 쏙 넣고서 외출합니다. 가방 속에 펜과 엽서 한 장을 위한 자리가 있는 일상은 얼마나 다정한지요. 여러분도 마음에 들어 자주 가는 단골 카페가 있다면, 다음번엔 진심을 담은 작은 편지를 슬쩍 남겨 놓고 오는 건 어떤가요? 사장님과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나누게 될 좋은 기회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오늘의 기본> 2023 연재를 시작합니다

기본은 늘 중요합니다. 나다운 중심을 지키는 오늘의 질서가 되어 줍니다.

일상 속에서 문득 느꼈던 소소한 깨달음과 교훈, 생활의 규칙과 태도 등 삶을 더욱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라이프마인드(Lifemind)'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본의 작가 마쓰우라 야타로 씨가 일상에서 느꼈던 생활의 힌트들을 틈틈이 기록한 <생활의 수첩>에서 영감을 받아 연재하는 시리즈입니다. 우리 함께 나다운 기본을 찾아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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