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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c Mar 17. 2022

흐트러짐 없는 군인 같은 YAMAHA HPH-W300

사운드디자이너의 헤드폰 이야기는 맑고 명료한 야마하의 철학

야마하는 일본이 세계에 자랑하는 악기 메이커이다. 사실, 야마하 제품에는 크든 작든 고집스러운 야마하의 철학이 배어 있고 이것이 야마하 다움으로 소비자에게 느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오랜 실용성을 추구하는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한 메이커이기에 기대를 걸고 HPH-W300 리뷰에 임했다. 


HPH-W300은 전반적으로 플랫한 인상이어서 음악을 장시간 즐기기에 적합할 것 같은 인상이며 한편으로 보다 의식적으로 들어보면 악기 하나하나의 디테일한 질감을 느낄 수 있는데, 아마 이것은 이쿼라이징과 같은 전기적 제어 과정에 의존하는 일 없이 철저하게 어쿠스틱 튜닝을 적용하였기에 가능하였으라 예상해 본다. 일반적으로 블루투스 헤드폰의 경우 사운드에 있어서 다소 도드라지게 하거나 화려하게 들리게끔 하려는 듯한 연출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제품은 그러한 요소를 철저히 배제하고 있었다. 자연스러움을 전달하고자 하는 야마하만의 철저함이랄 수도 있겠다.  



주요 특징으로서 먼저 이 제품에는 블루투스 모듈이 탑재되어 있음과 동시에 유선으로 연결할 경우는 하이 레졸루션 음원을 즐길 수 있는 하이브리드 기능을 가진다. 블루투스 재생 시에는 aptX 코덱을 적용하여 유선 연결 시와의 재생 음질 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고민의 흔적일 수도 있겠다. 아마 다양한 재생 환경에 따라 큰 변화를 느끼는 일없이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필자는 두 가지 방식을 비교하며 모니터링 해 보니 유선 접속과 비교하여 블루투스 연결 시에는 재생 대역폭이 좁아진 듯한 느낌이다. 필자가 야마하의 팬은 절대 아니지만 아마도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모니터용 헤드폰으로서의 콘셉트를 추구하다 보니 접속 방식에 따른 차이를 의도적으로 좁히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사운드 재생을 허용한 것 같다는 인상이다. 주가 아닌 서비스 기능으로서 블루투스 접속 여부를 고려한다면 이 제품을 기꺼이 추천하겠다. 개발자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역시 하이 레졸루션 청취 기능을 우선적으로 염두한 모델임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다른 특징으로서 내부에는 40미리 구경의 드라이버를 탑재하고 있으며 이 드라이버가 설치된 음향 스페이스인 하우징 내부를 각각 독립된 듀얼 챔버 구조를 적용하였다. 풀어 설명하면 전기회로와 배터리 등을 드라이버와 공간적으로 분리한 것이다. 이 방식을 통해 좌우 하우징 구조가 동일한 형태를 취할 수 있게 되었으며 결과적으로 보다 자연스러운 음색 재현 조건에 가까워지게 되었다. 오른편 하우징에는 터치 센서 컨트롤을 내장하고 있어서 스와이프, 터치와 같은 조작으로 각종 기능 사용이 가능하다. 처음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익숙해지면 매우 편리하다. 음량의 컨트롤은 물론 빨리 감기나 되돌리기도 가능하다.  



장시간 사용해도 쾌적함을 유지하기 위한 배려로서 하우징 부분의 Swivel 기구를 인간 귀에 각도에 맞추어 15도 기울여 놓아서 핏감을 높였고 귓구멍의 위치와 드라이버 유닛의 위치를 맞추었다. 이를 통해 재생 음질 조건과 핏감의 장점을 살렸다. 이어 패드에는 저 반발 쿠션을 사용하고 헤드밴드에는 통기성이 좋은 패브릭 소재를  적용하여 미끄러짐이나 착용감을 향상하였다.  



이제 사운드에 대해 본격적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HPH-W300의 실력을 듣고자 고음역대를 더 잘 들을 수 있는 K-pop 가수인 백예린과 아이유의 음악을, 그리고 중음역대를 더 잘 들을 수 있는 jazz vocal Chie Ayado와 pop가수 Adel의 음악을, 또한 저음역대를 더 잘 들을 수 있는 바렌보임의 베토벤 심포니 7번 2악장을, 끝으로 저음역대의 파워를 들어 볼 수 있는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우선 선택하였다. 


