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하늘에 빠지고, 나는 너에게 빠진다.
"보고 싶다. 밥묵자."는 친구 전화에 며칠을 벼루어 시간을 만들었다.
친구가 허름한 단골가게로 안내한다. 우리 또래 아줌마가 운영하는데 시골 할머니 밥상이 나온다. 감칠 맛 나는 두루치기에 조기 구이가 일품이다. 시원한 된장국에 무엇보다 생콩잎짱아치가 일품이다. 짭짜르한 맛에 흰 밥위에 올려 먹으니 밥도둑이 따로 없다. 우리 세대 이후로는 이런 음식이 사라질 거라 생각하니 아쉽다. 계산을 치르면서 생콩잎짱아치 조금만 싸달라고 하니 주인 아줌마가 비닐에 넉넉하게 담아주면서 웃으며 농을 한다.
나는 친구에게 "앞으로 여기서만 밥먹자."하고 나왔다.
밥먹고 근처 슬도를 걸었다. 마침 해가 지고 있다. 해가 떨어질까봐 달렸다. 매일 이곳을 걷는 친구는 "뛰지 마라. 안늦다."라고 했지만 내 마음은 다급했다. 다행히 마음에 드는 노을 사진을 담을 수 있었다.
노을 사진에서 ‘매직 아워(Magic Hour)’는 해가 지거나 뜨는 직전, 혹은 직후 약 20~30분 동안 빛이 부드럽고 따뜻하게 퍼지는 시간을 말한다. 이 시간대는 하늘이 붉고 주황빛으로 물들어 노을이 가장 아름답게 촬영되는 순간이다. 어떤 사람들은 해가 지면 바로 집으로 가는데 최소한 30분간은 그 자리에서 하늘을 지켜봐야 한다. 해지고 난 후 20분 동안 하늘은 진짜 마법을 부린다. 친구는 노을에 빠져서 사진을 담았고, 나는 그 친구를 담았다.
다음은 노을 사진 촬영 Tip 5가지이다.
첫째, 시간이 생명이다. 해는 금방 뜨고, 금방 진다. 따라서 미리 포인트에서 대기해야 한다. 가능한 해 질 녘 30분 전부터 위치를 선정하고, 해지고 난 뒤에도 20분 이상은 그 자리에서 지켜본다.
둘째, 구도에 하늘을 더 많이 담는다. 노을은 하늘이 주인공이다. 수평선이나 지평선은 삼분할 구도 아래 지점에 둔다. 하늘이 정말 마법을 부리는 날에는 삼분할 구도보다 하늘을 훨씬 많이 담는다.
셋째, 노출을 하늘에 맞추어 조금 어둡게 찍는다. 밝게 찍으면 하늘색과 노을 표현이 안된다. 스마트폰이면 가장 밝은 곳을 터치하던지, 화면을 터치해서 나타나는 노출 레벨을 조절한다.
넷째, 반영사진을 노린다. 호수나 강에 비친 노을은 분위기를 두 배로 만든다. 단 반영 사진은 바람이 없어 물결이 잔잔해야 한다. 그래서 바다에서는 찍기 어렵다.
다섯째, 인물 실루엣 사진에 도전한다. 해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빛을 등지고 찍으면 자연스럽게 실루엣으로 표현된다. 멋진 감성사진 완성이다.
처음 담은 풍경. 노을보면서 멍 때리기.
아직 남쪽 하늘은 푸르다.
슬도 너머로 해가 지기 시작한다.
친구는 찍은 사진을 단톡방에 올리나보다.
하늘이 마법을 부린다.
<호수 반영 사진>
<실루엣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