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에 주인의식을 갖자
오랜만에 방 청소를 하다가, 버릴 생각으로 며칠 전 현관 앞에 내어 둔 스키니 진을 다시 거들떠보았습니다. 입을지 말지 마지막으로 더 고민해 보기 위해 한번 입어 보았는데, 생각보다 편하고 핏이 좋아 한동안 또 잘 입어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따라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바지 밑단에 달린 엉킨 실들이었습니다.
원래 디자인이 그러한 바지라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입었는데, 실은 그 실 때문에 불편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바지 속에 다리를 넣을 때마다 발이 실 사이로 빠져, 매번 수고롭게 다시 끼워 넣어야 하는 일이 부지기수였지요. 또 지금까지는 무던하게 넘겼지만, 실들이 마구 달린 모습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깔끔하게 봉제된 단정한 스타일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러다 문득 “그럼 직접 이 실을 잘라내 보자!”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가위를 집어 들었습니다.
5분 채 걸리지 않은 재단 끝에, 원하는 스타일의 스키니 진이 뚝딱 만들어졌습니다. 고작 밑단의 실을 제거한 것뿐인데, 마치 전에 없던 새 옷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새로워졌어요. 버릴까 망설였던 적은 언제고, 나의 손으로 직접 커스텀했다는 사실에 특별하게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동안 어느 한 구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버리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타협하며 입었던 옷들이 떠올랐어요.
가게에서 이미 완성된 옷을 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리폼이나 커스터마이징에 익숙하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은 샀던 모습 그대로 옷을 입기 마련입니다. 조금만 손을 대어 자신의 취향대로 바꿔볼 수 있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말이지요. 그러나 완제품이라도 나의 일상에 들어오는 순간, 옷은 얼마든지 변화무쌍하게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모습을 바꿀 수 있습니다.
다 좋은데 단추가 마음에 들지 않아 왠지 손이 잘 가지 않는 가디건, 달린 모자를 떼어내면 더 홀가분히 입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은 패딩, 길이감이 조금 아쉬운 티셔츠… 사소한 눈엣가시 때문에 옷장 속에 처박아 놓았던 옷들이 있나요? 그렇다면 직접 수선에 도전해 보면 어떨까요. 가위로 쓱싹 잘라내기만 해도 눈에 띄게 만족스러워지는 옷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디테일을 나에게 맞게 수정해 나가는 작업은 비단 옷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방, 가구 등 주위를 둘러보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것들로 만들 수 있는 물건들이 넘쳐납니다. 하다 못해 업무 프로세스에도 적용해 볼 수 있겠지요. 이런 마음가짐 또한 물건에, 내 일상에 주인의식을 갖는 또 하나의 값진 태도가 아닐까요! 자, 두려워 말고 시도해 봅시다!
<오늘의 기본> 2023 연재를 시작합니다
기본은 늘 중요합니다. 나다운 중심을 지키는 오늘의 질서가 되어 줍니다.
일상 속에서 문득 느꼈던 소소한 깨달음과 교훈, 생활의 규칙과 태도 등 삶을 더욱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라이프마인드(Lifemind)'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본의 작가 마쓰우라 야타로 씨가 일상에서 느꼈던 생활의 힌트들을 틈틈이 기록한 <생활의 수첩>에서 영감을 받아 연재하는 시리즈입니다. 우리 함께 나다운 기본을 찾아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