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가에 가까워질수록
산 위에 녹지 못한 눈이 보였다.
지금은 따뜻한 아랫지방에 살다 보니
보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볼 수 없는 게
눈이다 보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사춘기 즈음,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던
언덕 위 빌라에 살았던 적이 있다.
내 방 창문을 열면 바로 앞에 가로등이 있었는데
그 노란 불빛은 너무도 따뜻했고
눈으로 덮인 마을은 고요하고 또 평온했다.
창문을 열어 눈을 구경할 때면
찬바람이 방 안 가득 밀려들었지만
눈 내리는 그 포근한 풍경이 너무 좋아
기꺼이 나는 추워를 택했다.
본가 올라가는 길..
이틀 전 내린 첫눈에 이어
두 번째 눈이 내려주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했지만
날씨는 결코, 내 마음처럼 움직여주지 않는다.
그러다 집 앞 골목 끝에
햇빛을 보지 못해 녹지 못한 눈 발견!!
아니 이게 아직도 남아있네?
손가락으로 꾸욱 눌러도 보고
발도장을 꾸욱 찍기도 했다.
누군가에게는 '예쁜 쓰레기'일지 모르지만,
내게는 남들보다 조금 늦게 만난 첫눈.
녹지 않고 기다려줘서 고마워.
덕분에 너무 설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