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찾는 마음 Jun 09. 2022

내 마음속의 런던 6

(London State of Mind 6)  - 런던 타워, 버러 마켓

런던 타워 (Tower of London)
런던 타워 앞


타워 브리지를 건너면 런던 타워가 나타난다. 저녁에 런던 타워에 도착했는데 이미 관람 시간이 끝나 있었다. 그래서 다음 날 아침 런던 타워를 방문했다. 런던 타워는 약 400년 동안 왕궁이기도 했지만 요새와 감옥이기도 했다. 런던 타워 안으로 들어가 보면 포대나 경비병들이 보초를 서던 망루도 볼 수 있다. 또한 왕실의 각종 보석과 장신구, 갑옷, 무기 등이 전시되어 있으며 고문실(!)을 비롯한 감옥들도 있다. 런던 타워에서 미로처럼 이어지는 성의 통로를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이 복잡한 성 안에서 어떠한 음모가 꾸며졌을지를 상상해 보는 것이다.



각 왕별로 쓰던 검을 전시해놨는데 아쉽게도 사진이 흐리게 나왔네요.



런던 타워에는 6번 결혼을 한 복잡한 여성 편력의 헨리 8세에 대한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헨리 8세의 첫 번째 아내는 아라곤의 캐서린(아라곤과 카스티야 왕국의 공주라서 붙은 명칭)은 원래 헨리 8세의 형인 아서 왕자의 부인이었으나 아서 왕자가 병약하여 결혼한 지 20주 만에 죽어버리고 캐서린은 미망인이 되었다. 이에 헨리 8세의 아버지인 헨리 7세는 재빨리 케서린과 헨리 8세의 결혼을 추진하였다.



이는 캐서린이 에스파냐 왕가의 여인이었기 에스파냐와의 동맹을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아서 왕자와 케서린은 신방도 치르지 못했기에 그 결혼은 무효라서 케서린과 헨리 8세의 정혼을 추진해도 무리가 없다는 약간의 억지스러운 주장과 함께 이 결혼은 성사가 되었다. 캐서린은 당시 유럽에서도 이름난 미모였기에 헨리 8세도 내심 싫지 않았던 모양이다.



헨리 8세, 출처 - David Mark from Pixabay


하지만 캐서린은 딸 하나만을 낳고 아들을 생산하지 못했다. 이는 왕가에 있어서 큰 문제인데 당시 영국에서는 딸이 왕권을 넘겨받으면 후에 남편이 되는 자에게 토지나 권력이 넘어간다고 믿고 있었다. 유럽의 다른 나라 왕가의 남편을 맞이하여 영국의 권력이 넘어가면 큰일 아닌가? 그래서 왕비가 왕자를 낳지 못하면 국가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다.



캐서린이 아들을 낳지 못한 것과 별개로 이미 헨리 8세는 캐서린의 미모의 시녀였던 앤 볼린에게 빠져 있었고 캐서린과 이혼하고자 한다. 헨리 8세는 원래 앤을 첩으로 삼으려고 했지만 앤은 결혼을 하지 않으면 잠자리를 허락하지 않겠다는 위협으로 왕이 이혼을 결심하게 만든다.



그러나 당시 가톨릭의 세력권이었던 영국에서는 이혼을 하려면 교황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교황 클레멘타인 7세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헨리 8세는 가톨릭 세력으로부터 독립하고 캐서린과 이혼하고자 영국 국교회를 창립하게 된다. 그리고 앤 볼린과 헨리 8세 사이에 낳은 딸이 앞으로 영국이 황금기를 구가하게 하는 위대한 여왕 엘리자베스 1세인 것이다.



그러나 앤 볼린도 결국 아들을 낳지 못한 것이 불행의 씨앗이 된다. 헨리 8세는 또 다른 여인에게 빠져 앤 볼린과의 이혼을 생각하게 된다. 특히 앤 볼린의 정적이자 왕의 최측근인 크롬웰의 적극적 도움과 지지를 등에 업고(그는 간통, 근친상간, 반역 등의 죄목으로 앤 볼린을 모함한다) 헨리 8세는 앤 볼린을 참수형에 처하게 된다. 런던 타워에서 참수된 앤 볼린은 아직도 유령이 되어 타워 그린을 맴돈다는 전설이 남아 있다. 약 3년간의 짧은 권력을 향유하고 형장의 이슬이 된 앤 볼린의 파란만장한 삶은 후에 '천일의 앤'이라는 영화로 제작되었고  많은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앤 볼린을 모함했던 크롬웰 역시 이후에 왕에게 신뢰를 잃게 되고 런던 타워에 갇힌 뒤 참수된다.



