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성일 Mar 01. 2023

아들아, 이런 여자와 결혼하거라

그리고 이런 남편이 되어라

아들아.

이번 제주 여행에서 아빠는 수많은 연인을 보았다.


어느 해변 카페 앞을 지나는데 통창 너머로 연인이 있더라. 여자가 남자에게 마시던 잔을 건네더니, 입을 댄 남자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어. 아마 여자는 아메리카노, 남자는 카페라떼일 듯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들 생각이 나더라.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옆 테이블에 연인이 앉더라. 다른 메뉴를 시켜서 나눠 먹는 게 참 다정해 보였다. 또 아들 생각이 나더라.

우도 해변 갯바위에서 표정을 바꿔가며 셀카를 찍는 연인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이번에도 아들 생각이 나더라.


아들아.

아빠는 아들이

좋은 풍경을 볼 때

맛있는 음식 먹을 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빠는 아들이 이런 사람과 만났으면 좋겠다.


웃는 모습이 이쁘면 좋겠다.

그래서 네가 많이 웃게 해줬으면 좋겠다.


스스로 행복해서

그 행복을 너에게 옮기는 사람이면 좋겠다.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고

자신을 사랑하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면 좋겠다.


원하는 것은 분명하게 말하고

싫은 것은 더 분명하게 표현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누구의 여자가 아니라 자신으로 사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네가 그 모습을 응원했으면 좋겠다.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 일 때문에 너나 아이에게 미안해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읽는 사람, 책읽는 아내, 책읽는 엄마였으면 좋겠다.


아들아. 그런 여자를 만나면 이렇게 하려무나.


같이 책을 읽거라.

네 마음으로 상대 마음을 미루어 짐작하지 말고, 꼭 물어보거라.


있는 그대로 보거라. 누구나 부족한 점이 있다. 처음에는 안보이지만 갈수록 커진다. 그건 너를 보는 상대방도 마찬가지다. 


상대가 바뀌었으면 하는 마음은 꿈에도 생각하지 마라. 하지만 상대가 몇 번 말한 거에 대해서는 우기지 말거라. 고치려는 시늉이라도 하거라.


누가 먼저 퇴근하던 상대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 꼭 안아주거라. 사랑한다는 말은 안 해도 된다. 말은 자취가 없지만, 몸은 기억한다.


다툰 다음 날에 네가 미안하다고 말하거라. 세상에 제일 못난 남자가 자기 여자한테 지지 않으려는 거다. 그리고 네가 서운했던 점도 잘 말하거라.


아빠한테는 전화만 하고, 처가에는 찾아뵙거라. 장인 장모한테 전화하면 원래 할 말이 없다. 과일이라고 꼭 사들고 가거라. 앞에 말은 곧이곧대로 믿지는 마라.


아빠는 그렇게 살지 못해서 면목이 없구나. 


아들아. 미모의 기준을 엄마에게 맞추면 니는 평생 장가 못 간다.

눈 좀 낮춰라.


아들아.

너는 나의 자존감이다.

너의 사랑을 응원한다. 



작가의 이전글 그녀에게 배운 것은 사진이 아니라 꽃을 대하는 태도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