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 사이에 책 읽기와 글쓰기의 열풍을 일으킨 자청의 '역행자'를 읽어 보았다. 자청에 대해서는 잠시 활동하면서도 구독자를 16만 명이나 확보한 유명 유튜버로 익히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한 평판은 엇갈리고 있으나 책을 읽어보니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인생의 공략집'이라는 콘셉트로 책을 소개하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맨 먼저 자청이 역설하는 것은 '자의식의 해체'다. 자의식은 크게 두 가지로 이해할 수 있다. 첫째로는 열등감에 의한 자기 보호이다. 다른 사람들의 성공을 운으로 치부하면서 현재 자신의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을 합리화하고 다른 사람들의 성공 사례로부터 배우려 하지 않는다. 자신의 상황을 남 탓, 세상 탓을 하며 자신을 보호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타인으로부터 배우려 하지 않으니 자신의 안락 지대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다.
두 번째로는 자신을 하나의 정체성 안에 가두는 것이다. 나는 월급쟁이야, 나는 학벌이 나빠, 나는 나이가 많아. 나는 머리가 안 좋아 등 수많은 한계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며 그로 인해 성장하지 못한다. 자청은 자신의 인생 초반부의 비참한(?) 삶을 독자들에게 들려주며 얼굴도 못생기고 공부도 못하고 사람들에게 인기도 없던 자신이 어떤 과정을 통해 지금의 경제적 자유와 사람들의 선망을 누리게 되었는지 들려준다. 한 마디로 '이런 나도 성공했는데 당신이 못한다고? 그것은 비겁한 변명일 뿐이에요.'라는 식이다.
자의식의 해체는 정말 중요하다. 그 안에 자신의 장벽과 변명과 한계가 모두 들어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새삼 다짐했다. 어떤 사람에게도 배울 점이 있으니 모든 사람에게서 배움을 얻겠다고. 나의 한계를 스스로 규정하지 않겠다고. 나에게 일어난 일을 남 탓, 세상 탓하지 않겠다고.
그 어떤 일도 의미가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배움이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불굴의 의지로 나아갈 수 있다.
자청이 제안하는 성공 비결은 첫 번째로 22법칙이 있다. 2년간 하루 2시간은 책을 읽거나 글을 쓰라는 것이다.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뇌를 최적화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부분에서 자청은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한다. 책 읽기와 글쓰기만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은 다소 도발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의 기본 소양이 독서와 글쓰기라면 기본도 하지 않고 성공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일단 실행에 보고 나서 불평해도 늦지 않으리라.
환경 설계와 집단무의식도 중요하다. 즉 남들에게 선언을 한다든지 큰돈을 걸어서 실행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자신을 처하게 한다. 개인의 약한 의지를 환경으로 극복하는 셈이다. 집단무의식이란 사람은 속해 있는 집단의 사람들의 무의식에 동화될 수밖에 없기에 어울릴 집단을 잘 고르라는 것이다. 경제적 자유를 원한다면 경제적 자유를 누리거나 추구하는 사람들의 집단에 속해야 한다.
책의 제목이 된 '역행자'의 의미는 인간의 유전자 오작동을 극복하는 자라는 의미이다. 우리의 뇌는 원시 시대부터의 진화의 산물로 원시인들의 인지적 편향이 그대로 남아있다. 포식자가 달려드는 상황 앞에서 인간은 복잡한 생각을 할 시간이 없다. 일단 달아나고 봐야 한다. 이러한 본능적 두려움은 원시시대는 도움이 되었을지언정 현대에서는 장애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 앞에서 주저하고 회피하는 경향을 만들어 낸다. 원시 부족 사회에서의 생존에서나 필요한 타인의 평판에 지나치게 휘둘리는 것도 현대에는 불필요한 경우가 많다. 또한 우리의 뇌는 이득보다 손실에 더 예민하고 손실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덕분에 새로운 도전에 역시 주저하게 된다. 이러한 유전자 오작동을 극복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다.
