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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c Feb 15. 2022

감흥의 리더십, SENNHEISER IE40Pro

사운드디자이너의 이어폰 이야기 

 

SENNHEISER사는 IBC 2018(국제방송기기전)에서 프로용 인이어 모니터의 엔트리 모델인 IE 40 Pro을 선보였다. SENNHEISER의 IE800, IE800S, IE80, IE80S 시리즈의 각 모델의 사용 경험이 있는 분들은, 본 리뷰를 통해서도 예상할 수 있겠지만, IE 40 Pro가 전혀 다른 시리즈임을 이내 알아차릴 것이다. IE 40 Pro는 φ10mm의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탑재하고 왜곡을 0.1% 이내로 최소화하여 정확하고 명료한 사운드를 재현한다는 목표로 개발되었다. 



일반적으로 SENNHEISER사의 이어폰이나 헤드폰에 대한 음질에 대한 인상은 부드럽게 흐르는 고전음악과 같은 장르에 걸맞을 것 같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지만, 이번에 리뷰하는 IE 40 Pro 모델은 프로페셔널 유저용 스테이지 인이어 모니터 등의 용도로 개발된 만큼 기존 이미지와는 다른 면모를 보였다. 



IE 40 Pro의 사운드 재생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먼저 선택한 음악은 오케스트라 작품(Beethoven symphony no.7 2악장)으로 고음, 중음, 저음역대 각각의 능력과 전체적인 밸런싱, 조화력, 무대감을 체크해 보았다. 



저음역대에서부터 중음역대를 거쳐 고음역대로, 하나하나 고개를 들어 올리며 나타나는 현악기군들의 장중한 등장은 Beethoven symphony no.7 2악장의 묘미이다. IE 40 Pro는 이 장중한 행렬을 큰 스케일로 담아낼 줄 아는 능력이 있었다. 마치 칠흑같이 어두운 심해로 음의 파장을 보내듯, 깊게 깊게 내려앉는 콘트라베이스의 울림과 그 위에 아슬아슬 붙어 유유히 헤엄치는 첼로의 선율이 조심스럽지만 선명하게 들린다. 저음의 양이 많을 때 나타나는 모호함이 아닌, 더 탄력성 있게 음과 음들이 쫀쫀하게 모여, 흐르는 선율을 구성한다. 그리고서 은근슬쩍 중음역대 악기군이 밀고 들어오지만, 들키지 않으려는 그 스무즈함에 탄성이 나올 정도의 훌륭한 조화력을 들을 수 있었다. 단호하지만 결코 도에 지나치지 않은 균형 잡힌 중음의 양은 고음역대를 향해 올라가는 음악의 상승기류에 탄탄한 받침대가 되어 준다. 중음역대에 등장하여 고음으로 탈바꿈하는 바이올린은 자신의 가창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기 시작하며 고음의 해상력을 높이기 시작한다. 농도 진한 표현력과 표정으로 무대 전체를 휘감으며 율동적으로 음악을 휘휘 젓는 고음 악기의 자유로움에 너무나 만족스러운 감상을 했다. 금관 악기의 수직 상승하는 직진성에 신 앞에서 작아지는 인간의 약함마저 느끼게 된다. 오케스트라 편성표를 보여주는 이어폰들과 달리, 각 악기군이 발현하는 선율들이 무대에 어떻게 등장하고 퇴장하는지, 그리고 자유로운 선율들의 움직임으로 무대를 어떻게 색채감 있고 입체감 있게 채워가는지를 더 듣게 되는 감상이었다. 감흥이라는 단어에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시간이다. 



무대 전체를 휘감으며 율동적으로 음악을 휘휘 젓는 고음 악기의 자유로움



이 정도의 실력이면 앙상블 연주들은 정말 멋진 스테이지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역시 그랬다. 재즈 앙상블(Breno Viricimo Group, Japrs- HiRes)과 아카펠라(New Amsterdam Voices, Kobra Ensemble)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하는 IE 40 Pro의 능력에는 일맥상통하는 맥락이 있었다. 자유로운 선율들의 비행과 저음-중음-고음역대의 규모 있는 피라미드 구성, 입체적으로 구성되는 악기들의 배치, 고정되지 않고 음악의 흐름에 따라 잔잔히 움직이는 스테이지를 느낄 수 있다. 입체적인 무대 배치와 함께 자유로운 흐름 결에 따라 움직이는 음악의 흐름을 따라다니고 있으면 커다란 공간감도 즐길 수 있다. 독주 연주로서 피아노(조성진, yuja-wang), 바이올린 작품(Anne-Sophie Mutter)을 감상하면서 선율의 결에 매료되어 자유로운 영혼의 항해를 더 감동 깊게 경험하게 되었다. 



