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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맨 먼저 가장 기분 좋은 일을 합니다

오늘을 맞이한 나에게 축복을

by 위시

우왕좌왕했던 일상이 서서히 제 속도를 찾아가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인생에서 수능 이후로 처음 맞이하는 공백기를 어떻게 잘 보낼 수 있을지 고민은 여전해요. 너무 치열하게도 게으르게도 지내고 싶지 않은데요. 학기 때 나름대로 유지했던 루틴이 있었듯, ‘백수 기간’을 위한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젯밤에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들 리스트를 정리한 뒤, 하루에 몇 시간 혹은 일주일에 몇 번 등의 빈도를 정해 보았어요. 그렇게 모인 루틴 중 매일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할 수 있을 일로 추려진 두 가지 일은 이 <라이프마인드> 당일자를 써서 업로드하는 것과 책을 한 시간 읽는 것이었습니다. 결국은 책 읽기를 선택했어요.


오늘 아침, 어제 세운 루틴을 본격적으로 실천할 첫날이 밝았습니다. 오전 10시쯤 일어나 5분 아침 요가를 하고 홍삼팩을 먹고 세안을 한 뒤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블루투스 스피커로 잔잔한 플레이리스트를 세팅하고, 어젯밤 자기 전에 읽다 만 <정확한 사랑의 실험>이란 책을 이어서 읽기 시작했어요. 창도 열지 않아 온통 고요한 방에서 그저 페이지만을 넘기며,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머리와 몸을 깨워 갔습니다. 따뜻한 차도 내려 한 모금씩 들이키면서요.


흔히 성공한 이들은 머리가 가장 맑고 효율이 좋은 아침 시간대에 해야 할 중요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좋다고들 말합니다. 대부분의 직장인도 아침 9-10시부터 출근하니, 일어나자마자 업무에 곧바로 돌입하는 셈이지요. 하지만 저는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부담 없고,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 쉽고 좋아하는 일부터 하는 것을 원칙으로 둡니다. 더 정확히는, 그날의 모든 할 일들을 그런 순서대로 해 나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타 사람들의 업무 루틴과는 반대의 꼴이 나지요. 밝은 대낮에는 노는 것처럼 보일 만한 것들만 실컷 즐기다가, 저녁을 먹고 밤이 깊어져야 노트북을 켜고 생산적인 일에 착수합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업무나 작업을 밤 11시나, 결국 그날을 넘어선 새벽에 하게 되기도 하지요. 우선순위를 알고서도 맨 마지막까지 미루는 습관이라니, 누군가는 잘못됐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하루의 시작을 천천히, 기분 좋게 여는 것에 더 가치를 두는 사람입니다. 아직 몽롱한 상태에서 곧장 머리를 써야 하는 일에 돌입하는 것이 저에게는 버겁게 느껴집니다. 오늘 하루를 ‘하기 싫어~’라는 지루한 기분으로 시작하는 것은 달갑지 않은 일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아직 의욕이 생기지 않는 아침에도 가볍고 산뜻한 마음으로 돌입할 수 있는 일로 스타트를 끊습니다. 그것이 저에게는 독서인 셈이지요. 1시간 정도 평온한 음악을 들으며 문장을 읽는 동안, 머릿속의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피곤했던 시야도 점점 가볍고 또렷해집니다. 자연스럽게 오늘 하루를 또 알차게 살아보자는 마음가짐이 준비되고 에너지도 쌓입니다.


아침에 맨 먼저 하는 기분 좋은 일이란, 수영장에 뛰어들기 전 준비운동과 같은 것입니다. 급하게 다이빙하는 대신, 몸 곳곳에 조금씩 물을 뿌려가며 천천히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지요. 쉽고 기분 좋게 할 수 있는 일을 To-do 리스트의 맨 처음에 두면, 전날 밤에도 한층 산뜻한 기분으로 잘 수 있습니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하기 싫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 힐링하는 일이니까요. 오히려 설레는 마음으로 내일이 오길 기다려집니다.


하루하루를 너무 급하게 뛰어들 필요 없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새로운 하루를 무사히 맞이한 자신에게 축복의 인사를 건네듯 기분 좋은 일을 가장 먼저 해 봅시다. 아무리 중요한 업무라 있다고 할지라도, 그 후에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오늘의 기본> 2023 연재를 시작합니다

기본은 늘 중요합니다. 나다운 중심을 지키는 오늘의 질서가 되어 줍니다.

일상 속에서 문득 느꼈던 소소한 깨달음과 교훈, 생활의 규칙과 태도 등 삶을 더욱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라이프마인드(Lifemind)'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본의 작가 마쓰우라 야타로 씨가 일상에서 느꼈던 생활의 힌트들을 틈틈이 기록한 <생활의 수첩>에서 영감을 받아 연재하는 시리즈입니다. 우리 함께 나다운 기본을 찾아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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