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Ic Mar 26. 2022

음악적 해석까지 고민한 베이어다이내믹 DT 240pro

사운드디자이너의 헤드폰 이야기는 신뢰의 아이콘 Beyerdynamic

이번 리뷰는 Beyerdynamic사의 DT 240 PRO.


모니터링용 헤드폰임을 전제로 DT 240 PRO의 저음역대를 들어보면 의외의 솔깃함을 느끼게 된다. 고품질까지는 아니지만 극저음의 존재감도 살리면서 저음역대의 전반적인 안정감이 형성된다. 또한 저음이 크게 살아있지는 않지만 전체적인 밸런스를 생각해보면 양감 면에서 적절히 균형 잡혀 있고, 저음의 퍼짐이 적어서 깔끔한 흐름을 청취할 수 있다. 타악기의 타격감도 살아 있고, 드럼 펄스의 탄력성도 좋아서 음악 안의 맥박에 즐겁게 동참할 수 있다. 저음역대에 힘을 주는 제품들이 많은 요즘, 모니터링 헤드폰의 플랫한 사운드에 대한 고집을 살짝 내려놓고 이 정도의 멋을 부리는 것은 아마 플러스 요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저음이 크게 살아있지는 않지만 전체적인 밸런스를 생각해보면 양감 면에서 적절히 균형 잡혀 있고,



DT 240 PRO의 중음역대는 그야말로 플랫(flat)하다. 기교 없는 평평한 사운드는 객관적이어야 할 모니터링 헤드폰의 기본 덕목이자 사운드에 대한 냉철한 이성을 가질 수 있는 중요한 전제가 된다. 그러므로 DT 240 PRO의 이러한 중음역대의 드라이함은 모니터링 헤드폰으로서의 정체성 측면에서 칭찬할 만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이 플랫한 중음역대 사운드 덕에 저음역대가 유니크하게 들리는 효과도 있다. 



이제 DT 240 PRO의 고음역대로 들어가 보자. 대체적으로 모니터링 헤드폰에서 느껴지는 조금 눌린 고음역대, 그리고 고음으로 올라갈수록 뒤로 빠지는 듯한 느낌이 전혀 없다. 힘 있게 뻗어나가는 고음들의 직진성과 섬세한 고음 선율의 증발을 모두 들을 수 있으면서도 무엇 하나 날카롭지 않다. 거슬리는 치찰음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또한 장시간 사용하면서도 피곤할 일이 없었다. (아마 가벼운 무게도 한몫을 했겠지만) 모니터링이라는 기본 전제의 기능을 염두에 두고 음악을 들었지만, 고음역대에서 폭죽을 터뜨릴 기세로 쭉쭉 뻗는 힘에 어느새 모니터링이라는 용도의 편견을 내려놓게 된다. 하지만 듣다 보면 발견하게 되는, 약간의 특별함이 하나 있다. 초고음역대 어느쯤에선가 울리는 멍울져 가는 잔향들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이 음악을 애틋하게 만들어 주고, 사운드가 호소력 있고 감동 있게 전달되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초고음역대 어느쯤에선가 울리는 멍울져 가는 잔향들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DT 240 PRO로 만나서 좋았던 음악들은 대체적으로 따뜻함을 기대하는 음악이라면 모두 엄지척이 된다. 기타나 보컬, 첼로, 피아노, 현악 4중주, 재즈 앙상블이 특히 너무 좋다. 힐링을 위해 저녁마다 밤마다 나지막이 듣는 음악이 있다면 DT 240 PRO로 한번 만나 보시길 권한다. 이 제품의 실력에 놀랄 것이다. 이 가격에 이 사운드라니!! 확실한 득템이 될 제품이다. 그러면 이제 리뷰 내내 필자가 DT 240 PRO로 힐링한 음악 3곡을 적어보고자 한다.



