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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c Feb 10. 2022

HEDDphone은 늘 가장 좋은 좌석으로 안내해준다.

헤드폰에 대한 이야기

HEDD(Heinz Electro Dynamic Designs)는 Klaus Heinz가 오너이자 수석 엔지니어를 맡고 있는 브랜드로서 Klaus Heinz는 "하일형 드라이버*” 다시 말해 "AMT(Air Motion Transformer)"를 이용하여 액티브 모니터를 개발한 ADAM Audio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 독일의 발명가이나 물리학자인 오스카 하일 박사가 발명한 드라이버


참고로 부언하면 이 하일형 드라이버(AMT)는 고급형 스피커의 트위터로 활용된 사례가 많아 오디오 마니아라면 아시는 분도 많을 것이다. 종종 아담 스피커를 모니터링용으로 쓰곤 했어서 이 헤드폰을 손에 들자마자 바로 아담을 떠올렸다.


AMT 드라이버


이어 가면, HEDDphone에는 서두에 언급한 풀레인지 AMT 드라이버를 탑재하고 있다. 

이 드라이버에 대해 알아보면 탄력을 가지는 필름 소재의 다이어프램에 음성 신호가 흐르는 코일 패턴을 붙여 주름을 만들고 이를 자기장에 감싸이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다이어프램에 음성 신호가 흐르면 각 주름들이 Lorentz force에 의해 흡입/반발 작용을 일으켜 공기를 방출/흡입하게 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음파가 만들어지는 원리이다. 그리고 이러한 주름에 의해 압축된 공기는 일반적인 돔 모양의 다이어프램과 비교하여 3배 이상의 비율로 외부 공기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어 더욱 스피디한 공기의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결과적으로 빠른 응답특성을 가지게 되고 소리의 전달력에 강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소리 재생 특성

HEDDphone의 음역대별 사운드 캐릭터와 무대 성향에 대해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HEDDphone은 특정 음역대에 대한 응답이 도드라지거나 하는 편파성이 없다. 모든 음역대에 대해 조심스러우면서도 섬세하게 그리고 존중심을 가지고 좋은 균형감으로 음장을 확보하고 소리들을 조성하는, 비유하자면 판단력이 탁월한 조련사와 같다고나 할까. 고음역대에서 흔히 우리가 기대하는 직선적이고 저돌적인 공격력을 유지하면서도 날카롭게 붙었을 치찰음은 철두철미 적절히 제어되어 있다. 그러면서 고음역대에서 쭉 뽑아져 나와야 할 심을 가진 사운드의 명쾌함에 광택까지 입혀서 고급스럽게 표현한다. HEDDphone은 철저하게 정제된 훌륭한 고음역대를 갖고 있었다. 



중음역대의 존재감 역시 좋은 밸런싱 감각을 지녔다. 중음역대의 운영 능력을 가늠하는 방법 중에 하나로서 아카펠라 합창곡을 즐겨 듣곤 하는데, 각 음역의 분리력을 바탕으로 각 음역 하나하나에 독립적인 움직임을 위해 얼마나 공간을 만들어 주느냐에 따라 중음역대의 표현력이 확 달라지곤 한다. 뒤에서도 다시 언급할 내용이기는 하지만 HEDDphone의 공간 활용은 매우 훌륭하다. 중음역대의 악기 배치에 따라 달라지는 표현력의 농후함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주연 뒤에 있는 겸손하지만 연기력이 뛰어난 조연을 만나게 해 준다.



사실 개인적은 취향이지만 저음역대와 관련해서는 대식가인 편이다. 일단 양이 차야 저음역대를 흡족해하고 비로소 다른 대역을 얹어 보는 타입이다. 리스닝 스타일이 제한적이었는지 HEDDphone이 가진 저음역대의 첫인상만으로는 두드러진 매력이 드러나지는 않았다. 차차 귀에 익어가며 분석적으로 듣게 되면서 HEDDphone이 추구하는 저음역대의 균형감이 잘 다가왔다. 


몇 번을 들어도 듣고 싶은 저음의 요소들이 모두 존재하며 잘 포지셔닝되어 있었다. 극저음의 으르렁거림과 콘트라베이스의 현의 진동까지도, 가만히 들어보니, HEDDphone은 저음에서 무거움을 덜어 내었다는 걸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무거움이 저음역대 곡에서의 역할이라는 선입견을 가져왔다. 하지만 그 무거움이 덜어져도 음악은 가벼워지거나 경박해지지 않았고, 되려 선율의 움직임에 더 집중할 공간마저 생긴 느낌이었다. 저음의 민첩함을 음향적 효과에 덮어 즐기기보다는 음악 선율의 본질에서 더욱 감동을 받았다. 좋은 가르침이었다. 그래도 첫인상처럼 저음역대의 무게감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는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정리해 보면 결코 양이 아닌 저음역의 세분화된 디테일이 HEDDphone의 저음역에 설계된 바인 듯하다. 물론 앞서 언급하였듯이 하일형 드라이버의 유전자가 아담 스피커의 트위터를 거쳐 AMT 헤드폰용 드라이버에 고스란히 살아 움직이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든다. 고음역이 물씬 풍기는 저음역이다.


무대 표현


이제 무대능력을 얘기해보자. HEDDphone의 무대는 정말 깊게 다가온다(그냥 깊은 것과는 질적으로 다름을 강조하기 위한 개인적 표현임). 그리고 선선한 공기가 흐르는 천고 높은 공연장을 갖고 있다. 사실 이 공간력이 HEDDphone의 실력처럼 느껴진다. 마치 베를린 필하모니 콘서트 홀 같이 높고 넓은 그리고 널리 뻗은 좋은 공연장을 보유한 듯하다. 무대가 깊어질 때 필자는 악기 배열에 관심을 갖는다. 깊어진 무대로 인해 대편성 관현악기들의 배치가 입체적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입체적 배치는 악기 간 하모닉스의 새로운 조합을 들려주기 때문이다. 또한 무대가 좌우로 넓을 때보다 깊이가 깊을 때 음악의 응집성과 조화력 면에서 훨씬 유연하고 자신감 있게 표현된다. HEDDphone이 바로 그러하다. 재력도 실력으로 치는 요즘, 실력 있는 공간을 가진 HEDDphone은 재력가적인 인상도 가진다(사실 덩치와 무게에서 이미 리스너를 제압하는 힘이 있는 제품이니…). HEDDphone의 사운드 톤은 밝고 온기가 있으며, 해상도가 높아서 적극적이면서도 밝은 선율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글을 마치며


음악 장르에 따라 HEDDphone의 능력은 거듭 변신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관전 포인트에 따라 청중석의 로얄석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앞이라고 혹은 SR석이라고 좋은 자리는 아닌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HEDDphone은 각 장르별로 가장 좋은 좌석으로 안내해주는 공연도우미와 같다. 자연히 HEDDphone만 장착하면 매번 로얄석이 된다. 의외의 위치일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위치에서 HEDDphone이 들려주는 음악을 들어보면, 그 음악에서 들어야 할 다른 감상 포인트를 이해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이 마니아들이 찾는 즐거움 아닐까. 매번 로얄석에 앉으려면 지불해야 하는 자릿세(?)는 분명 서민적이지 않다. HEDDphone은 좋은 앰프와의 조합에서 제 기능을 할 것임으로 이 제품으로 음악을 온전히 누리려면 환경적 갖춤이 필요하다. 여담이지만 필자도 늘 리뷰에 사용하는 플레이어인 Astell&Kern AK380 다음 모델을 처음으로 고민하게 되었다. 



#HEDD #헤드폰 #리뷰 #AMT #밑미1일1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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