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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찾는 마음 Jun 06. 2022

영화 '원더(Wonder)'  

세상에 긍정을 퍼뜨리는 아이의 이야기


여기 우주인 헬멧을 쓴 아이가 있다. 침대에서 방방 뛰며 노는 천진난만한 아이. 그 아이 이름은 '어기'다.


어기는 선천적인 안면기형을 타고났다.  남들이 자신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이 싫어서 크리스마스보다는 핼러윈을 좋아한다.


가면을 쓰고 자신의 얼굴을 가릴 수 있어서이다. 


(여러분의 영화 감상을 위해 최대한 스포는 자제했습니다)



처음으로 등교하는 어기. 어기는 아직 자신의 얼굴을 사람들에게 드러내는 것이 두렵다. 그래서 우주인 헬멧을 쓰고 있다.


그렇다고 어기가 마냥 열등감에 주눅 들어 있지는 않다. 학교를 와서 처음으로 사귀게 된 친구(잭)가 농담으로 성형수술받아보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그러자 어기는 '이거 수술받은 거야. 이 정도 잘 생기려면 성형수술을 엄청 많이 받아야 돼'라고 너스레를 떤다. 어기는 자그마치 27번의 성형수술을 견디었다. 어기는 자신의 얼굴이 남들에게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위축되어 살지 않으려는 용기 있는 소년이다.





어기는 이제까지 부모님께 홈스쿨링을 받았다. 그러나 이제 10살이 되자 부모님은 어기를 세상에 나가도록 준비시키고 싶다. 그래서 어기는 5학년에 학교에 편입을 한다. 부모님은 걱정이 된다. 혹시 어기가 학교에 가서 놀림을 당하지는 않을까? 따돌림을 받지는 않을까? 


그러나 부모님은 어기를 친절하고 당당한 아이로 성공적으로 키워내신 듯하다. 물론 어기가 처음 학교에 적응해가는 과정은 순탄치 않다. 괴물이라 놀림받고 따돌림당하여 어기도 무너진다. 하지만 가족의 사랑으로 자란 어기는 특유의 매력(!)으로 친구들을 하나하나 만들어가며 학교에 성공적으로 적응한다. 



항상 어기의 편이 되어주고 힘이 되어 주는 누나 비아



나는 어기를 바라보며 때로는 가슴 아팠지만 때로는 용기를 얻었다. 자신의 외모에 대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멋지게 유머로 승화한 어린 소년,  오히려 친절과 위트로  점차 학교 친구들을 매료시키는 어기를 보면서 어기가 가진 긍정의 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어린 친구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둡게 움츠려 들려고 작정하면 한없이 움츠러들 수 있는 조건이다. 


어기도 때로는 차가운 시선 앞에 무너질 때도 있었지만 영화 내내 위트 있고 친절한 소년이 되려고 노력했다. 영화를 보며 나도 모르게 어기를 응원하고 있었고 어느새 이 소년에게 존경심마저 느껴졌다.  어기 풀먼 역을 맡은 제이콥 트렘블레이의 연기는 대단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호소력 있게 연기해 내었다.


고난에도 꺾이지 않는 어기의 긍정의 힘은 부모님과 누나의 헌신적인 사랑 때문이었을까? 어기가 흔들릴 때도 가족은 변함없는 버팀목으로 어기를 지지해 주었다. 내 가족이 생각났다. 변함없이 나를 지지해 주는 나의 가족. 감사했다.





따뜻한 부모 역을 멋지게 소화한 오웬 윌슨(네이트 풀먼 역)과 줄리아 로버츠(이자벨 풀먼 역). 둘 다 왕년의 청춘스타였지만 이제는 따뜻한 부모의 역할이 잘 어울렸다. 장난기 넘치는 친구 같은 아빠 오웬 윌슨, 다정함과 지혜로 어기를 지켜주는 엄마 줄리아 로버츠. 두 사람의 완숙한 연기는 영화 보는 내내 온기를 느끼게 만들었다. 


영화는 단지 안면기형을 가진 어기 중심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어기의 누나인 비아의 시점, 어기의 친구인 잭의 시점, 비아의 친구인 미란다 시점으로 다양하게 상황을 묘사한다. 나는 영화를 보며 겉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얼마나 오해하기 쉽고 왜곡되기 쉬운지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겉으로는 마냥 행복하고 부러울 것 없이 보이는 사람도 그 사람 속의 사연은 알 수 없는 법이다


어기뿐만 아니라 어기 주변의 누나를 비롯한 친구들도 각자 아픔을 가지고 있고 그 아픔을 이겨내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었다. 영화는 어기만 삶을 행복하게 살아내기 위한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극 중 인물 둘은 서로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우리는 사람으로부터 상처받기도 하지만 사람으로부터 치유받기도 한다. 


영화는 명대사로 가득하다. 


투쉬만 교장 선생님


교장선생님 : (어기의 모습이 흉측해서 포토샵으로 단체사진에서 어기를 지웠다는 학부모에게) 

 


                      "외모는 바꿀 수 없으니 우리의 시선을 바꿔야 합니다."



교사가 되기 위해 고액 연봉의 월스트리트 직장을 그만둔 브라운 선생님



브라운 선생님 : "옳음과 친절함 중에 하나를 선택할 땐 친절함을 선택해라." 

                        


                      "너의 행동은 너의 기념물이야."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기를 열망하는가? 그것이 항상 우리 자신에게 물어봐야 할 질문이야."



비아 : (학교 가는 어기에게 용기를 주려)  "그들이 쳐다보면 쳐다보도록 내버려 둬. 너는 학교에서 가장 강한 아이야. 그들에게 보여줘. 눈에 띄도록 태어난 것은 쉽게 섞여 들지 않아."



아버지 네이트  : (어기에게) "나도 알아. 네가 항상 네 얼굴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나는 그걸 사랑해. 그건 내 아들의 얼굴인걸."



어머니 이사벨 : (어기에게) "우리는 모두 얼굴에 표시(주름)가 있어. 이것은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도야. 그리고 이 지도는 우리가 어디에 있었던 지를 보여줘."



혼자 밥 먹고 있는 어기에게 먼저 다가온 써머


수많은 사랑스러운 장면 중에 마음에 드는 한 장면을 대사 그대로 옮겼다. 


(어기를 놀리고 비웃고 있던 친구들 사이에 앉아 있던 써머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어기에게 다가온다.)


써머 : 안녕.


어기 : 너 이럴 필요 없어.


써머 : 어기,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어기 :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나와 같이 밥 먹고 싶은 척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기야. 정말 그럴 필요 없어.


써머 : (화내며) 어기!


어기 : 그래. 정말 미안해. 그럼 여기 왜 앉은 거야?


써머 : 이제는 정말로 좋은 친구를 사귀고 싶기 때문이야.


어기 : 나도 마찬가지야.




[마지막 졸업식 장면의 대사]

어기 :  "우리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그 누구도 평범하지 않을 거예요. 우리 모두는 인생을 살면서 적어도 한 번은 기립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어요."

           

        "친절하세요.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으니까요. 만약 한 사람이 정말로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단지 그 사람을 바라보면 됩니다."


보는 내내 참으로 가슴이 뭉클한 영화였다. 머리로 보는 영화가 있고 가슴으로 보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단연 후자 쪽이다. 가슴을 움직이는 영화는 많지 않다. 


영화 감상 내내 마음이 따뜻해지고 울컥하는 장면이 많았다.  세상을 밝고 긍정적으로 보고 싶은 분, 사랑과 우정의 세례를 듬뿍 받고 싶은 분, 사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긍정 바이러스로 가득한 영화 '원더(Wonde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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