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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c Dec 03. 2017

공간과 음악

벌금 내며 글 쓰는 게으른 사람의 소모임

공간과 음악 그리고 존재의 방식에 대한 생각의 파편들을 모으다 보니 음악이란 공간을 만들고 시간을 조각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 당연하겠지만 물리적인 소리 내지는 음악적 구성을 갖춘 사운드가 주어진 공간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것은 우리의 귀가 의식적으로 사운드로 인지하지 않더라도 그러하다. 어쩌면 시각을 통한 정보보다 더 깊고 풍부한 정보를 인간에게 전달할지도 모른다. 종종 어떤 사운드 혹은 음향이 좋은지에 대한 질문을 받지만 단언하기 난해한 부분이기도 하다. 




보통 이런 유의 이야기를 풀어가려면 원음에 대한 개념부터 훑어야 하는데… 통념적으로 원음에 대한 관점이 상업적으로 연출되어 버리거나 왜곡된 이해로 전락해 버린 경우가 있고 또 한편으로 정확한 데피니션 또한 원음의 취지나 목적에 따라 다양하기 때문에 이 이야긴 스킵하기로 하자. 그럼 공간에 있어서 좋은 사운드나 소리는 무엇인가. 일전에 한 편집샵에 갔는데 관내에 들리는 음악이 한 가지로 통일된 것이 아니라 발걸음이 멈추는 곳마다 아이폰이 도킹된 스피커 스테이션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옆 공간으로 넘쳐흐르지도 않고 꼭 필요한 만큼만 그러니까 그 자리에 멈춘 사람에게 보이는 제품과 그 제품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빛과 옆 공간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마스킹할 정도로만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표현에 따라서는 여기서 저기서 제 멋대로 특별한 설계 없이 다른 음악을 틀어대는 것이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진정 공간의 목적을 고려하여 치밀하게 의도된 음악이 아닐까. 상업 시설인 경우 이런저런 이유로 소위 무식하리만큼 거추장스러운 빵빵한 대형 스피커를 놓을 수 없다면 그리고 고해상도로 여유 있게 음악을 울려줄 하이파이도 아니라면 앤틱을 사랑하여 1층 높이 만한 고철 혼을 귀 따갑게 쏘아댈 정도의 자신만만한 주인장이 아니라면 각 스폿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섬세하게 들리는 것이 현대의 모습에 걸맞은 리얼리티일지도 모르겠다. 이것을 동 시대성으로 간주해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어쩌면 수십 년 후에 보일 궁극적인 소리 정보 전달의 모습일 수도 있고 미래에서 지금을 본 독특한 성장 과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한편으로 무엇이 주된 요소인가에 따라 음악은 매우 부수적인 것 어쩌면 없어도 되는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시간축을 중심으로 공간 내에 담길 정보에 대한 우선순위의 문제다. 비추어지는 빛의 양이나 기조색에 따라 보이는 모든 것이 바뀌고 사람의 감정도 달리 되는 것처럼 각 요소는 서로에게 매우 치명적일 수도 보완적인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상대적 관계가 공존할 공간에 음악을 넣을 때 없어도 되는 것이 아닌 없어서는 안 될 것으로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겠다. ‘협력’ ‘컬래버레이션’ 이것은 미리 예견될 수 없는 그 상황 속으로 들어가서 소리와 무언과의 관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우열과 같은 편협할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음악이란 공간과 시간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먼저 장소가 중요하며 그 ‘곳'에 최적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저 나의 나와바리와 나의 콘텐츠 그리고 나의 포지션만을 우선하는 관점보다는 갇힌 단일 공간에서의 가령 빛 등 함께 어우러질 상대적인 요소들에 기민한 관점이 더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관객에게 오디언스에게 들리는 방식은 음악과 소리를 둘러싼 환경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음악이 답일 수도 있다. 그 공간만이 가지는 장치들의 미미한 노이즈가 그것일 수도 있다. 연자와 청중의 옷 스치는 소리들이 정답일 수도 있는 것이다. 혹은 이런 배신도 때론 주효하다. 음악을 연상시키는 스피커 만을 배치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그에 더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어둡게 하고 전기장치를 제로화하여 음악을 연주했더니 일부 청중은 이 곳에 사용된 입체 음향 방식이 무엇인지 어떤 스피커를 사용했는지 설문에 남긴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아무튼 공간과 음악과의 관계에 있어서 그런 전혀 다른 통념을 뒤집는 관점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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