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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c Jan 07. 2018

Westone UM1은 아침에 마시는 건강주스 한 잔

귀와 귀 사이 공간

얼마 전 CTM vintage series의 리뷰를 진행하면서 BA 드라이버의 매력을 한껏 느낀 바도 있어 이번 Westone UM1 역시 기대를 가지고 청취하였으며 기능 가격 디테일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만족스러운 모델이었다. UM1의 유닛은 단일 드라이버 이지만 Westone 제품군의 엔트리급 모델로서 코스트 퍼포먼스가 높은 제품이라 생각된다. 다양한 장르의 사운드에 대해 고른 재생 특성을 가지도록 설계 개발된 싱글 BA 드라이버를 사용한다. 따라서 특히 처음으로 BA 드라이버가 탑재된 이어폰을 고려중은 분이라면 BA입문용으로 체험을 권해드린다. 다음으로 True-Fit 기술이 전면에 부각된 것을 통해 알 수 있지만 실제로도 약 2주 이상 체험한 결과 50년 이상 인이어 제품에 대한 경험이 배어 있는 메이커의 제품이라 귀부위의 핏감은 최적화되어 있었다. 인체공학을 고려한 콤팩트한 아크릴 하우징의 형태는 귀의 피로도를 경감시키면서도 여러 시간 청취 가능할 정도의 착용감과 편안함을 실현한다. 게다가 5 페어의 특수 폼과 5 페어의 실리콘으로 제작된 다양한 크기의 이어 팁도 한몫을 한다. 오버이어 스타일의 사용성을 고려한 케이블 설계로 인해 인이어 시 착용감이 쾌적하고 물리적인 케이블 노이즈도 어느 정도 경감되어 있다. 커넥트에는 Westone の MMCX Audio를 적용하여 리케이블링도 가능한 모델인 점도 소구 포인트이며 25dB 까지 주위의 소음이 캔슬되는 노이즈 리덕션 기능을 탑재한 부분은 구매자의 청취환경을 한층 더 높여준다. 끝으로 임피던스가 19옴인 점을 보면 포터블 오디오 용도를 고려한 튠임을 예상할 수 있다. 다음으로 필자가 다양한 음악 군을 모니터링하면서 느낀 점을 언급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 이어폰에 기대하는 것은, 오케스트라의 배열을 어떻게 소리로 보여주는가, 소리의 음고를 양 스피커에 어떻게 배열하여 들려주는가. 사운드의 다이내믹과 잔향들을 어떤 모양으로 청자에게 전해주는가이다. 이런 기대는 음악의 현장감과 공간감을 증폭시켜주기 때문이다. 이 이어폰은 오케스트라의 배열을 명확히 보여주지는 않는다. 몇몇 악기는 위치가 고정되어 있는 것 같지만 다이내믹이 커질수록 악기군이 세력을 확장하여 양 사이드 스피커를 오가며 장악하는 느낌이다. 소리의 음고는 악기의 음역대와도 관련이 있다. 하여 소리의 음고를 나눈다는 것은 저음 악기와 고음 악기군을 나누어 들려주는 효과로 나타난다. 이 이어폰은 소리의 음고를 특별히 나누지 않았다. 물론 몇 악기군은 정확히 위치가 정해져서 들려오지만, 같은 악기군이 양쪽 스피커에서 다이내믹에 맞추어 나뉘어 들려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충분히 큰 홀을 연상시키는 울림이 있고 스피커 양쪽을 오가며 대화하는 형식을 들려주기도 한다. 다만 아쉽다면 (콘트라베이스와 같은) 악기의 무게감을 더 많이 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다. 대신 중음 음역대의 악기들은 알차게 담아낸 특징을 듣게 된다. 다이내믹은 멜로디의 모양을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고 이어폰마다 그 모양을 확대하는 방법들이 모두 다른 것 같다. 이 이어폰은 앞뒤 원근법과 양 사이드 확장법을 주로 사용한다. 사운드의 울림을 천장의 어느 높이까지 들려주는 가도 공간감의 중요한 요소이다. 이 이어폰은 저음 악기의 울림과 고음 악기의 울림 끝자락들을 과감히 삭제한 느낌이다. 그래서 더 깔끔하게 소리가 전달된다. 하지만 현장감과 공간감 면에서 원시적인 감동은 덜 하다. 재즈 음악을 이어폰으로 들을 때는 무대를 중심으로 청자를 어떤 위치에 앉혀 주는가에 대한 기대감을 갖는다. 좁은 공간을 여행하듯 메우는 스모키 재즈 사운드를 이어폰이 어떻게 그려주는지를 들어보는 그 묘미는, 와인 한 모금 입안에 머금고 맛을 음미하는 즐거움과 같다. 재즈 음악의 대표주자인 색소폰과 보컬의 촉촉한 울림을 어떤 위치에서 즐기는가는 감동의 수위를 결정해 준다. 이 이어폰은 무대 아주 가까이에서 재즈 공연을 들려준다. 그래서 무대 코 앞 위치에서 수용할 수 없는 사운드들을, 뒤통수 뒤에서 듣는 느낌도 경험한다. 울림의 잔향들의 처리는 공간감을 느끼게 해주는데, 자투리 울림들은 과감히 삭제된, 하지만 필수적인 울림들은 모두 담아내 주고 있다. 재즈 음악의 현장감과 공간감 면에서 충분한 만족감을 주는 이어폰이다. 요즘 이어폰의 가장 보편적인 사용처인, 스마트 폰의 유튜브 음원과 애플 뮤직 앱의 음악들을 다양하게 들어보았다. 일단 시각이 함께 하는 음원들은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가 함께 하기 때문에 귀에 대한 의존도가 떨어지고, 소리에 대한 민감한 기대감을 갖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일까.. 음원들 마다의 제작 차이가 있고 그만큼의 소리만 이어폰은 담아내었다. 다만 전반적인 공통점이 있었다면, 중간 음역대의 소리들이 매우 두껍게 들리는 특징들을 갖는다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이어폰을 총평해보자면, 아침에 마시는 건강주스 한 잔 같다. 한 컵 안에 여러 과일과 채소, 견과류가 각자 다 다른 알갱이의 크기로 존재하며 입안으로 들어오는 느낌. 모든 다른 질감과 다른 음색인 소리를 잘 섞고 갈아서 한 귀에 들려주는 이어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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