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보건교사이다. 예전에는 양호선생님으로 불렸던 직업이다. 그런데 양호선생님 하면 떠오르는 천사표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천사라기 보다 전사에 가까울지도.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첫인상이 꽤 좋았다. 아내는 미인이었고 말에 꾸밈이 없었다. 나는 지나치게 치장하고 돌려 하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말의 본뜻을 애매하게 흐리고 저의를 숨기며 자신을 꾸미는 듯한 말들을 듣고 있자면 좀 피곤해진다고 할까? 물론 상황에 따라 완곡하게 표현해야 할 때도 있지만 너무 많은 계산이 숨어 있는 듯한 말은 해석하는 부담이 많다. 그런 면에서 내 아내의 말은 단순하고 직설적이다. 가끔 지나치게 직설적이어서 상대를 당황하게 할 때도 있지만 상대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아내는 다소 어려운 집안 환경에서 자랐다. 그래서 어려운 집안 형편에 많은 형제들이 먹을 것을 놓고 다투던 환경에서 자라서 그런지 지금도 가끔 입맛에 맞는 음식을 폭식할 때가 있다. 내가 과식하면 좋지 않다고 얘기하면 위장이 작다고 오히려 나를 핀잔준다. 자신 같은 성장 환경에서 자라지 않고 뽀시랍게(귀하게 힘든 것을 모르고 자란 것을 비꼬는 의미) 자라서 뭘 잘 모른다고 한다. 그렇게 뽀시랍게 자라진 않았지만 그런 아내를 보면 뭔가 더 호강시켜 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든다.
아내는 나보다 뭐든 열심이다. 아내가 캘리최 회장님을 본받아 열심히 자신을 계발하는 사람들의 모임 켈리스타에 참여하고 덕분에 나도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긍정적이고 자신의 한계를 돌파하여 성장하려는 열망을 가진 사람들에게 나는 많은 것을 배우고 영감을 얻는다. 요 몇 달간 나에게 온 변화는 10년 세월 동안의 변화보다 더 큰 것 같다. 당신이 만나는 사람 몇 명을 보여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고 그랬던가?
영어 속담에도 'Birds of a feather flock together(같은 깃털의 새들이 무리를 짓는다)', 동양에도 '근묵자흑(먹을 가까이하는 사람은 검게 된다), 유유상종' 등 가까이하는 사람들의 중요성을 고금을 통틀어 세계 어디서나 이야기한다. 그들의 열정이 나에게 전염되고 나의 열정이 그들에게 옮아간다. 혼자 타오르는 불꽃은 쉬이 꺼질 수도 있지만 다 같이 함께 타오르는 불꽃은 화염이 되어 쉽게 꺼지지 않는다.
좋은 만남의 행운들도 아내의 적극적인 행동력이 뒷받침이 됐다. 좋은 사람들이 있다면 4~5시간을 운전을 해서라도 가는 열정이 있기에 이러한 만남이 가능하다. 아내는 좋지 않았던 건강 상태도 식단을 적극적으로 바꿔 건강을 회복했다. 다큐멘터리 '지방의 누명'을 보고 충격을 받아 고지방 저탄수 식단을 거쳐 지금은 인플루언서 '프리'님이 추천하는 전래 식단(원시 시대의 우리 조상들이 먹는 식단에 가까운 식단)으로 정착했다. 그 과정에서도 열심히 식단을 공부하고 정보를 모으며 식단을 하는 좋은 사람들을 전국을 다니며 만나는 걸 보면 존경심이 들었다. 거침없는 행동력과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용기는 내가 아내에게 배우고 싶은 것이다.
아내와 같이 다녀보면 커뮤니티의 사람들이 아내를 좋아하는 듯하다. 솔직하고 꾸밈없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좋은 느낌을 준 걸까? 아니면 거절당할지도 모를 두려움을 이기고 먼저 다가가는 아내의 용기를 좋아하는 걸까? 아무튼 그 부분은 내가 가지지 못한 아내의 장점이고 그 행동력과 친화력은 앞으로도 배워나갈 것이다.
아내는 독서 커뮤니티에 가입하여 한 주에도 몇 권의 책을 읽고 새벽같이 일어나 줌 미팅을 하고 아파트 수영장이 쉬는 일요일을 제외하고 하루도 쉬지 않고 수영을 한다. 행동력은 단연 나보다 월등하다. 나는 그렇게 쉴 새 없이 자신을 몰아붙이면 숨이 막힐 것 같기도 한데 아내는 잘도 해내니 나를 뽀시랍게 보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잔소리를 하다 잔소리를 넘어 나에게 다소 과한 언사를 할 때도 있다. 그러면 나 역시 분노의 게이지가 급상승하는데 이제는 하늘이 나보고 인격을 더 수양하라고 아내를 맺어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아내를 제외하면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이 좀처럼 없기 때문이다.
아직도 마음속에 이런저런 지저분한 것들이 있으니 버리라고 아내가 내 마음을 한바탕 휘저어 주시나 보다. 그래서 아내가 참 스승님인가 싶기도 하다. 과거에 필자가 몸이 아파 인생의 바닥에 있을 때도 옆에 있어준 사람이고 지금도 성장의 동반자가 되어 같이 날마다 성장하는 파트너이다. 부부의 연은 몇 번의 전생의 인연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우연한 만남은 아닌 것 같다.
가장 힘들 때 아무 조건 없이 내 편이 되어주고, 세상에 내 편은 아무도 없을 것 같을 때에도 마지막까지 항상 내 편임을 의심하지 않는 사람이 바로 남편과 아내 아닐까? 적어도 세상 살며 내 편인지 의심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 부모님을 제외하고도 한 사람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