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중음악의 전성기는 1990년 대라는 부분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일본 경제의 버블이 정점에 달하던 시기 음악도 정점에 도달했다. 그 이후 오랜 시간 동안 경제의 내리막길과 더불어 일본의 대중음악도 침체 일로를 걸었다. 하지만 아직도 일본은 수많은 아마추어 밴드들이 있고 그 치열한 경쟁에서 올라온 실력파 밴드는 있기 마련이다.
이제는 일본도 아이돌 음악이 밴드 음악을 앞지르는 인기를 얻고 있는지도 모른다. 요즘은 일본 음악을 예전처럼 많이 듣고 있지는 않아서 실상은 어떠한지 모르겠다. K 팝의 전 세계적인 유행을 본다면 일본도 아마 아이돌 음악이 대세일지도 모르겠다. K 팝은 아이돌 음악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일본도 비슷하지 않을까. 90년대만 해도 일본 대중음악이 한국에 수입이 금지되던 시절이라 필자는 해적판을 통해서 일본 음악을 들은 적이 많다. 그리고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다 보니 우리나라 가수들이 일본 대중음악과 앨범 재킷, 가수의 콘셉트 등을 많이 표절했었다.
지금은 격세지감을 느끼는 것이 일본 대중음악이 우리나라 아이돌 음악 시스템을 배우려 하고 따라 하는 것이다. 최근에도 JYP의 수장 박진영이 일본에서 일본인으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 '니쥬'를 결성하며 일본 음악 시장에 돌풍을 몰고 왔다. TV 오디션을 통해 멤버를 선발하는 과정을 생중계하는 한국의 방송 프로그램을 일본에도 도입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박진영은 지오디의 탄생과 연습 과정을 지상파를 통해 공개함으로써 대중들이 아이돌 멤버들에게 감정이입을 쉽게 하며 인기몰이를 하는 재미를 봤다. 정확히는 프로그램 피디들이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었겠지만 이것은 기막힌 시스템이었다.
오디션을 통한 아이돌의 선발 과정에서 그들이 경쟁하며 울고 웃는 과정들을 생중계한다. 시청자들은 아이돌 후보들 중 하나 또는 그 이상에 감정을 이입하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아이돌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된다. 그래서 아이돌의 성장을 응원하고 힘들어할 때 누구보다 응원해 준다. 이렇게 아이돌에 감정이입이 되고 나면 아이돌이 데뷔했을 때는 아이돌의 성공을 자신의 성공과 동일시하며 열렬히 응원하게 된다.
이 시스템은 지오디 이후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아이돌 기획사와 방송사의 협력으로 되풀이되고 여지없이 성공을 낳았다. 프로듀스 101의 대성공은 이 시스템은 무조건 성공한다는 공식을 또 한 번 입증하는 사례였다. 하지만 이후에 오디션 프로그램이라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나쁜 선례를 남긴 프로그램도 있었다.
같이 성장한다는 콘셉트의 최고 성공은 아마도 BTS일 것이다. 다만 차이는 BTS는 멤버 자신들의 노력으로 자신들의 스토리를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인터넷은 방송사가 가지는 지역적 한계를 가뿐히 뛰어넘었고 멤버들이 소탈하게 자신들의 스토리를 직접 전한 것은 기획사의 전략적 접근보다 청소년들에게 더 진실함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이는 기존 아이돌 그룹의 성공 공식을 뛰어넘어 세계적인 성공을 낳은 것이다.
박진영의 '니쥬 프로젝트'는 이런 아이돌 그룹의 선발과 성장을 생중계하며 감정이입을 통한 성공 방정식이 일본에서도 잘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의 박진영의 어록이 일본 인터넷에서 인기를 얻으며 퍼지고 있다고 한다. 대중문화의 민간 외교력에 기대를 걸게 하는 대목이다. 정치보다 역시 문화가 더 위대하다.
오늘도 쓰다 보니 돌아돌아왔지만 아직도 일본 음악 중에 훌륭한 밴드와 명곡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물론 예전보다 수는 훨씬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들을만한 곡은 있다. 필자도 아이돌 음악의 팬은 아니지만 가끔 좋아하는 곡이 있다. 그리고 필자는 아이돌 음악을 폄하하지는 않는다. 단지 취향의 차이일 뿐이다. 그리고 민간 외교력은 아이돌 음악이 단연 으뜸이다.
어쨌든 최근에 보석처럼 발견한 두 밴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그룹은 'official 히게 단디즘'. 이름이 특이하고 원래 한자가 섞여 있어서 어떻게 읽는지 고민스러웠으나 음악이 워낙 좋아 다른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들의 음악은 청춘의 발랄함과 풋풋함이 있다.
그들의 대 히트곡 'Pretender(척하는 사람)'
청춘의 쌉쌀한 짝사랑을 전하는 가사와 매력적인 멜로디 라인이 최상의 조합이다. 들을수록 매력적인 노래이기도 하다.
'굿바이. 너의 운명의 상대는 내가 아니야. 괴롭지만 부정할 수 없지. 하지만 떨어지기 힘들어. 그 머리카락에 닿는 것만으로도 아파. 아니 그래도 달콤해. 아니 아니야
그러면 내게 있어서 너는 뭘까? 답은 알 수 없어. 알고 싶지도 않아. 그저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너는 아름다워.'
'Pretender'
'115만 킬로의 필름' -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을 영화에 비유한 아름다운 노래
다음은 슈퍼밴드 2에서 3위를 한 카디의 기타리스트 황린이 추천해 알게 된 밴드 'KIng Gnu(킹누)'. 가녀리고 섬세한 듯하지만 짙은 호소력을 지닌 이구치 사토루가 보컬과 키보드를 맡고 츠네타 타이키가 보컬, 기타, 키보드, 첼로 및 작사, 작곡을 맡고 있다. 두 멤버를 더하여 4인조 밴드이다. 이들은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편곡, 프로듀스까지 직접 한다.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매력적인 음악을 하는 밴드. 황린이 한동안 그들의 음악에 빠져 헤어 나올 수 없었다고 하였는데 들어보면 충분히 이유를 알 수 있다.
'백일'
'삼류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