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내며 글 쓰는 게으른 사람의 소모임
공간에서의 조명은 그 공간의 연출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 그리고 건축물의 생기를 불어넣는 그런 역할 역시 자명한 사실이다. 활기 넘치는 공간, 안락한 공간, 고급스러운 공간을 느끼게 하기 위한 공간 연출이란 사실상, 그곳의 공기를 만들어 내는 것일 수 있다. 우리는 공간의 빛이 주는 느낌만으로도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연상할 수도 있지 않은가. 그에 더해 평소와는 또 다른 영감을 얻기도 하며 오감 중 그 무언가를 한껏 자극받기도 한다. 이처럼 공간에 대한 이미지도 있지만 조명에 의해 보일 혹은 연출될 대상물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보이는가는 그 빛의 존재의 가치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 준다. 따라서 우린 우리가 집중해야 할 공간에서의 빛의 특성을 인식하고 온전히 활용하기 위한 고민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느끼는 것은 조명의 경우 우리에게 수월하게 읽히거나 예상되거나 늘 이해하기 쉬운 가치를 제공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일반적인 소위 보통 조명도 자체의 소명이 있으니 중요하다. 하지만 주어진 소명을 이행하게 하는 것만으로는 조명이 내재한 빛의 가치를 전달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지금 아규되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 빛의 본질과 관련이 있는 경우 이마저 내려놓는다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는 위기감으로 버티며 나름의 각고를 반복하며 빛이 주역이 될 정도의 무게감으로 접근하려고 한다. 더 이상의 제고 혹은 재고가 불필요할 정도까지 이 안이 아니라면 큰일 날 정도의 감정으로 몰아간다. 솔직히 말해서 공간의 가치와 동등 수준으로 여길 정도의 인식으로 몰고 간다. 그 무엇에 집중하든 목표하던 수준만큼 이끌어 낼 수 없을 것이 자명한 지라 나를 끝까지 몰아붙여 본다.
사실 조명만을 놓고 보더라도 여러 가지 소재와 역할의 조합으로 심미적으로도 수려하며 경우에 따라선 그 자체만의 나열만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또 다른 감각을 건드리기 위해 이런 나열만으로는 답이 없을 수 있다. 이미 존재하는 완성체에 다른 가치로 변환하는 이용이라는 관점이 중요하다. 한편으로 공간에서의 빛을 통해 그곳에서 어떤 일들이 어떤 연결이 그 무엇을 감각적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지 알 수 없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테크놀로지의 활용 방법을 기술자나 개발자에게만 맡겨두면 인간을 제어하려는 듯한 세계관으로 빠지기 쉬울 수 있다. 분명 거기에는 그곳에서 누릴 풍요로운 자유와의 개연성을 찾기 힘든 경우도 왕왕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중요한 건 지금보다 한치 내지 두치 앞에 벌어질 그 공간과 빛 속에서의 라이프 스타일과 같은 것을 제대로 실체화 해 두고 나조차 반할 정도의 것으로 구체화해놓지 않는다면 공간과 빛과 함께 느끼게 될 감각도 경험도 갇혀버릴 것이다. 항상 비전에 대해 선행적으로 생각해 두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되도록 테크놀로지의 손길이 드문 환경을 상상하고 아날로그 지향으로 궁극적인 모습에서부터 고민의 시작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문득 드는 사견이지만 누군가가 원할 때 비로소 시작된 고민은 끝이 예상되지만 일상의 여러 행위들을 관찰하며 궁극적으로 바라는 아이디어들을 자신 나름대로 생각해 둔다면 그 공간에 바라는 누군가의 빛을 더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