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퇴근 후 허브솔트 솔솔

맥주는 콸콸

by 또록



마트 내에 자주 갔던 정육점이 있다. 그 집의 특유한 육향도 좋았고 맛도 좋아 자주 갔었는데 일하시는 분께서, 유독 나를 잘 기억하시고 말도 자주 걸어주셨다. 종종 행사용으로 나온 쌈장도 따로 챙겨주시기도 하시고, 진열된 고기를 보고는 기다리라며 다시 고기를 잘라다 주시기도 하셨다. 어느 날은 작은 봉지 네다섯 개를 건넸다.


“이거 한 번 써봐요.”


일회용 허브솔트였다. 뭐 얼마나 대단할까 싶었지만 그간 먹었던 허브솔트와 다른 맛에 인터넷을 검색해서 대용량으로 구매를 했다.

그게 벌써 5년 전쯤인 듯하다.



300개가 한 박스에 들어있었는데, 주변에도 많이 나눠졌음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주에 마지막 한 봉을 사용했다. 유통기한은 이미 지났지만, 뭐.. 어때?!

어려서는 유통기한을 며칠만 지났어도 엄마에게 난리난리를 쳤다.

엄마는 그런 나에게 상전을 모시고 산다며 먹어도 된다고 했었는데도, 난 의심스레 엄마를 쳐다봤었다.

유통기한이 지난 걸 먹이는 엄마는 분명 내 엄마가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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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젠 난 며칠 지난 건 냄새부터 맡아본다. 괜찮으면 그냥 먹는다.

유통기한은 무시가 되고, 냉동실은 천하무적은 아니지만 꽤나 든든하다.

나는 엄마 딸이 맞는 건지, 자꾸 엄마를 닮아간다. 어쩌면 조금 더 진화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누군가에게 “네가 먼저 먹어봐.”라며 떠넘기기도 하니까.



어쨌든 허브솔트는 삼겹살을 구울 때도 뿌려먹었지만,

간단한 술안주가 당기는 날에도 이 허브솔트 한 봉지만 있으면 든든해진다.

퇴근길에 마트에 들러 돼지등갈비나 닭봉이나 닭날개만 사가면 끝!



등갈비든 닭날개든 칼집 두 번 넣고 허브솔트만 뿌려 에어프라이어에 넣으면 15분이면 된다.

매운맛의 등갈비를 먹고 싶으면 여기에 시판용 매운 소스 두 스푼이면 맛있게 매워진다.

닭날개는 밀가루나 전분가루 한 스푼이면 겉바속촉 맥주 안주에 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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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옷만 갈아입고 허브솔트 톡톡 뿌려 안주를 만든다.

어떤 걸 넣어도 에어프라이어가 구워주는 거라 재료만 넣고 씻고 나오면 되는데,

왠지 못 미더워 뒷정리를 하면서 에어프라이어 안을 자꾸만 쳐다보게 된다.

절대로 1분이라도 더 빨리 먹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다.



기다리며 뒷정리를 하고, 양파 하나를 꺼내 채 썰어 찬물에 넣어 매운맛을 뺀 후

참소스면 함께 어우러질 사이드 메뉴로 딱이다.

시판소스가 이렇게 다양한 시대에 사는 것도 참으로 편하고 좋은 일이다.



완성되었다는 "띵동" 음이 나면 우선 신나니깐 엉덩이를 살짝 좌우로 흔들어 준다.

집게를 들고 접시에 하나씩 담은 후 식탁으로 돌아온다.



내가 좋아하는 곰돌이 컵에 소주 1에, 맥주 4 정도의 비율로 콸콸 부어주면 준비 완료!

닭이든 돼지든 잡고 뜯으며 소맥 한잔이면 오늘의 수고로움이 다 사라진다.

그 수고로움을 함께 나눌 동지가 있다면 함께 회사에서 있었던 소소한 일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론 회사에 대한 험담도 간혹 등장하는 제2의 안주다. 내가 깔 땐 괜찮은데, 남이 우리 회사를 까는 건 또 못 참는다. 뼛 속까지 노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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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솔트 덕에 버틴 회사생활과 수많은 저녁들.

역시 또 주문해야겠지?

몇 년만의 주문이라 단종은 아닐지,

이번에도 300개짜리를 사야 할지 두근두근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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