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

서툰 고백

by 복덕


2025.10.26.


딸이 사다 놓은 갈근탕을 다시 한번 먹었다.

이삼일 전에 한 번 먹어보았을 때는 딱히 효과가 없었는데, 오늘은 몸살 기운이 더 심해진 듯했다. 가만히 앓기만 해서는 낫지 않을 것 같아,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해보자는 마음으로 약을 데워 마셨다.

‘이번에도 별 효과가 없으려나.’

속으로 중얼거리며 천천히 입 안에서 넘겼다.


이렇게 누워만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아프면 마음이 먼저 주저앉을 때가 있다. 그래서 결심처럼 목욕재계를 했다. 따뜻한 물이 몸을 감싸자 굳었던 어깨가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거울 앞에 서서 얼굴에 팩도 한 장 붙였다.

피부라도 편안해지면, 그 부드러움이 몸 전체로 번져 아픈 기운도 조금은 멀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따뜻한 김이 욕실 거울을 흐리게 만들었다.

그 사이로 희미하게 비친 내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몸이 아픈 날은 마음도 함께 무너지는 날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돌보는 법을 배우는 날이기도 하다고.


비록 갈근탕 한 봉지와 미지근한 욕조 물 한 번으로 금세 나을 리는 없겠지만,

이 작은 노력들이 내 몸과 마음을 다시 제자리로 데려와 줄 것이다.

생각과는 다르게 몸은 여전히 뭉치고 여기저기 쑤시는 데가 있었다.

아, 이게 단단히 걸렸구나 싶었다.

몸살이란 게 단순히 약 두 알로 떨어져 나가 줄 만큼 얄팍한 손님이 아니었다.

입맛이 사라진 것도 영 못마땅했다.

입 안이 텅 빈 것처럼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으니, 나까지 텅 빈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장에 나가 보기로 했다.

시장에 가면, 살아 있는 냄새들 속에서 혹시라도 다시 입맛이 돌아올지 몰랐다.

먼저 눈에 띈 것은 인절미였다.

말랑하게 눌린 콩고물이 고소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한 팩을 집어 들었는데, 생각했던 가격과 천 원 차이가 났다.

왜 꼭 천 원을 더 얹어서 팔까.

참 언제부턴가 모든 게 살금살금 천 원씩 올라 있었다.

지갑 속 돈을 꼭 맞춰 나왔던 터라, 그 천 원이 괜스레 마음을 건드렸다.

그래도 인절미만은 놓칠 수 없어 그냥 계산을 했다.


발걸음은 자연스레 어물전으로 향했다.

지난주부터 자꾸만 입맛을 다시게 하던 꽃게가 머릿속에 있었다.

얼큰하게 된장을 풀고 파 송송 얹어서 끓이면,

그 국물을 떠먹는 순간 속이 확 풀릴 텐데.

그런데 오늘은 꽃게가 딱 세 마리 남아 있었다.

게다가 크기가 작았다.

머릿속으로 얼른 가격을 가늠해 보며 물었다.

“꽃게 얼마예요?”

“세 마리 남았으니까 만 오천 원요.”

순간 속으로 뜨악했다.

다리도 여기저기 떨어져 나가고 힘이 빠진 꽃게를,

저렇게 당당하게 비싸게 팔 줄이야.

요즘 꽃게는 몸값이 금값이구나 싶었다.


오늘 꽃게 된장찌개는 또 미뤄야 할 모양이었다.

아쉬움이 목에 걸렸지만,

그래도 인절미는 건졌으니 다행이라 해야겠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좋아하는 걸 먹는 건 마음을 달래는 일이기도 하니까.

말랑한 인절미 한 점 입에 넣고 콩고물 묻은 손가락을 살짝 떼어내다 보면,

몸살도 언젠가는 뚝하고 떨어져 나가겠지.

그렇게 믿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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