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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찾는 마음 Apr 27. 2022

국립발레단 공연 '해적'을 봤습니다


경주 예술의 전당



 경주에 사는 여러 즐거움 중 하나가 경주 예술의 전당에서 저렴한 가격에 수준 높은 공연을 보는 것이다. 관광도시의 혜택이라고 할까? 경주에는 코로나 전에는 여러 문화 공연이 즐비하게 이어졌었다. 봄, 가을을 통해 국내 여러 유명 가수들이나 밴드들이 봉황대(왕릉) 앞이나 보문 단지에서 공연을 하곤 했다.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그런 기회를 놓치고 살았는데 다시 공연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는 듯하다. 특히 한수원의 지원 덕분에 뛰어난 공연들이 경주까지 찾아와 열리고 있다. 더구나 예술의 전당이라는 멋진 장소가 있어 좋은 공연들을 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가끔씩 찾아오는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어 광클릭과 함께 조금 어렵사리 공연들을 본다. 그러나 대도시에서의 피 튀기는 티켓팅에 비하면 이건 경쟁이라 부르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예술의 전당 실내 모습 - 공연 직전




 이달 초에 예술의 전당에서 국립발레단의 '해적'이 상연되었다. 내 인생 처음 발레 공연 관람이었다. 공연을 좋아해서 뮤지컬이나 연극, 음악공연은 꽤 다녔으나 발레는 첫 만남이라 약간 설레기도 하고 직관하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공연을 보는 동안 수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일단 잘 조련된 발레 무용수들의 육체는 말 그대로 다른 세상의 어떤 것이었다. 그들이 무대에 등장하자마자 시공간이 바뀐 듯했다. 이질적으로 느껴질 만큼 무언가 그 자체로 완벽한 완성 물을 보는 느낌이었다. 훌륭한 육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는 관객을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다른 사람의 몸에 이렇게 집중한 적이 있었던가?  타고난 것도 있겠지만, 극도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그들의 몸에 대한 경외감이 들 정도였다. 일단 발레는 아름다운 육체의 향연이라 할 수 있었다.



  더구나 공연 내내 우아한 선들의 향연이 이어졌다. 몸으로 만들어내는 매혹적인 선들이 허공에 그림을 그리듯 끊임없이 변화해가며 관객을 홀렸다. 특히 남자 무용수들이 점프할 때마다 공중으로 높이 솟아오르는 움직임은 초현실적이었다. 저들에겐 중력이 별로 작용하지 않는가 봐.. 여성 무용수들의 아름다운 몸짓은 또 어떠한가. 발끝으로 무대를 누비며 회전하는 여성 발레리나들의 몸은 마치 깃털처럼 가벼웠고 이 세상을 부유해 떠도는 다른 세계의 생명체들 같았다. 지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남녀 무용수들의 군무도 화려하고 인상적이었다. 여러 무용수들이 하나가 되어 무대 위에 한 폭의 그림을 그렸다. 아름다웠다. 대사 하나 없이 전개되는 발레는 순전히 춤과 음악으로만 긴 시간 동안 관객을 사로잡았다. 


  그 사이사이 펼쳐지는 남녀 솔리스트들의 춤들도 좋았다. 때로는 경쟁하듯 각자의 기량을 펼쳤고 때로는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어 한 몸처럼 움직였다. 특히 발레리노(남성 무용수)가 발레리나(여성 무용수)를 높이 들어 올릴 때 발레리나가 사뿐히 날아오르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원래 보이지 않는 날개로 날 수 있는 것처럼. 남성이 여성을 저렇게 아름답게 날아오르도록 보조해주는 것이 아름다웠다. 남녀는 원래 투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조화를 이루어 무언가를 완성시키는 존재였다.



  이국적인 무대 배경과 무대의상도 만족스러워서 발레와의 첫 만남은 긴 여운을 남겼다. 이렇게 되면 백조의 호수는 꼭 봐야겠구나라는 다짐이 절로 나왔다. 국립발레단의 품격이 느껴졌던 무대고 그들이 흘려왔던 피땀이 여과 없이 발휘된, 완성도 높은 무대에 아낌없이 박수갈채를 보냈다. 여러분들 기회 있으시면 발레 공연 보시는 걸 추천해요. 생각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이러한 뛰어난 공연을 볼 때마다 같은 시대에 살아가는 예술인들에게 감사함과 경의를 느낀다. 그들이 있어서 삶은 더 풍요로워지는 것이다.


여러분 수고하셨고 감사합니다.




해적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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