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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찾는 마음 Apr 26. 2022

내 마음속의 런던(London State of Mind



                       런던 윔블던 지역 주택가 - 런던에 자주 없는 모처럼 화창한 날씨다



  2000년대 초반에 런던에 1년 남짓 산 적이 있다. 거주할 때는 몰랐으나 떠나고 보니 그곳이 좋았더라는 깨달음처럼 한 번씩 런던에 대한 향수가 밀려온다. 빌리 조엘이 미국 서부의 태양이 눈부신 LA에 살다가 뉴욕에 대한 그리움을 못 이겨 되돌아가며 만든 노래 'New York State of Mind'처럼 런던은 항상 내 마음속에 그리움으로 자리할 도시이다. (노래 제목에서 'state of mind'란 마음의 상태라는 뜻인데 뉴욕을 그리워하는 마음의 상태라는 의미이다.)  런던을 떠난 뒤에도 다시 관광차 방문을 했었는데 도시 자체의 매력이나 정겨움은 여전했다. 무언가 새로운 일이 있을 것 같은 설렘이 있는 도시, 자유와 낭만, 우아함이 배어 있는 도시 런던은 언제든 다시 가고 싶은 도시다.



 처음 런던에 도착했을 때 보았던 수많은 런던의 명소들은 가슴을 뛰게 했다. 유명한 관광명소인 국회의사당, 빅벤, 타워브리지 등을 실제로 보았을 때 느꼈다. 이 도시를 사랑할 수밖에 없으리란 걸.  대영제국의 영광이 곳곳에 배어 있는 고풍스럽고 우아한 런던은 그 사이사이 힙하고 세련된 현대 도시의 모습도 갖추고 있어 더욱 매력적이었다. 


 반면 날씨는 그다지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일 년 내내 흐린 날이 대부분이어서 날씨가 조금만 화창하면 런던 시민들은 하루 종일 날씨 예기를 떠들어 댔다. 겨울엔 5~6시에 이미 해가 져버린다든지, 영상의 기온임에도 뼈에 사무치는 추위는 런던이 우리나라보다 북반구에서 훨씬 북쪽에 위치해 있고, 습기가 많은 도시임을 짐작게 했다.


         런던 내셔널 갤러리 앞에 서 있었던 닭 조형물 - 평소에는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서 있었다



 거의 매 주말마다 런던 시내를 쏘다녔던 것 같다. 대부분의 박물관과 갤러리가 무료이니 예술작품 감상으로 만도 하루를 재미있게 보낼 수 있었다. 비용 부담이 없으니 더욱 즐거웠다. 맨 처음 만났던 런던의 명소는 내셔널 갤러리였는데 높은 기둥에 넬슨 제독의 동상이 서 있고 네 마리의 사자가 그 주위를 둘러싼 조형물이 있는 트라팔가 스퀘어에 위치해 있다. 트라팔가 스퀘어와 내셔널 갤러리의 장엄한 조화는 나를 초반부터 압도하고 있었다. 


 내셔널 갤러리는 정말 좋아하는 공간인데 워낙 훌륭한 작품들도 많이 전시되어 있지만, 바로 근처에 사우스뱅크라고 해서 템스강을 따라 나 있는 그림 같은 산책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갤러리에 카페가 있었는데 거기서 먹은 딸기맛 컵케이크는 아직도 기억난다. 걸어 다니느라 피곤해서 더 맛있었는지도 모르지만.


 내셔널 갤러리 사진이 많이 남아있지 않은 건 아쉽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 욕심껏 갤러리 안의 풍경과 그림들을 담아두었다는 사실로 위안을 삼는다. 여러분들도 언젠가 직접 내셔널 갤러리에 가셔서 명화들을 두 눈에, 마음속에 담고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갤러리를 들어서는 순간 삶의 시름은 잊히고 아름다움에 순전히 탐닉할 수 있었다. 순전히 다른 세계에 입장하는 기분이었다. 오랜 세월을 이겨낸 불멸의 명작들 사이를 거닐다 보면 시간을 초월한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아무래도 인상파 작가들의 작품이 가장 인기 있었다. 특히 고흐의 해바라기 앞엔 항상 많은 관람객들이 있었다. 인상파 작품들도 좋았지만 갤러리 안 깊숙이 들어가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이 몇 점 눈에 띈다. 그 수많은 명화들 속에서도 다빈치의 작품은 두드러졌다. 특히 다빈치의 '암굴의 성모'는 꼭 보시는 걸 추천한다.


                                               내셔널 갤러리 근처 사진인 듯하다



 내셔널 갤러리를 둘러보고 사우스뱅크로 향해 조금만 걸어가면 국회의사당 건물과 빅벤을 만날 수 있다. 영화에서만 보던 빅벤을 처음 실물로 보았을 때 묘한 감동이 있었다. 마치 영화배우를 실물로 보는 기분이랄까? 빅벤과 붙어 있는 국회의사당은 템스강 건너편에서 바라보면 우편엽서에서 자주 발견되던 바로 그 장면을 실제로 볼 수 있게 된다.  바로 근처에 런던아이라는 관람차가 있는데 비싼 입장료에 비해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아서 결국 한 번도 타진 않았다. 사우스뱅크를 따라 걷다 보면 테이트 모던이라는 현대미술 위주의 갤러리도 볼 수 있다. 화력발전소를 갤러리로 개조한 것인데 유명 현대미술 작품도 볼 수 있고 맞은편에 영화에서 숱하게 파괴되는 밀레니엄 브리지가 있다.  밀레니엄 브리지를 건너면 세인트폴 대성당이 있다. 나는 보통 밀레니엄 브리지를 건너지 않고 계속 사우스 뱅크를 따라서 걷곤 했다. 한참 내려가다 보면 쌍둥이 탑 사이에 다리가 이어진 타워브리지를 만날 수 있다.



                       런던에 있을 때 즐겨 이용하던 지하철 역내 버스킹 하는 멋진 청년






 런던에 살던 당시는 아름다운 많은 풍경과 장면을 보고서도 사진을 찍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사진 찍는 데 집중하면 그 장면을 온전히 즐기고 마음에 담지 못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언젠가 이렇게 런던에 대한 포스팅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했을 테니. 포스팅을 하다 보니 여러분과 아름다운 장면들을 공유하지 못하는 데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 후에 아내와 다시 런던을 방문했을 때 그나마 아내 덕에 사진들이 좀 남게 되었다.  런던에 대한 포스팅은 이번 한 번으로는 너무 길어질 것 같기에 후에 관광으로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들과 함께 런던에 대한 이야기들을 더 풀어볼까 한다.



 (어쩌면 여기에 올릴 수 있는 런던 사진들이 많이 없는 것이 다행일지도 모른다. 직접 보는 것과 간접적으로 보는 것은 아무래도 감흥에서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언젠가 여러분들이 직접 런던을 방문하고 그 매력을 온전히 자신만의 시각에서 체험하시기를 바란다.)



런던 웨스트엔드에는 일 년 내내 각종 뮤지컬 전용관에서 세계적인 뮤지컬들이 공연되고 있다. 그 포스터들이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옆을 장식하고 있다.




                      예술과 문화의 도시답게 어디에서나 버스킹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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