드라마틱한 헨리 8세의 생애는 많은 영화나 드라마로 재생산되었다. 그에 대한 평가는 갈리는데 왕비 2명을 처형하고 7만 2000명을 죽인 폭군이기도 하지만, 영국 국교회를 창립하고 상비 해군을 만든 그는 아직도 영국인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각종 중세 무기로 만들어진 용





런던 타워는 볼거리로만 보면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 볼 장소는 아닌 듯하다. 차라리 왕궁으로 본다면 런던 시내에서 좀 떨어져 있는 햄튼(햄프턴) 코트 궁전이 훨씬 아름답다(런던 워털루 역에서 국철로 30분 정도 가서 햄튼 코트 역에서 하차해야 한다). 나는 사실 궁전 안으로 들어가 보지는 않았는데 내가 살았던 뉴몰든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서 자전거를 타고 가본 적이 있다. 사실 원래 목적지가 햄튼 코트 팰리스는 아니었다. 그냥 어느 가을 화창한 날씨에 자전거를 타고 킹스턴으로 놀러 갔다가 템즈강이 보여서 템즈 강가를 자전거를 타고 계속 달렸다.



강에 떠 있는 여러 보트나 조정을 하는 사람들, 강가의 그림 같은 집과 모처럼 강변에서 좋은 날씨를 즐기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경치에 취해 계속 자전거를 타다 보니 어느새 많은 관광객이 몰려 있는 아름다운 건축물을 보게 되었다. 그것이 알고 보니 햄튼 코트 궁전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밖에서 보는 궁전 모습도 매우 아름다웠던 것으로 기억된다. 런던 타워는 햄튼 코트 궁전에 비하면 요새나 감옥의 느낌을 더 주는 것 같다.



햄튼 코트 궁전, 출처 - Lara Hughes from Pixabay


햄튼 코트 궁전 안뜰, 출처 - Waldo Miguez from Pixabay



햄튼 코트 궁전에도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 원래 이 궁전은 헨리 8세의 신하인 울지가 자신이 머물려고 멋지게 지은 거성이었다. 그런데 헨리 8세가 심기가 불편해졌다. 그리고 울지에게 "어찌 신하가 이렇게 훌륭한 궁전을 지어야 하는가?'라고 물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울지는 "폐하에게 바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도 한동안 울지는 이 궁전에 머물렀지만 반역죄로 체포되고 호송 중 병사하게 되어 결국 헨리 8세가 차지하게 되었다.



런던 타워 실내 전시장




런던 타워 - 보석의 방 (Jewel House)
런던 타워의 근위병 교대식



런던 타워의 망루 탐험




런던 타워를 둘러보고 나서 런던의 전통 시장을 보고 싶어 하는 와이프를 데리고 런던 브리지 근처의 버러 마켓(Borough Market)을 방문했다. 런던 브리지에서 도보로 5분 정도면 갈 수 있다.  



영국은 음식이 맛없기로 유명하다. 영국 전통 음식이라고는 대표적인 것이 생선 튀김에 감자튀김 곁들인 피시 앤 칩스 또는 양이나 소의 콩팥으로 만든 키드니 파이 정도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도시인 런던에서는 그 대신에 세계 각국에서 들어온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심지어 아프리카나 이집트에서 온 음식도 있었다!






그래서 런던에서 맛보는 음식은 모두 형편없을 거라는 생각은 편견이라 말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런던에서 맛있는 스페인 요리나 동남아 요리를 먹고 감탄한 적이 있다. 그러나 버러 마켓에서 그날 사 먹은 음식(스페인 요리 빠에야와 비슷했다)은 훌륭한 비주얼에 비하여 맛은 나를 몹시 실망시켰다. 이럴 수가! 내가 그렇게 런던 음식도 나쁘지 않다고 홍보하고 다녔건만 이렇게 뒤통수를 치다니. 흠, 아니면 이럴 줄 알았다고 해야 하나? 결국은 수많은 음식 중에 잘못된 선택을 한 자신을 탓하며 버러 마켓을 떠났다.



아무튼 아내가 런던 전통 시장 구경을 좋아했기에 음식 맛과는 별개로 버러 마켓 구경은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영국 서민들이 좋아하는 시장 음식과 상품들을 맛보고 구경하시려면 버러 마켓을 방문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버러 마켓 풍경




작가의 이전글 내 마음속의 런던 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