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젖은 피자 이야기
누구나 원하면 언제 어디서든 피자를 먹을 수 있지만 필자의 어린시절을 돌아보면 피자 한 조각 제대로 먹지못했다. 가난 같은 이유는 아니었고 개인적인 문제였다. 그 흔하디 흔한 피자가 내 삶에 끼어들기 시작한 건 갓 중학교에 입학한 때였다. 그저 따끈한 반죽에 토마토 소스를 펴바르고 각종 토핑으로 장식한 피자가 나에게는 독약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담임 선생님은 반 전체에 피자를 돌렸다. 딱 한 아이만 제외하고. 사방팔방 떨어져 있는 책상을 중앙으로 모아 피자 5판을 둘 수 있는 공간을 마련 했고, 아이들은 책상을 중심으로 둘러 앉아 피자 한 조각이 앞에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맛있겠다.‘ , ’선생님, 감사합니다.’ 따위의 말들이 귓가를 아프게 때렸다. 선생님은 한 조각씩 아이들에게 나누어주다가 내 앞에서 멈췄다. 찰나의 아이컨텍. 피자 한 조각이 내 눈 앞에서 잠시 머물렀다 사라졌다. 피자의 주인은 내 옆에 앉은 짝꿍이었다. 보지 않으면 서럽지도 않지. 하필 선생님은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어머니 핑계를 대셨다.
“어머니가 피자는 주지 말라고 하셔서… 미안하다.“
“괜찮아요.”
겉으로는 괜찮은 척 했지만 내 눈은 온통 쭈욱 늘어나는 치즈 피자에 고정 되어 있었다. 진짜 딱 한 입만 먹으면 안되나… 침샘이 고이고 피자와 더 가까워지고 싶었지만 이 유혹을 떨쳐내지 않으면 밤새 가려움증과 씨름해야 할 터였다. 필자는 아토피라는 저주에 걸렸기 때문에, 유기농 식품 외에는 먹을 수 없었다. 설움을 꾹 참고 집으로 돌아와 목놓아 울었다. 피자를 못 먹었다는 사실보다는 ‘쟤는 왜 피자를 못 먹지’ 하는 아이들의 시선이 창피했고 대놓고 배척한 선생님이 미웠다. 내가 앙앙 우는 모습을 본 엄마는 한 입이라도 먹지 그랬냐며 되레 나에게 뭐라 했다. 엄마가 먹지 말라고 하지 않았냐며 화풀이를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토피는 시간이 지날수록 옅어져 갔고 지금은 면역력이 떨어지는 순간에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누군가 그랬다. 역사는 반복 된다고.
지금은 대학교 4학년이지만 그 시절에 겪었던 상황에 이따금씩 놓이게 된다. 오늘도 학과 이벤트로 피자를 나눠 먹었다. 아쉽게도 강의가 시작되기 전에 저녁을 챙겨 먹은 필자는 피자를 먹지 않았다. 이제는 한낱 피자 따위에 앙앙 울지 않는다.
피자를 못 먹는 게 아니라 안 먹는거다. 피자 하나로 세상이 떠나가라 울던 필자는 이제 선생님이 주는 대로 피자를 먹는 아이가 아니다. 피자를 먹을지 말지는 내가 선택한다. 그때는 서러웠지만 지금은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