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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찾는 마음 Jun 03. 2022

오사카 유람기 2 - 유니버설 스튜디오


오사카를 찾는 또 다른 즐거움은 오사카 유니버설 스튜디오다. 사실 나에게는 오사카의 감미로운 먹거리들보다 더 인상적인 장소였다. 어린 시절부터 엄청나게 많은 영화들을 보아온 나는 죠스, 해리 포터, 쥬라기 공원, 워터 월드, 분노의 역류 등 유니버설 영화사의  영화들을 기반으로 만든 어트랙션과 영화 세트장 같은 장소들로 인해 영화의 세계로 뛰어들 수 있었다.  개관 시간부터 폐관 시간까지 하루를 오롯이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보냈는데 오사카 방문 동안 최고로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많은 사진을 찍었던 듯한데 아쉽게도 파일은 대부분 사라지고 몇 장만 남았네요.)



아내와 내가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찾은 날은 아침부터 하늘이 잔뜩 흐려있었다. 불안한 예감은 왜 틀리지 않을까? 개관 시간에 맞춰 유니버설에 도착했는데 추적추적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내는 놀이공원 가는 날을 하필 이런 날로 잡았느냐며 대노하셨다. 일기예보쯤은 미리 좀 보고 일정을 짜라는 것이었다. 나도 설마 이럴 줄은 몰랐다며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낭패감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워낙 인기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평일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찾기 때문에 줄을 서다 보면 놀이 기구를 보통 5~6개 정도 밖에 못 탄다고 들었다(보통 하나의 어트랙션을 타기 위해 1~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 탓인지 관람객이 적었고 그 덕에 우리는 12개 정도의 어트랙션을 이용할 수 있었다(긴 줄을 피하기 위해 익스프레스라는 짧은 줄을 서는 이용권이 있다. 비싸서 사지 않았는데 날씨 덕분에  사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웬만한 놀이시설을 다 이용한 행운의 하루를 보내고 아내는 날을 잘 골랐다며 갑작스러운 칭찬을 하는 행태를 보여주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약간 비가 올까 말까 하는 날씨에 방문하세요~)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호그와트 성 배경으로 찰칵. 호그와트 성 앞에 작은 호수가 있는데 여기가 사진 찍기 좋은 장소에요.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단연코 가장 인기 좋은 곳은 해리 포터 구역일 것이다. 해리 포터 구역에 들어서면 먼저 눈 덮인 지붕을 하고 있는 집들로 가득한 정겨운 호그스미드 마을이 우리를 맞이한다. 왠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느껴졌는데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 있어 실제 마을 같았다. 그중에 몇몇 사람들이  어떤 가게로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창이 없어 밖에서는 내부가 보이지 않았다.


우리 부부는 호기심에 따라 들어갔는데 그 안에서 덤블도어처럼 분장한 사람이 매직 완드(마술 지팡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덤블도어 역을 맡은 분은 뚱뚱한 백인이었는데 영화에서처럼 연기를 하고 있었으며 영어로 이야기하고 옆에서 일본인 스태프분이 통역을 했던 것 같다(기억이 흐릿해서 정확하지는 않아요). 그리고 여름이었는데 추울 정도로 어두운 방 안에 에어컨을 잔뜩 틀어놓은 것이 기억난다. 냉동고 안에 들어온 것 같았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갑작스레 마술 수업을 듣고 약간의 특수 효과(!)를 보고 나왔다. 그리고 다른 관광객 일부는 매직 완드를 구입하셨던 것 같다. 뜻하지 않은 즐거움이었다.


그리고 마을의 끝에 다다르면 웅장한 호그와트 성이 높이 솟아있다.  그 안에서 1시간 이상 기다려 해리 포터의 메인 어트랙션 포비든 저니를 탈 수 있었는데  유니버설의 어트랙션 중에서 단연 최고였다. 눈앞에 펼쳐지는 입체 화면 속에서 영화 속의 퀴디치 게임처럼  도망 다니는 스니치를 잡으려고 빗자루를 타고 비행한다. 호그와트 성 주위를 상하좌우로 날아다니는데 스니치의 변화무쌍한 움직임 덕에 이를 잡으려는 관람객도 곡예비행을 하게 된다. 또한 갑자기 디멘터(영혼을 빨아들이는 시커먼 악령들)도 등장하여 이들도 물리쳐야 한다. 타고 있는 놀이 기구와 눈앞의 입체 화면이 잘 조화를 이루어 비행하는 느낌이 실감 났고 영화의 줄거리를 잘 구현했다. 한 번 더 타고 싶었지만 또 한 시간 기다리는 건 부담스러워 포기했다.