고음역대의 음악은 높은 피치의 짧고 빠른 파장으로 청자에게 피로감을 쉬이 준다. 그래서 고음역 싱어의 음악은 싱어가 가진 보이스 컬러를 배경음악과 얼마나 잘 조화시켜 전달하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씹기 힘든 살코기를 쌈을 잘 싸서 한 입에 넣으면 목 넘김이 더 좋은 것과 같다. 물론 1차 제작 과정인 작곡과 편곡의 단계에서 이루어져야 할 작업이지만 청자의 귀에 그 작업을 발현하는 헤드폰은 2차 제작 단계에 해당된다고 본다. HPH-W300은 고음역대의 선율을 명료하고 곱게 뽑아내면서도 그 고음이 날카롭거나 너무 가늘지 않게 약간의 펄감과 뽀얀 안개의 효과를 살짝 주어 그 피로감을 덜어준다. 여성 보컬의 고음이 마구 날아다니지 않으면서도 청아함을 갖게 해준다. 이것은 고음역대를 서포트 하는 중음역대의 역할에서 오는 것 같다. 고음역대를 포근히 감싸며 안정감 있게 흐름을 엮어가는 중음역대의 역할을 소중히 여기는 재주를 HPH-W300이 가진 것 같다.



중음역대의 진가를 확인하기 위해 chie ayado 음악을 들어본다. 귓속 깊이 내려앉는 Chie Ayado의 중음이 안정적으로 흘렀다. 꽉 채운 중음의 당당함과 그 끝을 흐드리는 스모키 한 음색의 마지막 흔들림까지 모두 담아냈다. 그리고 가슴 절절 Adel의 정적이 흐르는 보이스와 한마디 두 마디 건네는 가사의 무게도 들려준다. 역시 중음의 탄탄함이 돋보인다. 다만 중음역대의 충돌이랄까.. 중음역대를 꽉 채운 배경 악기 연주와 메인 보이스의 대결이 간혹 생겨서 팽창된 중음역대의 사운드로 혼탁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것은 중음역대의 과시로 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 정도의 중음역대 확보이면 저음역대의 숨은 실력이 궁금해진다. 필자는 언제나처럼 바렌보임이 지휘한 베토벤 교향곡 7번의 2악장 도입부에서 장중히 걸어가는 콘트라베이스의 큰 울림통에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아쉽게도 콘트라베이스와 첼로의 연주가 멀리서 들려오는 듯했다. 피아니시모의 연주여서 작은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멀어서 잘 들리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같은 악기가 음역대를 달리하면 악기는 다시 다가온다. 첼로가 중음역대로 활기를 보일 때면 첼로의 선율이 굵어지며 청중 앞으로 진일보한다. 저음역대의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전체 악기군의 밸런스는 훌륭하다.


저음역대 하면 또 들어봐야 할 것이 킥과 베이스이다. 댄스 뮤직의 중심에서 활력의 에너지를 만드는 킥 드럼의 타격감과 베이스의 육질 감은 대중음악의 저음역대 대명사이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으로 HPH-W300의 킥과 베이스는 균형 잡힌 사운드였다. 하지만 킥의 타격감과 베이스의 육질 감을 느껴야 할 곡에서는 정돈됨 보다는 조금은 무질서하더라도 열정이 앞서길 바라본다.



HPH-W300에게는 군인의 단단함과 흐트러지지 않는 힘의 이미지가 있다. 그 중심에는 중음역대가 단단히 자리하고 있고 야마하의 장기일 청아한 자태를 뽐내며 명료히 빛나는 고음부가 있다. 다양한 장르의 음색을 들어보며 머리 속에 계속 떠오른 것은 야마하 피아노였다. 야마하 피아노는 스테인웨이 피아노와 함께 전 세계 공연장에 반드시 구비되어 있는 악기이다. 주위 피아노 연주자들의 악기 평을 들어보면, 야마하 피아노의 특색은 중음부와 고음부의 명료하고 맑은 소리라고 한다. 그러니 HPH-W300은 그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물건이 아닌가 싶다. 




https://jp.yamaha.com/products/audio_visual/headphones/hph-w300/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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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중 이미지는 제조사 상품 페이지와 본 글의 기고 매거진에서 발췌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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