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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c Feb 10. 2022

B&O Beoplay H95는 귀의 안목을 키워준다.

사운드디자이너의 헤드폰에 대한 이야기

B&O 95년 전통을 기념하여 만들어진 한정판 모델 Beoplay H95.



B&O의 모토가 깊이 반영된 ‘기능미'가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Beoplay H95. 미니멀리즘, 형태에 드러난 본질, 의도의 명확성, 디테일과 소재 마감의 치밀함 등에 대한 B&O의 디자인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기술 기능면에서도 95년에 걸친 인스피레이션, 크리에이션, 이노베이션의 집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운드 본연의 역할, 쾌적한 사용감, 노이즈 캔슬링, 조작성, 코덱, 드라이버 등을 고려하면 이 모델은 ‘표준’이라 형용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Beoplay H95의 사운드를 짚어본다.



사실 이제껏 리뷰를 위한 헤드폰 혹은 인이어 제품들을 만나면 저, 중, 고 음역대를 나누어 가며 모니터링하고 공간감, 무대 연출력을 중심으로 사운드 재현력을 평가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이번 Beoplay H95는 종전 방식을 활용한 사운드 평가가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Beoplay H95 자체가 고정적으로 가진 사운드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없는 것이 아닌 리스너에게 그 권한을 내주었다고 말할 수 있고) 오히려 리스너가 Beoplay H95에게 평가를 당하게 된다. 지금 듣는 이 음악에 가장 최적화된 사운드를 만들라는 주문을 받는다고나 할까. 도대체 Beoplay H95에게 평가받는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Beoplay H95는 천하무적이다.



모든 음악 앞에 당당하고, Beoplay H95를 착용한 리스너는 모든 음악 앞에서 이상한 욕구가 생길 것이다. 탐험과 발견 그리고 실험의 욕구. 마치 신비한 힘을 지닌 반지를 끼게 된 것 마냥, Beoplay H95를 장착하게 되면, 이를 통해 듣는 음악으로 최적화된 사운드를 만들어보겠다는 욕망에 사로잡힐 것이다. 그 이유는, “Beoplay H95에게 있는 맞춤형 사운드 EQ”가 있기 때문이다. (애플리케이션 지원기능)


음악 소비자로서 우리 각자는 좋아하는 장르의 음악을 중심으로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그 장르의 음악을 가장 잘 담아낼 제품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면 요리를 좋아해도 항상 같은 그릇에 담아 먹지 않는다. 라면은 양은 냄비에, 냉면은 시원한 스테인리스 그릇에, 스파게티는 살짝 볼이 들어간 여유로운 넓은 플레이트에. 이렇듯 담아내는 환경이 각 면 요리의 풍미를 더욱 높인다. 마찬가지로 헤드폰이나 이어폰 제품에도 각 음악의 풍미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그릇을 갖고 있다면 당연히 좋을 것이다. 그렇다고 음악의 장르에 따라 일일이 제품을 바꿔가며 들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Beoplay H95는 맞춤형 사운드 EQ로 리스너에게 바로 지금 이 음악에 맞는 그릇을 고를 자유를 주었고, 그 자유 안에서 청자는 자신의 취향에 맞게, 또는 새로운 취향을 찾는 탐험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물론 그 자유에는 앞서 표현한 ‘표준’을 아는 B&O의 철학이 이 제품에 여실히 배어 있기에 온전한 하얀 캔버스 위에 리스너가 원하는 음악적 탐험을 그림으로 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Beoplay H95로 즐긴 탐험에 대해



Beoplay H95으로 클래식 오케스트라 공연.  


Beoplay H95는 드론이 되어준다. 그래서 오케스트라 무대 위 배치된 악기들의 사이사이를 날아다니며 특정 악기가 주 선율을 연주할 때, 다른 악기군은 어떤 사운드와 어떤 움직임으로 흐르는지를 돋보기를 들고 찾아가듯 날아가 그 악기군의 소리를 확대해서 들어볼 수 있다. 분석적인 귀와 눈으로 확인할 악보를 갖고 있지 않아도, B&O앱의 EQ 기능으로 얼마든지 악기군들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선택적으로 악기들의 소리를 키워서 들어볼 수 있다. 음악 감상이라기보다, 음악 탐험에 가깝다. 모든 마디마디의 음악의 흐름을 종횡무진하며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드론을 타고 각 악기의 소리를 자유롭게 확인해 볼 수 있다니, 이런 흥미로운 실험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리스너는 얼룩 없는 ‘표준’ 위에 탐험을 위한 등고선을 자유롭게 조절한다.  



Beoplay H95으로 재즈 앙상블 공연.  


어떤 편성으로 앙상블을 하느냐에 따라 무대를 다르게 연출해보고 싶은 음악이 재즈이다. 그런데 Beoplay H95를 장착하면 무대감독이 될 수 있다. 보컬이 조인한 앙상블일 때의 무대와 악기로만 형성되는 앙상블일 때 무대 조명과 특수효과로 뿌연 담배 안개의 농도까지 조절해가며 무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청자가 만들어낸 다양한 환경의 무대 위에서 재즈 음악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감상하는 이 만족스러움이란 이 또한 리스너가 직접 그리는 재즈랄 수도 있겠다.  



Beoplay H95으로 팝뮤직.  


세계적인 팝스타 BTS의 영상물들이 극찬을 받는 이유 중에는 다양한 장면 전환이 있겠다. 선율에 따라 카메라만 역동적인 것이 아니다. 공간 자체도 역동적으로 활발히 변신하고 움직인다. Beoplay H95을 장착하면 사운드의 전환을 역동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베이스와 킥이 두드러져야 할 타이밍과 보컬이 살아야 할 타이밍, 랩의 리드미컬이 튀어나와야 할 타이밍, 바로 그 타이밍마다 Beoplay H95를 장착하게 된 리스너는 스티브 아오키(DJ계의 교주라 불리는 긴 머리와 수염의 DJ)가 돼야 한다. DJ들이 믹서 위에서 음악을 리메이크하여 파티의 분위기를 한껏 올리는 것처럼, Beoplay H95의 EQ앱 위에 손을 얹고 우리는 음악을 실컷 리메이크하며 나만의 파티에 취할 수 있다. 이 또한 기호에 따른 그 어떤 가미에도 균형을 잃지 않는 ‘표준’을 아는 H95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솔직히 Beoplay H95와의 짧은 기간만으로도, 편협하고 고집스러웠던 특정 음역대에 대한 애착에서 자유로워진, 편견 없고 자연스러운 힐링의 시간을 가진 것 같아 감사하게 된다.


이런 사운드 모험과 실험의 결과는 무엇일까. “귀의 안목”이었다.

고정된 음악을 더욱 샅샅이 탐험하면서, 음악의 정취를 살릴 무대를 꾸려가면서, 음악의 흥을 더욱 살려가면서, 사운드에 더욱 민감해지고 사운드의 감동을 최고조 시킬 환경을 연구하며 귀의 안목이 길러져 가는 것이다. 그리고 모험과 실험을 한껏 하고 나니 Beoplay H95를 평가할 멋진 한 단어가 떠올랐다.


Beoplay H95는 음악 애호가가 아니라 리스닝 프로를 양성하는 트레이너라고! 멋진 설루션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수업료가 호락호락하질 않다. 하지만 Beoplay H95의 당당한 커리큘럼으로 자신의 음악세계를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이에게는 절호의 만남이지 않겠는가!!



#BeoplayH95 #B&O #Bang&Olufsen #밑미1일1포 #밑미리추얼 #헤드폰리뷰 #사운드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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