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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일 Feb 25. 2023

순간적으로 빡 큐(Fuck you)를 날리고 싶었다

운전은 경주가 아닙니다.

빵빵빵~ 

클랙슨이 신경질적으로 10초 넘게 울린다. 버스를 내 쪽으로 바짝 붙여 속도를 줄인 채 위협한다. 순간 손을 번쩍 들어 버스 기사에게 빡 큐(Fuck you)를 날리고 싶은 충동이 든다. 

    

200미터 남짓한 고가도로로 접어들자 생긴 일이다. 안전을 위해 황색 선 오른쪽으로 자전거를 바짝 붙여 오르막을 오르고 있었다. 순간 내가 잘못했나?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네이버에 물어보니 자동차 전용도로가 아니라면 가능하다고 한다.     


설사 내가 잘못했다고 하더라고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나는 운전하면서 버스와 택시에게는 무조건 양보한다. 그런데 양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권력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따지고 보면 가장 매너있게 운전해야 할 사람은 그들이다. 고객을 태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 기사가 안쓰럽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마음으로 계속 운전하면 얼마나 스트레스일까?

타고 있는 손님은 얼마나 불편할까?

어쩌면 기사와 한 편이 되어 나에게 빡 큐를 날리는 손님도 있을 거다.

     

운전하다 보면 누구나 민폐가 될 때가 있다. 몰라서, 실수로, 아니면 급해서 그런 거다. 얌체 운전자에게 나도 욕할 때가 있지만, 어떤 때는 차선을 잘못 들어 얌체가 되기도 한다. 운전대만 잡으면 내 차 이외는 모두 적으로 변한다. 무조건 최단 시간 내에 도착해야 하는 것을 사명으로 생각한다. 이것도 습관이다. 육아 문제가 아니라면 퇴근길에 몇 분 늦게 집에 도착해도 대부분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 이런 일도 있었다.  

   

지난주 일요일, 신호등에서 카톡을 보다가 신호를 놓쳤다. 앞차가 벌써 20미터는 갔는데 뒤차가 조용하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다. 급히 출발하고, 깜빡이로 사과했다. 이어서 전화벨이 울린다. “선생님. 앞차가 출발 안 하길래 잠시 기다렸는데, 나중에 깜빡이를 보고 확인하니 선생님 차네요. 빵빵했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대부분의 버스 기사님, 택시 기사님께는 항상 감사드립니다.

간혹 저의 얌체 짓에 너그러워 셨던 모든 분께도 감사합니다. 

저도 그럴게요^^     


운전은 경주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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