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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찾는 마음 Apr 25. 2022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을 보고



 사실은 예전에 감명 깊게 본 영화인데 최근에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신작 '나이트메어 엘리'가 개봉된다고 해서 이 영화가 떠올랐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과거에는 판의 미로나 헬보이, 퍼시픽 림 같은 판타지나 SF 작품에서 비범한 기량을 보이던 작가인데 이제는 장르의 경계를 뛰어넘는 거장의 반열에 오르고 있는 듯 보인다. 이 작품으로 90회 아카데미상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고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한 4개의 상을 휩쓸었는데, 다소 마이너 한 장르인 괴생명체와 인간의 사랑을 주제로 한 판타지에 아카데미가 열광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남녀 주인공인 엘라이자와 괴생명체


  이 영화는 수많은 은유를 통해 인간 세상의 사랑과 편견, 증오와 우정 등 다채로운 감정들을 전시한다. 우선 여주인공인 엘라이자는 평범한 외모에 언어장애가 있는 외로운 청소부이다. 사랑을 갈망하지만 사랑을 포기해 버린 듯한 고독한 캐릭터이다. 남자 주인공은 파충류와 양서류 사이의 어딘가의 외모를 가진 외계인이다(다소 흉측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렇듯 소수성을 대표하는 듯한 소외된 두 캐릭터 간의 사랑은 그래서 더욱 가슴 절절하다. 



  특히 도입부에 바닷속에 잠긴 듯한 실내에서 가구들이 파란 물속을 부유하고 있는 사이로 잠든 여주인공의 모습이 드러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은 환상적이고도 묘한 아름다움을 지녔고 영화에 대한 기대를 한껏 자극했다. 


 영화의 배경은 미국과 소련이 한창 우주개발 경쟁을 하던 1960년대의 미국 우주항공센터를 배경으로 한다. 다소 고전적인 배경이 영화를 더욱 동화스럽게 포장하는 효과가 있었고, 한편으로 관객의 마음을 좀 더 편하게 하기 위한 장치가 되기도 했다. 연구소의 보안 책임자인 스트릭랜드는 모습이 다른 외계 생명체라는 이유만으로 괴생명체를 고문하고 학대하길 즐긴다. 괴물처럼 보이는 괴생명체를 학대하는 과정에서 겉모습과 정반대로 인간이 더욱 괴물처럼 행동하고, 오히려 괴물의 외양을 가진 괴생명체가 더욱 인간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아이러니한 상황이 현대를 배경으로 했다면 더욱 잔혹하게 느껴질 터였기 때문이다. 



        왼쪽의 마이클 셰년이 연기한 스트릭랜드는 탁월한 연기로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은 악역이다


 인류 역사는 피부색, 국적, 종교, 사상 등의 다름을 가지고 같은 인간을 이용하고 학대하고 살해하는 것을 정당화해왔다. 하물며 같은 인간이 아닌 저렇게 흉측하게 생긴 생명체는 마음 편하게 고문할 수 있는 것이다. 다름을 가지고 타인을 이용하고 학대하는 스트릭랜드의 잔인함은 말 못 하는 괴생명체의 상황과 대비되어 더욱 가슴을 아프게 했다. 스트릭랜드의 가학적 행동은 나 또한 누군가에게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멸시하고 고통을 주고 있진 않은지 되돌아보게 했다. 지금도 지구의 한 나라에선 국적과 사상의 차이를 가지고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살인이 정당화되고 있으니 너무나 슬프다. 인류는 발전해 왔지만 아직도 많은 실수를 하고 있다. 





 동성연애자인 옆집 화가의 자일스의 사랑 이야기, 엘라이자와 직장동료인 젤다의 우정, 자신의 아름다운 아내를 마치 성적 도구처럼 취급하는 스트릭랜드의 모습까지 영화 제목처럼 갖가지 모양의 사랑을 삽입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언어와 인종을 뛰어넘어, 서로의 단점도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두 주인공의 사랑은 가장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언어로 소통하는 대신에 음악으로 소통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고 말을 못 하는 여주인공이 괴생명체에게 자신을 부족함이 아닌,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어서 좋았다고 했던 대사도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얼마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싶어 하는가? 상대에게 이렇게 되거나 저렇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대신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겠다는 말을 얼마나 갈망하는가? 내가 먼저 상대를 다름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엘라이자와 옆집 화가 자일스 



                                                  엘라이자와 동료이자 친구인 젤다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야 말할 필요도 없고 1960년대의 고풍스러운 배경과 그에 걸맞은, 철저한 고증을 거친 갖가지 소품과 건물들, 복장들은 한 편의 완벽한 동화를 탄생시키는 데 일조했다. OST 또한 그 시대에 살지 못한 나조차도 묘한 향수를 느낄 만큼 멋들어지게 어울렸다. 자세한 줄거리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말씀드리지는 않겠다. 기예르모 감독답게 심오한 주제를 흥미로운 방식으로 풀어가면서도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명작이라 할 수 있는 영화이다. 이 작품을 만든 기예르모 감독은 이제 명실공히 거장이라 할 수 있겠다. 


  뻔한 사랑 영화에 질리신 분들, 가슴 따뜻한 영화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 



영화 OST


https://youtu.be/jWxocE04V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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