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낙엽을 쓸었다.

서툰 고백

by 복덕

아침 선잠에 생각했다.

어, 몸이 왜 찌뿌둥하지.

비가 오려나.

별생각을 다 한다.

내가 언제 비 온다고 몸이 알았나.


마침 남편의 전화가 왔다.

오늘 병원에 안 올 거냐고 한다.

몸살이 난 것 같다고 뻥을 쳤다.

무언가 요구사항을 하려다

시무룩하게 전화를 끊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산책길을 전력 질주했다.

오늘은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내 맨발 코스를 조용히 돌았다.

아무도 안 걸었는지 낙엽이 흩어져 있었다.


어제도 누군가가 낙엽을 쓸던데.

나도 대빗자루를 들었다.

누구든지 쓸라고 대빗자루가 중간중간 있었다.

쓱쓱, 싹싹.

낙엽을 쓸어내는 소리가 좋다.


찌뿌둥한 몸도, 마음도,

남편의 시무룩한 전화도

낙엽과 함께

쓱쓱 싹싹

쓸려나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급행 지하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