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유튜브에서 한국 아이돌 가수와 일본 아이돌 가수의 가창력을 비교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한국 아이돌에 비해 형편없는 일본 아이돌의 가창력을 비교하고 비웃기 위해 만든 영상이었다. 물론 필자도 우리나라 가수의 평균적인 가창력이 월등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돌끼리의 비교는 좀 아쉽다. 우리나라는 아이돌 시스템이 규격화되어 있다. 어릴 때부터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올라온 아이돌 후보들을 엄격하고 규격화된 훈련으로 최고의 기량의 가수로 만들어내는 일종의 시스템의 산물이 우리나라 아이돌 가수이다.
일본의 아이돌 가수는 그에 비해 덜 엄격한 시스템에서 보통 사람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존재로 길러지는 듯하다. 콘셉트 자체가 상당히 차이 나는 두 시스템을 비교하는 것은 별로 온당치 못하다. 이제 세계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한국의 아이돌 음악은 한국 대중음악의 간판이 되었다. 하지만 일본 대중음악의 간판은 아이돌 음악이 아니라 록 음악이다.
여태까지 포스팅하며 소개해 드린 일본 전성기의 음악은 록이 주축을 이루었으며 음반을 수천만 장 파는 인기 록밴드들이 견인을 했다. 공장식 시스템에서 만들어졌다기 보다 길거리에서 버스킹부터 시작하여 일본의 수많은 아마추어 밴드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실력파들이다. 록밴드의 특성상 모든 곡을 멤버들이 작사, 작곡하고 연주하는 순수 음악인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일본 아이돌 음악을 듣고 일본 대중음악의 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공평치 못한 처사다.
어쨌든 나는 우리나라 대중음악을 일본 음악보다 더 사랑하고 많이 듣는다. 하지만 우리나라 음악은 많은 분들이 잘 알고 계실 테니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알기 어려운 외국 음악 위주로 소개하고 있다. 서론이 길었는데 오늘 역시 일본 대중음악의 전성기인 90년대 음악을 위주로 소개하겠다.
첫 번째 음악은 Larc~en~ciel(라르크 앙 시엘)의 'Honey'이다. 팀명은 프랑스어로 무지개를 의미한다고 한다. 보컬인 하이도(Hyde)는 웬만한 여자보다 예쁜 미모를 자랑하는데 키가 좀 작은 아쉬움이 있다. 저 정도의 미모에 음악적 재능까지(이 곡도 그가 작곡했다) 주신 신은 그래도 하나 정도는 인간미를 위해서 빼놓으신 것 같다. 서정적인 멜로디에 시원하게 질주하는 음악이 라르크 앙 시엘의 특징인데 밴드의 이름처럼 록 음악을 하지만 우아한 분위기를 띠는 묘한 음악을 한다. 통산 음판 판매량은 2900만 장이 넘는다.
다음 곡은 역시 라르크 앙 시엘의 '니지(무지개)'. 아름답고도 처절한 분위기의 록발라드다.
'불타버려도 상관없어. 모든 것은 진실과 함께 있어.'
'애달픈 사람이여,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이여, 어째서 이 가슴에 사랑은 태어나는가?'
애달픈 곡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인상적인 가사다. 인기 애니메이션 '바람의 검심' 극장판에 오프닝 테마로 쓰였다.
보너스로 하이도가 거대한 관중 앞에서 부르는 질주하는 드라이브감이 있는 명곡 'Blurry eyes(흐린 눈동자)'.
라르크 앙 시엘과 함께 비주얼 록(짙은 화장으로 비주얼을 강조하는 록)의 3대 그룹 중 하나인 글레이(Glay)의 'However(그러나)'이다. 통산 음반 판매량 3800만 장이 넘는 인기를 자랑하는 홋카이도 출신 밴드. X Japan의 리더 요시키에 의해서 발굴된 밴드이다. 그들은 1999년 콘서트에서 20만 명의 유료 관객을 동원하는 기록을 세웠다. 서정적인 멜로디를 잘 뽑아내는 대표적 팝록 밴드이다.
거대한 스타디움을 청중으로 가득 채운 글레이의 'Soul Love'. 아름다운 멜로디의 신나는 곡이다.
귀에 착 감기는 선율의 록넘버 'Beloved(사랑한)'
다음 곡은 연주력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프로듀스의 승리라고 볼 수 있는 My little lover(마이 리틀 러버)의 'Hello again -예전부터 있던 장소'.
청순한 얼굴의 여성 보컬이 때묻지 않은 목소리로 첫사랑의 설렘을 전해준다. 이 노래를 들을 때 어찌 일본인들은 이렇게 달콤한 멜로디를 잘도 뽑아내는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창력이 뛰어나지 않지만 보컬인 아코의 청량한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추억의 한 때로 나를 데려간다.
다음 곡은 'Chage & Aska(차게 앤 아스카)'의 'Say yes'. 일본 드라마 '101번째 프러포즈'의 주제가이다. 이 드라마는 우리나라에서 문성근, 김희애 주연의 영화로 리메이크해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드라마의 원래 결말은 비극인데 드라마 프로듀서와 작가가 주제가 'Say yes'를 듣고 나서 드라마의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로맨틱한 이 노래를 들어보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알 것 같다.
또 다른 일본 대중음악의 명곡들은 다음 기회에 같이 감상해 보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