선율의 결에 매료되어 자유로운 영혼의 항해를 더 감동 깊게 경험



이런 몰입적인 음악 감상의 경지를 어떤 음악에서든 들려주는 IE 40 Pro의 사운드 특성을 들여다보면, 음의 속도감, 리듬감, 스케일의 표현력, 선율의 윤곽과 표현력이 적극적이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갖게 된다. 이런 적극성 있는 성향은 전반적으로 음악을 밝게 들려주고 청자에게도 음악에 적극 동참시키는 리더십으로 발휘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쯤 되면 대중음악으로 청취 시험을 해봐야 할 타이밍이다. 

우선 Pop 음악을 시험적 성격으로서 비중을 두는 이유는, 음원의 구성이나 퀄리티 면에 있어서 포용해야 할 다양성이나 변수가 비교적 많은 분야라는 사실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의 음악 콘텐츠의 퀄리티가 상대적 관점에서 표현되기도 하며 질에 대한 잦대 역시 다양할 수밖에 없지만, 과연 포함될 수밖에 없는 각양각색의 퀄리티를 어떻게 귀에 담아주는가에 대한 능력은 각 이어폰의 특성에 달려있다. 그러한 다양한 조건을 커버하며 장점을 두각 시키는 능력을 발휘하는 재창조형-이어폰들이 있고, 그런 변수들을 여실히 들려주어 문제를 꼬집어 내는 능력을 발휘하는 탐정형-이어폰들이 있다. 과연 어느 쪽일까 궁금증을 안고 Sia, Adel, BTS, 이하이, 아이유의 음원들을 들어보았다. 



보컬들의 발음에서 생기는 필요 이상의 마찰음, 파찰음은 사실 귀를 피곤하게 하는 요소이다. 또한 pop 음악에서 많이 사용하는 퍼커션 중 하이햇 심벌과 크래쉬 심벌의 소리 역시 흥을 돋우기는 하지만 밸런싱에 따라서는 귀에 피로도를 높이는 요소이다. 그런데 해상도가 높은 이어폰일수록 이 단점은 메이크업되지 않는 특징들을 보게 된다. IE 40 Pro 역시 그랬다. 사운드의 해상도가 높다 보니 전달되는 소리의 정보량이 많아지고, 그 정보 속에는 당연히 단점도 실리게 마련인 것이다. 중음과 저음의 풍부한 양감과 탄력성이 음악을 율동적으로 들려주기는 하지만, 그 사이를 비집고 돌아다니는 날카로운 피곤함은 각 선율에 달린 가시처럼 청각을 괴롭힌다. 결국 정보전달형 볼륨으로 다운시킬 수밖에 없게 만든다. 시원하게 발진하는 사운드의 파워에 계속 높이고 싶은 볼륨이지만, 신경을 자극하는 피로도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그래서 안타까운 감상이었다. 하지만 IE 40 Pro가 모니터용으로 사용된다면, 단점을 가리지 않고 들려주는 이 능력이 음악을 좀 더 퀄리티 있게 만드는 데에 공신으로 활약하지 않겠는가 라는 긍정적인 생각도 해보게 된다. 



IE 40 Pro는 감흥의 리더십을 갖고 있다. 음악으로의 몰입력을 순식간에 조성해주고, 음악의 바다 한복판에 우리를 투하시켜 선율들의 항해를 즐기게 해 준다. 한편으로 음원 속에 존재하는 가시 같은 날카로운 파찰음들을 숨겨주지 못하는 정직한 해상도로 모든 장르의 음악을 소화하기에는 약간의 껄끄러움이 존재한다. 소확행을 실천하는 이들에게 오롯이 자신만의 공간을 찾고 있다면, IE 40 Pro가 꾸려주는 나만의 공간을 경험해보길 추천해본다. 감흥의 바닷속에 행복한 비행을 하는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IE 40 Pro는 감흥의 리더십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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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제조사 홈페이지, 프리미엄헤드폰가이드 매거진(본 리뷰의 기고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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