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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c Feb 14. 2022

Contour XO로 음악을 오감(五感)하다.

사운드디자이너의 이어폰 이야기

overview

Contour XO. 프로 오디오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이노베이터의 대명사급인 JH Audio와 L-Acoustics이 공동 개발한 커스컴 IEM이다. 소리가 정말 궁금하여 담당 기자님께 제품 섭외를 간곡히 부탁한 제품이다. 유닛은 BA 드라이버로서 QUAD HIGH, DUAL MID, QUAD LOW로 구성되어 있다. 스펙에 대해 좀 더 부가하면  freqphase라는 위상 제어 기술이 채용되어 시간축과 각 대역의 위상을 정확하게 제어되는데, 주파수 전체 대역에 대한 정확한 페이징 컨트롤과 타임 얼라인을 통해 각 드라이버의 시그널을 0.01ms이내로 전달할 수 있어 보다 정확한 음악 재생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그러면 이제 Contour XO의 음역대별 음질을 리뷰하고자 한다. 


Contour XO는 모든 음역대에서 매우 훌륭한 사운드를 구사해낸다. 특히 중고 음역대의 재생 능력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칭찬하고 싶은 제품이다. 자세한 설명은 조금 뒤로 미루고 먼저 저음역대를 보자. 저음역대에 대한 기대는 청취자의 배경이나 기호에 따라 다양하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저음역대의 역할에 바라는 기대는 대부분 흡사하다고 본다. 그런 기본적 역할의 충족부터 보자면, Contour XO는 대통(大通)이다. 저음에 대한 고집과 욕심이 있다보니, 솔직히 Contour XO의 저음에 대한 첫인상이 그리 임팩트가 있지는 않았다. (물론 기능으로 제공되는 저음역의 양 조절은 청감상의 기호에 따르지 않고 물리량을 고려하여 레퍼런스 레벨에 맞춘 상태임) 듣자마자 느껴지는 것은 저음역대가 강한 존재감으로 자리하고 있지는 않지만, 계속 들어 감에 따라 저음역대의 강인함을 지속적으로 느끼게 해 준다. 


탁주의 걸쭉함이 아닌 탁한 침전물을 조용히 가라앉힌 맑은 막걸리처럼 저음이 맑다. 


하지만 분명 저음이다. 중심 있는 저음역의 진행과 포커스가 예리하게 맞춰진 타격감과 뒤따르는 여음의 밀도가 높아서 탄력감 역시 좋은 저음 재생 능력을 가졌다. 물론 극저음부의 으르렁대는 사운드나 뿌옇고 무겁게 내리누르는 에어감은 없었다. 그렇지만 결국 Contour XO 가 추구하는 저음의 무게감과 음악 중심감, 타격감은 넓은 고객층을 모두 아우르는 지혜가 있었다. 그것은 공간 속에서 머무르는 저음의 공명감이었다. 다른 음역대를 덮어 가리지 않을 만큼, 그리고 꼭 있어야 할 잔향이 필요한 만큼, 음악 전체의 무게감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니 필자 같은 저음 취향파들에게는 불만 제로이다. 하지만 솔직히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Contour XO는 일편단심 저음 마니아인 나를 홀리는 또 다른 음역대를 구사해내니, 저음역대에 눈길이 가질 않았다. 중음역대와 고음역대의 이 훌륭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들었다. 결국 감상한 음악 속의 중고 음역대 사운드를 고스란히 담아보기로 했다. 일단 Contour XO는 해상도가 월등하게 좋다. 이 좋은 해상도 덕에 소리의 입자들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모두 듣고 볼 수 있다. 음악적 심상이 매우 극대화되는 경험을 하게 되어 넋이 너무도 빠르게 나가버리는 게 문제였다. 아무튼 이런 성능 좋은 제품에게 있어서 보컬 중심 음악은 따 놓은 당상이다. 중고 음역대의 뛰어남이 치찰음 처리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도 부족한 제품이었다.  그래서 그 훌륭함을 생생하게 전할 마음으로 묘사적인 리뷰를 써볼까 한다.



넓은 고객층을 모두 아우르는 지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드뷔시 “Claire de lune(달빛)”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드뷔시 “Claire de lune(달빛)”의 처음 도입에 나오는 구슬치기 하는 듯한 달빛의 첫 cord들. cord 속에 마치 물이 차 오르듯 뭉클뭉클 차오르며 수증기가 수분을 머금고 공기 중에서 팡팡 터지듯 숨 죽이며 소리 입자들을 관찰하게 된다. 피아니스트의 가만가만 들리는 호흡을 타고 조용히 스며 들어오는 저음의 아르페지오 선율은 영롱하게 빛나고 있는 고음부의 코드를 해치지 않으며 긴 머리를 풀고 춤을 춘다. 분명 어두운 밤의 어둑한 달빛일 텐데, 태양 같은 달빛의 차가운 열정에 귀가 부셨다. 이런 아름다움을 만나려 우리는 언제나 음악을 향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고단한 모든 마음을 음악으로 씻고 있었다. 얼음공주 같은 차가운 미소와 그 찬란한 차가움이 더 차갑게 차 오르는 중고 음역대의 선율들이 있었다. 그 아래로 위로의 물결을 만드는 멈추지 않는 왼손의 아르페지오에 담긴 메시지에 눈물겨운 시간이 보인다. 선율의 온도를 바꾸려는 피아니스트의 손끝 각도마저 느껴지는 이 가까운 거리감은 또 무엇인지...  볼륨으로 클로징 되는, 음악–연주자-청자의 삼각관계의 밀접함에 정말 음악에 푹 빠져버리는 시간과 공간을 만나게 된다.



