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결과가 아니고, 과정이란다.
1학기 기말고사 첫날이다. 아이들은 오전 내내 긴장하다가, 점심 시간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 오늘 급식 지도 담당인 나는 줄을 세우고 학년별로 들어가게 한다. 어떤 학생은 내일 시험을 위하여 프린트로 공부를 하고 있고, 대부분 폰을 보면서 순서를 기다린다. 1학년 차례가 되자 평소 안면이 많은 학생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학생 : 선생님. 통합사회 시험 어렵게 냈어요?
나 : 아니, 쌤 수업 시간에 질문만 만들었으면 다 풀 수 있다.
학생 : 맞아요. 중간고사 때도 선생님 문제가 제일 쉬웠어요.
나 : 문제가 쉬운게 아니고, 네가 수업 시간에 열심히 한거다.
이후 한 대화가 위의 대화이다.
성적은 자신만의 노력의 결과가 아니다. 가정 형편, 공부 재능, 사는 지역, 유전적 요소, 노력 등이 총체적으로 작용한다. 성적은 결과이고, 시험에 대비하여 열심히 공부하는 태도는 과정이다. 공부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다면 할 일을 다한 것이다.
나는 아직까지 40년 전 학력고사 치기 전날 밤 잠자리에서 했던 생각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고2때 교사를 꿈꾸고, 고 3 일년 동안 학교 근처에서 하숙을 하면서 새벽 4시에 일어나서 6시반까지 공부를 한 후 등교를 했다. 그리고 11시까지 야간 자습을 마치고 집에 와서 바로 잤다. 하루도 빠짐없이.
잠자리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딱 내가 공부한 만큼 성적이 나왔고, 기대했던 1지망 국어교육과는 떨어지고, 2지망 윤리교육과는 장학생으로 걸렸다. 나는 지금 윤리교사에 너무너무 만족한다.
내가 선택한 일이던, 나에게 주어진 일이던 최선의 결과로 만드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그 과정이 행복이어야 한다.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태도는 어느 순간은 배신을 해도, 인생 전체에서는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