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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c Feb 22. 2022

FOSTEX TH7은 캐주얼 뷔페 레스토랑

사운드디자이너의 헤드폰 이야기 


FOSTEX TH7은 약 20년 이상 판매되어 온 롱셀러 제품의 새로운 버전으로 2016년 12월에 발표된 모델이다. 착용감과 드라이버 유닛의 소리 투과 부분의 소재 그리고 당연히 재생 사운드 역시 개선된 모델이다. 고급 기종은 아니지만 개발 콘셉트를 충실히 구현한 제품이며 코스트 퍼포먼스 역시 10만 원대 제품으로 성능을 구려하면 우수하다. 착용감 면에서는 헤드 패드와 이어 패드를 고급 인조가죽 소재로 변경하여 피부 촉감은 물론 내구성이 강화되었다. 일단 제품 도착 즉시 들어본 느낌으론 스튜디오 모니터 용까지 고려한 튜닝이 되어 있다 보니 각 악기음의 분리성능이 좋은 편이다. 그리고 음악 감상으로는 장르가 좁혀질 것이라 보지만 활용 범위 면에서는 음악 제작, 게임용 등 가능할 듯한 첫인상이다. 고음부가 밝은 편이며 다소 강하다는 인상이 있지만 에이징 해 감에 따라 부드러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아쉬움을 느끼는 저역이 살아날 것을 기대해 보며  FOSTEX TH7의 참맛을 보고자 한다. 


나는 새로운 이어폰이나 헤드폰에 대한 시청을 시작하면 기계 속 메커니즘에 대한 호기심과 정보는 일단 덮어둔 채, 반복적으로 다양한 음원들을 들어보며 보물 찾기를 시작한다. 이번 제품은 저. 중. 고음역대를 어느 정도나 확보하고 있는지. 현장감, 공간감은 어떻게 그려내는지. 어떤 장르의 콘텐츠를 더 잘 담아내는지. 음악이라면 악기와 사람의 목소리 중 무엇을 더 호소력 짙게 전달하는지… 일반 대중의 사용처를 고려하며 반복적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듣다 보면 기계 속의 메커니즘이 정리가 되고 제작사의 제작의도가 슬슬 궁금해져 온다. 그러고 나서 메커니즘에 대한 제작사의 의도를 찾아보고 기계 속을 들여다보면, 마치 정답지를 맞춰가는 야릇한 성취감과 스릴마저 든다. 이미 알아버린 기계 정보의 색안경으로 소리를 머리에서 정하여 그에 맞춰 듣는 것이 아닌, 온전히 청력에 의존하여 뇌의 편견스러운 간섭 없이 원초적으로 정보를 만들어 가는 시간… 물론 이렇게 말하는 본인 역시 청각의 기억을 온전히 벗어버릴 수는 없지만 독자들에게도 한 번쯤은 해보도록 권하는 청취법이다.



나는 재생 음역대와 공간감 테스트를 위해 언제나 바렌보임 지휘의 베토벤 심포니 교향곡 7번을 즐겨 듣는다. 

특히 2악장의 도입부에 심해 깊은 곳에 가라앉은 듯한 콘트라베이스의 저음 멜로디의 전달력, 그리고 함께 연주되는 첼로의 다른 저음 멜로디의 다른 음색을 어떻게 보여주는지로 저음역대 점수는 대번에 매길 수 있다. 콘트라베이스는 애써 찾아들어야 존재감을 들을 수 있지만 첼로의 선율은 낮지만 굴곡지고 곱게 들려주고 있었다. 에이징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을 감안하여도 콘트라베이스의 존재감은 큰 기대가 되지 않아 안타까웠다. 공간감은 현악기군의 확장 연주와 더불어 다이내믹의 변화로 생기는 공기의 흐름 결을 그려내는지 그리고 그 흐름 결을 온전히 즐길 위치에 리스너를 앉혔는지로 점수를 준다. 오케스트라 각 악기마다의 소리 전달력이 하나가 되는 지점, 높은 천장으로 뻗어 올라갔다가 청중에게로 반사되어 내려오는 그 교차점에 리스너를 앉혀준다면 “로열 헤드폰이시라” 해야겠다. 그런 면에서 TH7은 비껴간 자리에서 음악을 들려주지 않았나 싶다. 각 악기군의 음악적 전달력은 각각 훌륭하지만 하나로 모여 가슴을 치는 감동의 타이밍이 뭉쳐지지 않아 매 순간이 아쉬웠다.