뇌의 최적화 방법으로 22전략 외에 저자는 오목 이론을 제시한다. 오목 이론은 당장에 이익이 되지 않더라도 장기적인 수를 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론이다. 당장 눈앞의 소득이나 이득에 연연하지 않고 도전하고 경험을 쌓다 보면 나중에 이익은 복리로 돌아온다. 예로 저자는 유튜버 경험을 든다. 그 당시 저자가 유튜브를 제작하는 시간에 컨설팅이나 마케팅 실무를 뛰었다면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었을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 비전으로 유튜브를 성공시켜서 저자의 사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작은 마케팅 회사지만 전국적으로 인재를 끌어모으게 되고 전에는 만나기 어려웠던 기라성 같은 인물들을 유튜브의 성공을 통해 쉽게 만나는 기회를 얻는다.
또한 뇌의 역량을 증폭시키기 위해 안 읽던 분야의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유튜브를 보며 통합적 사고를 기르도록 제안한다. 창의성이나 지혜는 통합적 사고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나친 운동보다는 산책 등의 가벼운 운동을 권한다. 저자는 22전략과 운동만 독자들이 가져가도 성공한 것으로 본다고 말한다. 특히 안 가본 길을 걷는 것은 뇌의 자극에 아주 좋다. 그리고 충분한 수면을 취할 것을 조언한다. 수면은 뇌에 대한 투자이다.
기버(giver) 이론도 저자는 언급한다. 베푸는 사람은 반드시 보답받게 되어 있다. 밥값을 내는 것을 아끼는 사람은 훨씬 더 가치 있는 사람들의 인심을 잃게 된다. 저자는 받기만 하려는 사람이 성공한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자신의 경험상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아도 자신을 합리화하며 보답하지 않았지만 보답을 하는 사람들은 크게 성공하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다고 한다. 결국 베푸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것은 진리인 듯하다.
확률 게임에 대한 언급도 인상적이다. 도박을 예로 들었는데 도박에서 조금이라도 확률이 높은 경기를 지속하면 승리한다. 승률이 55% 라면 손실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을 극복하고 계속 게임을 하면 승리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일시적인 이득이나 손실에 연연하며 감정적 판단을 하여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다. 확률 게임을 하려면 먼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이성적 결정이 인생에 승리를 가져다준다.
우리는 한 분야에서 독보적으로 상위 0.01%의 실력을 가지고 성공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여러 분야에서 상위 20% 능력을 결합하면 그것이 상위 상위 0.01%의 실력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온라인 마케팅, 디자인, 동영상 편집 기술, pdf 책 제작과 판매, 프로그래밍 등의 능력을 익힐 것을 추천한다.
저자가 반복하여 강조하는 것은 실행이다. 실행의 과정에서 우리는 학습하고 성장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여 실행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책을 읽은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실행을 위해 우리는 자의식을 해체하고 뇌를 최적화하는 것이다.
저자는 돈을 벌려면 상대를 편하게 해주거나 상대를 행복하게 해주라고 말한다. 고객의 니즈를 충족해 주는 것은 사업의 기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얼마나 자주 망각하는가? 또한 성공하려면 관련 분야의 책 20권을 읽고 오프라인 강연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공부하라고 조언한다. 역시 실행을 강조한다. 어찌 보면 이러한 성공 법칙은 우리가 모두 익히 알고 있지 않은가? 다만 실행을 주저하고 있을 뿐이다. 책을 읽고 도전하고 공부한다. 기본에 충실한다면 자신의 꿈은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저자도 이야기한다. 돈이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행복에 대한 장애물 중 많은 부분을 돈이 해결해 주는 것도 사실이다. 저자는 역행자의 모든 단계는 돈 버는 법으로 위장되어 있지만 사실 행복하게 사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성장에 행복이 있다는 점을 비추어 보면 자명한 말이다. 또한 저자는 독자들이 행복해지기 위해 타고난 운명을 벗어나 본능을 거스르는 역행자가 되라고 조언한다. 그래서 절대 넘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 벽은 사실 별것이 아니라고 독자들에게 다정하게 속삭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