죠스 바로 앞은 사진을 찍으려는 긴 줄이 서 있어 포기했다. 하지만 대신에 그 옆 차량을 배경으로 줄 안 서고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애머티 빌리지 구역에 죠스는 조그만 유람선을 타고 강을 따라 내려간다. 직원분이 신나게 농담도 하고 상황극도 하시는데 일본어라서 대부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분위기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더구나 강 주위의 풍경도 예쁘고 즐기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강물 위로 죠스의 지느러미가 나타났다 사라지며 긴장감을 조성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아가리를 벌리고 튀어나오는데 물세례와 함께 같이 탄 관람객들의 비명이 메아리쳤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의외로 충분히 재미있는 어트랙션이었다.


워터 월드도 좋았는데 여러 명의 배우들이 나와서 실제 영화 세트장 같은 무대를 배경으로 제트 스키와 폭죽, 영화에 등장하는 경비행기 등을 동원하여 규모 있게 영화의 한 장면을 구현했다. 또한 각종 스턴트가 펼쳐지고 치솟는 화염과 폭발 등이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공연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미리 잘 체크해서 시간에 맞춰 가야 관람할 수 있고 물가 가까운 좌석에 앉지 않으실 것을 충고한다. 제트 스키가 고의로 관객을 향해 날리는 물세례를 맞을 수 있다. 우리는 중간 정도 줄에서 관람했고 앞 줄에서 물세례를 맞는 관광객들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런데 앞 줄의 관람객들이 물세례를 맞는 것이 재미있기도 했다. ^^ 사회자가 뭔가 짓궂은 멘트를 했고 일본 관람객들은 박장대소했다.)


할리우드 구역에는 두 편 정도의 짧은 뮤지컬을 상연했다. 하나는 'Sing on tour'라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기반 뮤지컬인데 애니메이션 'sing'에 등장하는 캐릭터 인형을 쓰고 나온 배우들이 'sing'에 나오는 노래들로 공연했다. 테마파크의 뮤지컬 공연이라 별 기대 없이 봤는데 의외로 높은 가창력에 깜짝 놀라서 신나게 즐겼다. 또 하나의 뮤지컬은 드라큘라나 프랑켄슈타인 등 여러 괴물들이 나오는 공연이었는데 본 조비의 "living on a prayer'를 위시한 80-90년대의 록부터 'smooth'까지 주옥같은 록 클래식 넘버들을 수준급 가창력으로 불러주었다.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뮤지컬 배우들은 일본인이 아니라 미국 배우들인 듯했다. 더구나 공연들은 한꺼번에 입장하기에 대기시간이 별로 길지 않다는 장점도 있으니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방문하신다면 뮤지컬들을 꼭 보시기를 추천한다(뮤지컬은 따로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내용은 시즌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미국 50~60년 대의 거리를 묘사한 할리우드 구역에서 클래식 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지나가는 행인들은 일본인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이지만 거리는 빈티지한 60년 대 미국 할리우드 거리라서 기묘한 느낌을 준다. 마치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하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사진 찍기에 예쁜 장소가 아주 많다. 그중에서도 예전 할리우드를 재현한 거리는 영화 속의 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음식들은 비싸고 맛도 별로인 걸로 유명한데 이 근처에 멜즈 드라이브 인이라는 햄버거 식당이 있다. 여기 햄버거는 맛도 훌륭하고 양도 푸짐하니 괜찮은 식사를 할 수 있다. 


스파이더맨 어트랙션이나 쥬라기 공원의 플라잉 다이너소어도 스릴 있고 충분한 즐거움을 주는 놀이 기구이다. 도쿄의 디즈니랜드가 아기자기한 볼거리와 그에 반해 그럭저럭 애매한 스릴을 주는 어트랙션으로 가득하다면 오사카의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그보다 훨씬 더 짜릿한 즐거움을 주는 어트랙션이 많다. 그리고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한다면 미니언 파크가 기다리고 있다.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야간에 하는 퍼레이드를 못 봤다는 것이다. 그날따라 퍼레이드가 예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도쿄 디즈니랜드에서도 야간 퍼레이드가 가장 인상적이어서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퍼레이드도 기대하고 있었는데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어차피 오사카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다시 방문할 생각이기에 그때는 퍼레이드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오사카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특정 어트랙션을 한정 기간만 운영을 하여 재방문을 유도하는 것 같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일본 애니메이션 루팡 3세 어트랙션과 진격의 거인 공연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지고 최근엔 귀멸의 칼날 어트랙션이 한정 운영을 했다. 슈퍼 닌텐도 월드가 추가되었다고 하는데 검색해 보니 추억의 게임 슈퍼마리오가 테마이다(다음에 봅시다 슈퍼마리오). 


오사카에 들르신다면 하루를 유니버설 스튜디오 방문에 할애하는 것을 추천드린다. 어트랙션들도 매력적이지만 놀이 기구를 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도 멋진 배경과 함께 예쁜 사진들을 마음껏 남기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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