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2년 동안 열리지 못하던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드디어 송도 달빛 공원에서 8월 5일 금요일부터 열리고 있다. 필자도 이번에 처음으로 필자가 제일 마음에 들어 하는 라인업을 가지고 있는 금요일 하루 공연을 참석하게 되었다. 경주에서 송도까지 가는 길은 꽤 멀었지만 오랜만의 락 공연 참가에 들뜬 마음은 긴 이동시간마저 즐거웠다.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크랙샷의 공연이 오후 2시 부터라 1시 30분 정도에 공연장에 도착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계획은 어긋나라고 세우는 건가? 현장에 도착해 보니 주차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 빙빙 돌게 되었고 다행히 주차를 하고 공연장에 입장하려니 코로나 검사와 소독약 분사를 위해 긴 줄이 형성되고 가까스로 검사를 통과하니 소지품 검사로 또 긴 줄이 있었다. 결국 크랙샷의 공연은 줄을 선 채로 들었고 야외 공연장에 입장한 것은 2시 50분 경이어서 크랙샷의 공연을 끝나가고 있었다. 크흑. 크랙샷.
하지만 크랙샷의 마지막 노래 'Follow me(나를 따라와)'를 들으며 아쉬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복잡한 마음으로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가슴을 때리는 육중한 드럼의 비트와 보컬 빈센트의 대기를 찢는 듯한 고음은 나의 아쉬움을 기대로 바꿔버리고 크랙샷은 바로 퇴장했다. 뒤이어 다른 무대에서 TRPP라는 밴드가 공연을 했는데 처음 듣는 밴드지만 괜찮은 음악을 했다. 몽환적인 분위기에 강한 디스토션이 걸린 기타 사운드, 달콤한 멜로디를 특징으로 하는데 이런 장르를 슈게이징이라고 한다.
오랜만의 락 페스티벌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일단 그날따라 대지를 몽땅 불태울 듯 이글거리는 태양이 한 원인이었고 작심하고 시간 맞춰 오려다 크랙샷을 놓친 아쉬움이 또 하나의 원인이었다. 그러나 TRPP는 필자의 허한 마음을 달콤하고 몽환적인 멜로디로 달래주었고 푹푹 찌는 날씨에도 흔들흔들 춤을 추는 락팬들 또한 락 페스티벌의 마법에 걸리도록 부추기고 있었다.
어느 정도 몸이 풀리자 대만 밴드 Elephant gym이라는 다소 이상한 이름의 밴드의 음악을 들었다. 코끼리 체육관이라.. 운동하다가 더위 먹고 이름 지었나 싶을 정도로 이상한 밴드 이름이지만 락밴드 이름이 원래 다 그렇다. 이상한 밴드 이름과는 달리 여성 베이시스트가 이 밴드의 주축인 듯한데(베이스, 기타, 드럼의 3인조 밴드이다) 상당히 펑키하고 감각적인 연주를 하여 기대 이상이었다.
슈퍼밴드 2에서 크랙샷에 이어 준우승을 한 시네마는 부산에서 보았던 슈퍼밴드 콘서트에서 보다 실력이 더 나아진 것 같았다. 아이돌 같은 잘생긴 외모도 여전했다. 그리고 이무진은 역시 재간둥이였다. 말솜씨도 재치 있고 그의 히트곡 '신호등'은 사람들을 춤추게 만들었다.
그늘이 있는 잔디에 앉아 유라의 감미로운 노래를 듣다가 배가 고파져 밥을 든든히 먹고 왔다. 그 때문에 선우정아의 공연을 놓치고 적재의 공연을 일부만 보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날의 무더위는 먹어야 건딜 수 있는 종류의 것이었므로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날의 하이라이트가 된 크라잉넛의 공연 시간이 다가왔다. 부산 락 페스티벌에서도 크라잉넛의 공연을 즐겼지만 이날의 공연은 특히 좋았다. 그동안 락공연을 못했던 한을 풀듯이 공연 한 시간 내내 미친 듯이 질주하다 '명동콜링'이나 '밤이 깊었네'에서 한 여름의 낭만을 소환해 주었다. 관객들도 전력질주하다시피 한 시간 동안 뛰어놀며 다음 공연은 잊어버린 듯이 놀았다.
펑크의 단순하고 직선적인 연주 위에 구슬픈 아코디언의 선율이 흐르며 크라잉넛표 펑크 특유의 신나고도 애달픈 분위기를 연출해 주었다. 그리고 역시 절정은 '말달리자'에서 터지고 관객들은 말 그대로 광란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필자도 덕분에 오랜만에 몸을 부딪치는 바디슬램도 하고 진정한 락 페스티벌의 분위기를 만끽했다.
역시 락페스티벌은 제정신으로 들으면 안된다. 부산 락페스티벌에 비해 라인업이 부드러워서인지 야수성을 잃은 듯한 다소 심심한 락페스티벌을 크라잉넛이 완전히 뒤집어 버렸고 관객들은 이미 크라잉넛호를 타고 저세상으로 떠나버렸다. 현장의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느껴보시라고 당일 찍은 동영상을 올려본다.
그리고 프랑스 밴드 'Tahiti 80'의 감미로운 락사운드를 들으며 잔디 밭에 자리를 깔고 누워 아내와 함께 밤하늘을 보았다. 저녁은 그래도 비교적 시원했고 한 여름밤의 낭만이 느껴져 좋았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같이 음악을 즐기며 좋은 시간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다. 코로나의 기간 동안 락페스티벌은 다시는 못 갈 것 같았는데 이렇게 같이 즐기니 '좋지 아니한가?'
그리고 그날의 헤드 라이너 '넬'의 무대였는데 '크라잉넛' 공연에서 너무 에너지를 소진했는지 다소 나른한 상태에서 그들의 감미롭고 몽환적인 사운드를 즐겼다. 당연히 그들 무대의 하이라이트는 '기억을 걷는 시간'. 넬의 보컬 김종완이 '아직도'라고 노래를 시작하자 괴성이 난무하며 관객들은 열광했다. 그리고 한국 관중들의 그 유명한 떼창을 생생히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가사를 다 외우지는 못한 듯 중간중간 다소 끊어졌다.^^
무더웠지만 한여름의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해 준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모든 출연 밴드와 스태프분들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그날 같이 음악을 즐기며 춤추고 부대꼈던 모든 관객분들도 수고하셨습니다~
넬의 '기억을 걷는 시간'
크랙샷의 'Follow me'
크랙실버의 'Hme sweet home'
시네마의 '부머랭'
크라잉넛의 '밤이 깊었네'
크라잉넛의 '명동콜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