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슬슬 감겼다.
운전 중인데 안간힘을 써도
눈이 떠지지 않았다.
그렇게 사고가 났고,
난 창문 밖으로 튕겨져
터널 안에 쑤셔 박혔다.
머리에선 피가 흥건하게 흘렀고 눈은 감겼다.
그 순간에 가족보다도 걱정된 건
내 강아지들.
제발, 다시 눈 뜰 수 있다면
다정하게 내 강아지들을 만져주리라,
또 내게 소중한 것들을
잃지 않도록 하겠다며
누군가에게 그렇게 살려달라 빌었다.
이럴 땐 눈을 감으면 안 된다고 하는데
자꾸만 눈이 감겼다.
그 순간 놀래서 잠에서 깼다.
꿈이었다.
최근 몇 년,
수면 질이 나빠진 건지
늘 가수면 상태와도 같았다.
그래서인지 늘 꿈속의 나 역시도
밀려드는 졸음에 고통스러워했다.
심지어 이번 꿈에서는
붉은 피를 흘리며 난 죽어가고 있었다.
죽음 앞에서
내 삶은 너무나 선명해졌고
간절함은 절절했다.
그래서인지 잠에서 깼지만
그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내 죽음 앞에서 난 다시 살아난
그런 기분이었다.
다시 내 삶이 시작되었구나.
오늘도 눈을 뜰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렇게 감격스러운 마음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다정한 손길로 강아지들을 쓰다듬고
내 몸을 위한 야채 하나, 단백질 두 개를 섭취하고
빛나는 햇살과 파란 하늘을 만끽할 줄 알았지만
실상은 평소와 같은 날들이었다.
다만
아침보다 오후에 더 활짝 핀 벚꽃 나무들을 보며 설레어한다거나
반팔과 반바지를 꺼내 입는다거나
러닝머신보단 근처 공원을 많이 걷는다거나
더위를 피해 강아지와 밤 산책을 간다는 것 정도가 달라진 것 같다.
아, 하나 더 있다.
늘 마음속으로만 안부를 전했던
지인들에게 실제 연락을 하고
보고 싶었노라고 이야기를 했다.
죽음에서 다시 삶으로 돌아오면
극적인 변화가 있을 것 같았지만
꿈속의 절절함이 무색하리만큼
어제와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이래서 사람이란 게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걸까.
분명 나는 절실했는데 말이다.
그래도,
그 절절함으로 생명연장을 이뤄냈으니
내일은 또
오늘과 다를지도 모르겠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