태양 같은 달빛의 차가운 열정에 귀가 부셨다. 



슈만의 string Quartet no.1, op.41/1 Andante esprssivo – Allegro

슈만의 string Quartet no.1, op.41/1 Andante esprssivo – Allegro의 4 악기의 조화를 들어 보았다. 해상도 높은 제품들의 공통된 장기인 4개의 선율이 방향을 같이 하며 서로 다른 움직임으로 입체적인 건축물을 만들어 내는 것은 사실상 이제 뻔한 기대가 되었다. 그러니 필자는 그 뻔한 기대에 더해 “어떻게 다르게” 가 있는지가 궁금했다. 4대의 현을 보잉 하며 길게 실 뽑듯 나온 4개의 선율이 함께 엮이어 증발해가는 4색의 소리 꼬리까지 너무도 선명하게 보였다. 하모닉 된 사운드가 다시 하나로 엮이는 공명의 공간을 확보하다니, 새로운 만족 하나가 더 있었다. 이 공간은 연주홀의 공간과는 다른 것이다. 오로지 오롯이 1인을 위해 마련된 공간에서만 들을 수 있는 배음의 조용한 공간 그리고 그 공간을 두고 모든 선율을 감상하는 즐거움은 Contour XO의 특별함이다. 첼로 선율이 제1바이올린의 선율과 정확히 씽크로 되며 병행 진행하는 선율의 선명한 움직임을, 마치 아이스댄스를 보듯 대칭과 조화를 즐기며 귀로 열심히 따라붙어 가며 볼륨을 높여 보았다. Contour XO의 볼륨 변화는 단지 소리가 크고 작아짐이 아닌, 음악의 깊이로 들이밀어주는 힘, 연주자의 손 끝 앞으로, 활의 보잉 끝으로 데려다주는 힘이었고, 이에 음악에 더 깊이 빠져들 수 있었다.



오롯이 1인을 위해 마련된 공간에서만 들을 수 있는 배음의 조용한 공간



베토벤의 symphony no.7

이어서 베토벤의 symphony no.7으로 최종 감상을 해보았다. 오케스트라에 참여한 모든 악기들의 역할을 낱낱이 들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멋지게 실어 나르는 제품들의 저마다의 기술들을 들어보는 즐거움은 낙이기도 하다. Contour XO의 중고 음역대의 구현력에 매료된 필자는 이 작품에서도 절대 강자의 음악 리더십을 제대로 보여주는 고음에 기립 박수를 보낸다. 모든 현악기가 힘을 모아 소리 기둥을 엮어 놓고 그 기둥을 따라 다시 계단을 내려오듯 회오리치며 바통을 넘기는 회오리 하향 선율을 듣고 있노라면 이건 짜릿함을 주는 어트랙션을 타고 있는 기분이다. 관악 파트 역시 매우 멋지다. 오케스트라가 중심부에 품고 있는 목관악기 무대가 노른자처럼 중심에서 핵심 있는 선율을 들려주고, 현악기 선율 사이사이로 공 던지듯 노래하는 목관 악기들과 힘 좋은 금관 악기들의 하모니는 오랜만에 음악놀이를 즐기게 해 주었다. 이 작품에서도 Contour XO 가 선사해주는 공명의 공간은 역시나 새로운 감동의 공간이었다. 이 공간은 건물 천장 쪽에 생기는 남는 공간이 아니다. 단순히 잔향의 집합소가 아니다. 영국 앨버트 홀 가장 꼭대기 층 싼 티켓 좌석 하나를 구해 앉아서 까마득히 멀어 보이지도 않는 연주자들과 관객들을 내려다보며 그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 감격스러워 듣던 잡다한 꼭대 층 소리가 생각이 난다. 젊고 가난한 음악 열렬 팬에게까지 전달될 특별한 배려와 같은 소리의 선물. Contour XO 가 특별 포장해서 들려주는 이 공간의 사운드가 오랜 추억까지 끄집어내다니 정말이지 특별한 감상이었다.



이 공간의 사운드가 오랜 추억까지 끄집어내다니



 Contour XO로 음악을 하나하나 들어보며, 정밀화를 보듯 한 작품 한 작품 빠르게 지나갈 수가 없다. 더 들여다보고 더 깊이 음악 속으로 들어가고 싶게 만드는 이 정밀한 묘사력에 음악의 바다에 빠져 숨을 참고 참으며 모든 선율의 움직임을 구경하는 청취 삼매경에 빠진다. 이런 성능 좋은 제품과 함께 하면 음악 속에서만 살 것 같아 위험할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음악 속으로 들어가고 싶게 만드는 이 정밀한 묘사력




장난감 중에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미니어처, 피겨가 있다. 난 아직 이 세계에 빠져 있지는 않지만, 오가며 언제나 한참을 그 앞에 서 있곤 한다. 정교함을 구경하노라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세밀화의 매력에 끌리는 것처럼 계속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인상주의 작품들에서는 찾을 수 없는 근접한 묘사력과 그 거리에서 오감(五感)할 수 있는 감동들, 하지만 줌 인을 하던 줌 아웃을 하던 그 정교함에 허술함을 찾을 수 없다. 그냥 모든 거리에서 perfect다. 미니어처 피겨 제품들이 저 멀리서도 선명함으로 호객하여 지갑을 털게 하듯 말이다. Contour XO는 정교함과 공명의 공간으로 우리의 시간을 모두 압수할 제품이다.



세밀화의 매력에 끌리는 것처럼 계속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ContourXO #JH Audio #L-Acoustics #이어폰리뷰 #밑미리추얼 #밑미1일1포

일부 이미지의 출처는 Contour XO 오피셜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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