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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c Feb 16. 2022

NEUMANN NDH-20의 농후한 실력이란

사운드디자이너의 헤드폰 이야기 

상당히 긴장하며 건네받은 NEUMANN NDH-20. 

이번 리뷰는 손에 꼽을 정도의 부담감이랄까 난도가 높은 리뷰였다.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NEUMANN사는 프로 오디오 시장에서는 세계적 권위를 가진 메이커로서 전 세계 리코딩 스튜디오에서 중요하게 사용되는 콘덴서 마이크로폰인 U87을 비롯하여 클래식 리코딩 현장 등 다양한 용도의 프로페셔널 오디오 기기를 개발해 오고 있다. 그리고 이번 NAMM Show 2019에서 NEUMANN으로선 처음으로 스튜디오 모니터 헤드폰 NDH-20을 발표했다. 



전반적인 청취 느낌은 프로용 모니터로서 설계되어 있다 보니 플랫, 뉴트럴 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으며 소리의 선명한 표현력이 장점으로 느껴졌다. 

그 외의 특징으로서는 명료한 저음 특성과 중대역과 고음역 간의 스무즈한 연결성 그리고 인상적이면서도 독특한 밸런스를 들 수 있겠다. 아마도 지향점이 명확하다 보니 혹여 감상을 목적으로 들어본 분들은 독특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을 듯하다. 사실 NEUMANN의 Wolfgang Fraissinet씨도 매우 플랫한 주파수 특성과 자연스러운 스테레오 감을 실현한 모델로서 믹싱에 최적화되어 있음을 어필했다는 점을 보더라도 NDH-20의 지향하는 바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필자는 NEUMANN NDH-20이 달고 나온 이름표인 스튜디오 모니터링 헤드폰으로서의 기능과 성능을 염두에 두고 시음(試音)을 해보았다. 

앞서 소개한 Wolfgang Fraissinet 씨가 이 제품에 대한 소개 가운데 플렛한 주파수 응답에 대하여 자신했었다. 목적에 따라 다르겠지만 모니터링 헤드폰이 갖는 플랫한 주파수가 평소 즐겨 듣는 음악들을 갑자기 딴 음악으로 둔갑시키는 것은 사실이다. 저음과 고음의 파워 넘치게 들리던 양감이 현저히 줄어들고 현장감이라고 느끼던 소리들이 싹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점 담백하게 들리는 음악이 마냥 무미건조하게 들린다. 하지만 무미건조함이라 여겨진 음악의 흐름 결 속에 또 다른 질서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질서는 새로운 경험으로 안내해 준다. 어쩌면 NEUMANN의 대표가 플렛한 주파수와 함께 강조한 자연스러운 스테레오 이미지가 무언가를 해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NDH-20을 오래 듣고 있자니 전혀 아무것도 안 하는 척하며 다양한 끼를 담아 건네주는 영리한 구석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모니터링 헤드폰의 기능만으로 이 헤드폰을 정의 내리기엔 너무도 아까운 재능을 가진 모델이다. 모니터링용으로 가두기에는 섬세하게 반짝이는 재능 아니 욕구가 강한 실력가 NDH-20. 이제 그 면을 하나씩 풀어보고자 한다.



먼저 NDH-20의 음역대를 정리해 본다. 

고음에서 무엇을 가위질하였고 무엇을 살렸을까. NDH-20은 고음의 거칠고 공격적인 직진성과 선예감을 둥글게 마모시켰다. 하지만 고음의 색채 있고 표현력이 풍부한 움직임은 그대로 살려두었다. 이런 기민한 가위질은 고음의 날카로움이 마모되었기 때문에 자칫 무미건조하게 들릴 수 있는 곳곳에 온기감을 순식간에 입혀주는 센스를 뽐내는 것 같다. 모니터링을 위한 냉철함에 꽃을 꽂아주는 느낌이다. 또한 고음역대의 짜릿한 피크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고음으로 올라가며 전율이 흘러야 할 부분들에서 되려 차분해지는 느낌들도 새롭다. 역시 냉철한 모니터링 기능이랄 수 있겠다. 고음역대 여가수들의 고음 선율의 공격성이 차단되고 고음역대 악기 선율들의 잔향들이 거두어져 있기 때문에, 고음역대 음악 작업을 하기에 좋은 작업환경의 구축이라 여겨진다. 사실 고음의 이러한 절제된 표현력은 상대적으로 중음의 양이 더 풍성하게 느껴지게 해 주어 중음의 안정감 있고 비중 있는 음악적 기능을 가중시킨다. 



고음과는 분리력 있게 흐르는 중대역은 조화력 있게 소리를 구축하여 들려주고 뭉뚱그리거나 모호하게 흐트러뜨리는 소리 없이 단단하고 선명하게 소리들을 진행시킨다. 중음의 균형감이 돋보인다. 저음은 어떠한가. 예상하겠지만 음악 소비층의 감동을 북돋우는 저음의 능력은 많은 경우 거품을 다소 가미하게 되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러니 저음역을 즐기는 음악들을 스튜디오 모니터링용 헤드폰으로 들으면 벌거벗은 임금님의 힘없는 행진처럼 듣게 된다. 양감이 줄고 타격감이 약하다. 하지만 NDH-20에게는 숨겨진 끼가 있다. 바로 무언가를 거두면서 다른 무언가를 드러내는 재능. 그래서 NDH-20은 극저음의 무거움을 덜어내면서 중저음의 움직임이 가벼워지고 그래서 저음 선율이 더 탄력 있고 율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표현해 준다. 늘 듣던 저음역대의 익숙한 거품과 잔향 범벅의 선율을 깨끗이 빨아들이고 늘 들었겠지만 조금은 낯선 담백하고 율동적인 저음 선율을 새로운 해상력으로 만끽하게 해 준다.



