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고백
2025.12.12.
낙엽이 지나간 자리는 서늘하다.
바람 한 번 일고 간 자리마다
비어 있는 틈에서 겨울의 숨결이 묻어난다.
시커먼 나무들은 서로를 의지하는 듯
가지 끝을 살짝 맞대고
남겨진 부산물들을 털어낸다.
한 해를 온전히 견디고 난 뒤의
어깨를 토닥이는 몸짓처럼 보인다.
공원 옆 오솔길에는
여전히 이름 모를 식물들이 서 있다.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이지만
그 틈새마다 스스로의 질서를 지켜온 것들이다.
우연히 발견했던 여뀌도 있었고,
손끝으로 톡 건드리면 튀어나올 것 같던
신기한 까만 열매를 가진 맥문동도 있었다.
그때는 하나하나가 눈길을 끌었는데
지금은 낙엽이 두껍게 쌓여
무엇이 어디에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다.
낙엽 속으로 비치는 햇살이
한나절을 부드럽게 데우는 사이,
바닥에는 단지 반쯤 상한 모과만
쓸쓸히 나뒹굴고 있었다.
모과가 어디서 왔을까.
이 작은 길에서 자랄 만한 나무는 보이지 않는데
누가 일부러 두고 간 것인지,
아니면 저 위 어디선가
바람이 데리고 내려온 것인지 알 수 없다.
나는 두리번두리번
모과나무를 찾아보려 애써 보았다.
아무리 걸음을 옮겨도
눈에 익은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키 큰 나무들을 올려다봐도
잎이 다 떨어져 버린 나무들 사이에서는
모과나무를 구별할 길이 없었다.
그래도 신기하게
모과는 군데군데 떨어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이 좁은 길에 흔적을 남기고 간 듯
종종걸음으로 이어진 노란 표식 같았다.
오솔길은 오늘도 조용히
자신의 계절을 견디고 있었다.
누군가는 스쳐 지나갈 뿐인 길이지만
나는 이 길에서
날마다 조금은 다른 풍경을 발견한다.
사라지는 것과 남겨진 것,
그 사이에 숨어 있는
작은 이야기를 찾아가며
또 한 번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