다음으로 TH7의 디자인과 색감(필자가 사용한 것은 그린 컬러)에서 오는 느낌을 따라 젊은 층이 선호하는 팝 음악들을 들어보기로 하였다. 

최근 어디서든 자주 들어본 악동뮤지션의 ‘다이노소’와 아델의 ‘헬로’를 선택하여 듣고는 놀랐다. 베토벤 교향곡 7번에서 얻은 실망감을 상쇄하는 ‘숨은 자아(?)의 폭발’이라고 할까! 물 만난 물고기처럼 TH7의 매력 발산 그 자체였다. 필자를 절로 눈감고 흥을 태웠다. 젊은 유저들이 거리를 이동하며, 시끄럽고 답답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사용한다면, TH7은 눈에 보이는 바깥세상을 모두 영화처럼 흐르게 할 것이다. 팝 음악의 매력적인 선율과 날로 퀄리티 있는 음악성을 담으려는 음반들의 노력들을 고스란히 잘 전달해주고 있다. 유튜브 음원과 영상들이나 스마트폰 다운 영화에도 사용해 보았다. 시각정보에 힘을 실어주는 필요한 모든 전달력을 갖춘 소리들이었고 아쉬움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이쯤 되면 재즈음악을 들어보지 않을 수 없다. 

악기 앙상블로는 MURAKAMI PONTA SYUICHI의 WELCOME TO MY LIFE 앨범 수록곡과 보컬 앙상블로는 CHIE AYADO의 BEST 앨범 수록곡 중 메모리를 도마에 올려보았다.  이미 앞선 경험이 있기 때문에 보컬 앙상블에 대한 기대가 컸고 재즈 음반 특유의 공기 중에 마구 흩어져 있는 안개 자욱 음향들은 어떻게 그려낼지 역시 궁금했다. 히레의 봉고(타악기) 연주에서는 살갗으로 봉고의 가죽을 스치는 촉감과 탄성 넘치는 봉고 소리의 다양성을 모두 담아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에이징의 문제를 감안한다면 조금은 기대가 되는 소리였다. 악기 간의 거리가 느껴지는 무대였고 분리된 악기 소리들이 각각 잘 들리는 감상이었다. 여자 이름 보컬에서는 적당한 공간감과 쓸데없는 잔향들의 소거로 깔끔한 연주로 가위질해주었다. 



참고로 그 외에도 High-resolution 음원(44,1kHz/16bit~384kHz 32bit)과 Hamabenouta, Takedanokomoriuta High-resolution 음원, Stock Fisch Records의 Closer to the music 시리즈의 음원도 포함하였으며 재생 디바이스로는 Astell & Kern의 AK380이 사용되었다. 



본 제품에 대한 두드러진 특징을 보여준 앞서 언급한 음원들을 시청한 결과 TH7에 대해 한 가지 이미지를 정리할 수 있었다. ‘가성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세대인 젊은이들이 적정선의 가격에서 그래도 두루두루 경험하고 즐기며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캐주얼 뷔페 레스토랑”을 선호하듯 TH7도 선택된다면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이다. 디자인과 색감에서 주는 레트로스러운 형태나 이미지에 맞게 TH7은 요즘 젊은 세대들이 다양한 관심으로 두루 섭렵하고 즐기는 다양한 콘텐츠에 흔쾌히 동참해 줄 멋진 파트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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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본 글의 기고 매거진인 프리미엄헤드폰가이드에서 발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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