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이런 남편이 되어라
아들아.
이번 제주 여행에서 아빠는 수많은 연인을 보았다.
어느 해변 카페 앞을 지나는데 통창 너머로 연인이 있더라. 여자가 남자에게 마시던 잔을 건네더니, 입을 댄 남자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어. 아마 여자는 아메리카노, 남자는 카페라떼일 듯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들 생각이 나더라.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옆 테이블에 연인이 앉더라. 다른 메뉴를 시켜서 나눠 먹는 게 참 다정해 보였다. 또 아들 생각이 나더라.
우도 해변 갯바위에서 표정을 바꿔가며 셀카를 찍는 연인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이번에도 아들 생각이 나더라.
아들아.
아빠는 아들이
좋은 풍경을 볼 때
맛있는 음식 먹을 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웃는 모습이 이쁘면 좋겠다.
그래서 네가 많이 웃게 해줬으면 좋겠다.
스스로 행복해서
그 행복을 너에게 옮기는 사람이면 좋겠다.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고
자신을 사랑하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면 좋겠다.
원하는 것은 분명하게 말하고
싫은 것은 더 분명하게 표현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누구의 여자가 아니라 자신으로 사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네가 그 모습을 응원했으면 좋겠다.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 일 때문에 너나 아이에게 미안해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읽는 사람, 책읽는 아내, 책읽는 엄마였으면 좋겠다.
같이 책을 읽거라.
네 마음으로 상대 마음을 미루어 짐작하지 말고, 꼭 물어보거라.
있는 그대로 보거라. 누구나 부족한 점이 있다. 처음에는 안보이지만 갈수록 커진다. 그건 너를 보는 상대방도 마찬가지다.
상대가 바뀌었으면 하는 마음은 꿈에도 생각하지 마라. 하지만 상대가 몇 번 말한 거에 대해서는 우기지 말거라. 고치려는 시늉이라도 하거라.
누가 먼저 퇴근하던 상대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 꼭 안아주거라. 사랑한다는 말은 안 해도 된다. 말은 자취가 없지만, 몸은 기억한다.
다툰 다음 날에 네가 미안하다고 말하거라. 세상에 제일 못난 남자가 자기 여자한테 지지 않으려는 거다. 그리고 네가 서운했던 점도 잘 말하거라.
아빠한테는 전화만 하고, 처가에는 찾아뵙거라. 장인 장모한테 전화하면 원래 할 말이 없다. 과일이라고 꼭 사들고 가거라. 앞에 말은 곧이곧대로 믿지는 마라.
아빠는 그렇게 살지 못해서 면목이 없구나.
아들아. 미모의 기준을 엄마에게 맞추면 니는 평생 장가 못 간다.
눈 좀 낮춰라.
아들아.
너는 나의 자존감이다.
너의 사랑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