DT 240 PRO가 들려주는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중 달빛은 온기가 서린 모노톤이다. 해상도가 좋은 제품들은 대체적으로 차가운 달빛을 그려주는데, 이 녀석은 모노톤의 세련되고 따듯한 기운으로 달을 품었다. 피아니스트의 손끝을 따라 건반과 현에서 빠져나온 음향들이 공기 중에서 얽히고 섞이는 매우 몽환적인 모습을 가만히 쳐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댐퍼 페달의 울림으로 메워지는 공간을 가득히 귀로 담는 시간은 산속 달빛 아래에서 온천을 즐기며 앉은 신선의 릴랙스와 같았다. 



DT 240 PRO의 저음역대를 의지하여 들어볼 만한 곡으로 슈만의 현악 4중주 Aminor, op.41, no.1 introduction: Andante espressivo – Allegro가 있다. DT 240 PRO의 온기감 덕에, 슬프도록 아름다운 이 곡을 조금은 위로감 있게 들을 수 있었다. 첼로의 포용력 있는 현의 파장이 심장까지 울려오는 가운데, 전체적인 온기감으로 좀 더 친절해진 바이올린 선율을 감상하며 덜 긴장할 수 있었다. 



DT 240 PRO로 듣는 정재일(Pf) X 박효신(Vocal)의 “야생화”, “숨”은 매일 밤 하루의 피로를 녹이는 족욕과 같은 따듯함이었다. 진지한 음악을 하는 두 명의 뮤지션의 진정성과 열정을, 너무 뜨거워서 차마 담글 수 없는 물 온도가 아니라 얼마든지 견딜 수 있는 만큼의 기분 좋은 온도로 즐길 수 있게 해 준다. 잔향들이 사라지는 공간을 찾아들어보기를 권해본다. 마지막 피아노의 음이 사라지는 그 뒷모습을 끝까지 쳐다보기를 바란다. 분명 DT 240 PRO이 가진 멋진 공간을 보게 될 것이다.



DT 240 PRO의 가성비를 생각하면 정말 괜찮은 제품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온라인 학습을 많이 하는 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라면, 청력 손상과 사운드에 대한 섬세함을 망칠 적당한 헤드폰을 구입하느니, 이 제품으로 자녀의 평생 청력을 보호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 조차 들었다. 그리고 요즘 남녀노소 모두 디지털 피아노를 들여 레슨을 받는 경우도 있는데 헤드폰을 사용해야 하는 시간대라면 기꺼이 이 제품을 추천한다. 장시간 들어도 이어 패드의 편안함, 가벼운 무게, 사운드의 플랫함으로 좋은 도구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필자가 사운드 엔지니어 작업을 위해 헤드폰을 사용하는 경우는 다르지만, 일반 리스너로서 몰입하여 음악을 감상을 하는 경우는 사실 플랫한 헤드폰보다는 브랜드 혹은 시리즈나 제품의 텍스쳐를 즐기는 편이다. 이런 음악을 이 제품으로 들으면 보이는 음악이 이렇게 달라지는 경험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때론 강한 채색을 입히는 헤드폰도 마다하지 않고 섭렵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번 제품 때문인데. 종종 플랫함을 구현해낸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들으면 음악조차 느끼기 어려운 제품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음향만 있을 뿐 음악이 없다. 이모션도 찾을 수 없다. 그런데 이번 제품은 플랫하지만 나름의 음악적 해설을 들려준다. 앞서 몇몇 음악을 필자의 주관적인 표현으로 서술했지만 부디 여러분도 맛보기를 바란다. 



Beyerdynamic은 결코 믿음을 져버리지 않는다. 감사할 뿐







https://europe.beyerdynamic.com/dt-240-pro.html






#Beyerdynamic #DT240PRO #review #sounddesigner #music 

#베이어다이내믹 #헤드폰 #헤드폰추천 #헤드폰리뷰 #사운드디자이너 #밑미1일1포 #밑미


*.글 중 이미지는 제조사 상품 페이지와 본 글의 기고 매거진에서 발췌한 것임

https://www.audiopie.co.kr/HOME


작가의 이전글 탐욕의 대상 CTM, Da Vinci X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