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봄이 또 오고 있네

by 또록



새벽부터 부산한 녀석들.

거실에 나가 들어오지 않는 첫찌가 궁금해

조용히 나가보니,

신나게 화분의 식물 잎을 먹다가 들켰다.



KakaoTalk_20260223_204423928_03.jpg <어려서부터 마당의 방아잎을 좋아했던 채소견>



잘못한 건 아는지

꼬리를 말고,

귀까지 접고

살금살금 침대로 다시 올라간다.



혼내기엔 너무 이른 새벽.

다섯시 사십오분.



밥을 적게 줬나.

저 식물에 독성은 없을까.

식물을 너무 바닥과 가까이 둔 건 아닐까.

걱정과 자책만 남는다.



낮엔 해가 좋아 산책을 나갔다.

이름을 바꿔 다행인 봄까치꽃과

지난번보다 더 커진 목련의 꽃봉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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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항상 '갑자기' 와 있다>



강아지와 천천히 사는 삶을 살다 보니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게 된다.

가장 큰 변화는 계절이 바뀌는 것을

남들보다 더 빠르게 알게 된다는 점.



봄이 오면 늘 생각한다.

우리에게 몇 번의 봄이 더 남아 있을까.



질병이 있는 노견과 산다는 건

가끔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동반한다.



산책 후, 미뤘던 목욕.

첫찌는 다리에 힘을 주고 버텼지만

내 손에 잡혀 개운하게 씻고 나온다.



KakaoTalk_20260223_205633383.jpg <드라이 바람이 싫어 숨은 곳이 치마 속이라니>



둘찌는 슬슬 더워질 날씨가 걱정돼

미리 셀프미용을 시켰다.

나이도 많은데 심장병까지 있으니

빵떡이처럼 되어도,

쥐 파먹은 꼴이 되어도

늘 내가 전용 미용사가 되어준다.



어릴 땐 미용 시간을 제법 잘 참더니,

나이가 드니 참을성이 사라지는 건지

몸부림을 치며, 탈출만을 꿈꾸는 둘찌.



에휴.

나는 예쁘게 해주고 싶었는데

네가 안 한 거야!

라며 미용 중단.


그래도 패완얼이라고

털빨이 없어도

예쁜 얼굴로 모든 걸 소화하는 둘찌다.



KakaoTalk_20260223_204423928_02.jpg <쥐가 파먹은 꼴이 되었지만, 행복하면 됐지 뭐>



지금도 졸린 눈으로 방석에 누워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녀석들.



내가 좋아서라기 보단

내가 주는 간식이 좋아서겠지만,

오늘은 저 눈빛에 결코 질 순 없다.


이미 오늘

5전 0승 5패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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