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고백
2025.10.13.
어제 늦도록 잠이 오지 않았다.
불 꺼진 방 안에서,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말이
귓가를 떠돌다 가슴에 내려앉았다.
세상의 말들이
이젠 바람처럼 스쳐가도 좋을 나이인데,
나는 아직도 그 말들에 흔들린다.
작은 소리 하나에도 마음이 쪼그라들고,
무심한 웃음에도 눈물이 번진다.
말은 참 이상하다.
입을 떠나면 공기 속으로 흩어질 줄 알았는데,
어쩐지 내 안에 뿌리를 내리고 자란다.
잊었다 싶으면 새순이 돋아,
다시 나를 아프게 한다.
어제저녁나절에 시누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남편 보양으로 사골을 고았다고 했더니,
이제 사골 고을 줄 아느냐고 반문한다.
묘하게 기분이 씁쓸했다.
칭찬인 듯 들리다가도, 그 안에 깔린 미묘한 기색이 마음을 건드렸다.
그러더니 이내 말을 이어간다.
“그건 별 보양이 안 돼. 족발을 고아야지.
족발이 환자에게 좋아.”
이미 사골을 다 고아 식혀두었는데,
그 말에 괜히 내가 뭘 잘못한 사람처럼 작아진다.
멀리 떨어져 살아도 시누님은 여전히 나를 점령하려 한다.
살림의 방향, 반찬의 종류, 심지어 남편을 챙기는 방식까지도.
전화를 끊고 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한참을 누워 뒤척이다가,
“그냥 사골이면 됐지, 왜 자꾸 비교를 할까.”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러다 또 마음 한편이 흔들렸다.
‘족발을 고았어야 했나?’
괜한 걱정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밤새 잠을 설쳤다.
사골 냄새가 은근히 배어 있는 부엌을 서성이다가,
식혀둔 국물을 한 번 떠보았다.
진하고 고소한 맛이 혀끝에 닿는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스스로를 다독여보지만,
시누님의 말 한마디는 여전히 귓가에 남아 있었다.
다음부터는 전화와도 받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