NDH-20은 전반적으로 채도를 떨어뜨리지만 이 또한 다른 매력의 다른 스타일의 필터로 음악을 재조명한다.

 채도가 전반적으로 밝지 않기 때문에 어둡다는 첫인상을 받을 수도 있지만, 마냥 눈부시기만 한 작품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안정적이면서도 온화한 분위기를 느끼게도 된다. 밝은 LED 등보다는 톤 다운되어 쉼을 주는 간접등을 선호하는 휴식공간의 조명처럼 말이다. 또한 NDH-20은 음악과 청자의 거리에 객관성을 둔다. 이 말은 무대와 음악에 휩쓸리지 않을 적정 거리가 유지된다는 것과 그 거리 덕에 큰 관점으로 전체를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무대가 더 깊어지고 악기 배열 역시 넓게 자리한다. 하지만 천장의 높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역시나 모니터링의 기능성이랄까. 여기저기 난도질을 해서인지 음의 강도가 공격적이지 않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볼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얼마든지 MAX의 볼륨으로 작업이 가능할 듯하다.



하지만 모니터링 헤드폰은 허와 실을 낱낱이 드러내기 때문에 비교적 데이터를 슬림화한 음원들의 실체가 크게 실망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필자는 모니터링 헤드폰으로 스포티파이의 표준 음질 그리고 유튜브 음원 듣기를 좀 꺼리는 편이다. 하지만 NDH-20의 숨겨진 재능이 유튜브 음원들에선 어떤 기능을 하는지 궁금하여 시음(試音)을 해보았다. 물론 유튜브의 모든 콘텐츠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의 음원은 불특정 다수를 위해 오픈된 수준의 음원이고 그러니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서는 안 되겠지만 사용자의 접근성 측면에서 너무 가까운 채널이다 보니 확인해 보게 된다. 우리가 손쉽게 손이 닿고 가격도 좋아서 늘 사 먹던 음식을 식품 안전원에서 나와 성분 검사한 결과 영상을 통해 종종 그 실체를 알게 될 때 오는 충격처럼 스튜디오 모니터링용 헤드폰은 그간 우리가 즐겨 듣던 음악들의 실상을 낱낱이 고발해 준다고나 할까. 혹시 그런 진실이 궁금하다면 한 번 들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하지만 NDH-20의 하나를 버리고 다른 하나를 선사해주는 재능 덕에 각 음역대의 유기적인 결합 속에서 음악 전체의 조명이 달라지는 필터의 변화가 있기 때문에 한결 다정다감한 음악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결론은 역시나 유튜브의 상당수의 음원은 채널 특성이나 스트리밍이라는 통로에 맞게끔 조정된 음원이 맞다는 것이다. 그런데 비약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색다른 발견을 하나 했는데 광고용 콘텐츠의 사운드는 시원시원하게 들려왔다. 호소력 넘치고 적극적이고 윤기 있게 쳐들어 오는 소리에 광고를 더 들어야만 할 기세였다. 그래서 얻는 또 하나의 결론은 역시 유튜브의 광고는 당연하겠지만 최적화에 정성을 들인 티가 난다. 필자가 리뷰에 대한 접근을 되도록 컨슈머 관점에서 이끌다 보니 본인이 엔지니어임을 잊고 글을 써가는데 개인차가 있겠지만 광고 콘텐츠에 들이는 리소스는 일반 방송이나 다큐 장편과는 또 다른 지향점이 있기에 이런 차이는 당연한 결과이겠다. 말이 길어질 수 있으므로 여담은 짧게 접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음향 엔지니어링 파트 등에 대해서 다루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돌아와 그래도 참 잘 만들어졌다는 생각에는 변함은 없다.    



이제 정리를 해보면 NEUMANN NDH-20은 모니터링으로만 사용되기에는 아까운 재능을 가진 모델이다. 숨은 재능에 매료되어 반나절 넘게 귀에 끼고 있어도 전혀 피로도가 느껴지지 않는 편안한 착용감은 물론 채도가 조절된 새로운 필터로 음악을 재구성하여 맛깔나게 담아내는 정직한 관점까지 들려주는 실력파다. 요즘은 선글라스를 햇빛이 강한 여름에만 끼지 않는다. 생활안경으로 실내에서도 살짝 색이 들어간 안경이 눈의 피로도를 줄여주고 멋도 더해주는 시대로 사시사철 실내외 용품이 되고 있다. 이처럼 NDH-20도 모니터링만이 아니라 전천후로 사용 가능성이 농후한 실력이 있다. 자신의 본분인 모니터링을 위해 과감히 가위질을 한 그곳에, 새로운 발견을 선사하는 멋스러운 센스! NEUMANN의 첫 번째 도전. 이 정도 결과라면 엄지척을 올려야 하지 않겠는가. 



NDH-20도 모니터링만이 아니라 전천후로 사용 가능성이 농후한 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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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제조사인 노이만 사이트의 해당 제품 페이지와 본 원고의 기고 매거진인 프리미엄헤드폰가이드에서 발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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