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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일 Aug 17. 2023

좋은 수업의 조건

놀이와 학습과 노동이 하나되는 수업

다음은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시험의 무게'에 나오는 내용이다.


가장 이상적인 교육은 놀이와 학습과 노동이 하나로 통일된 생활의 어떤 멋진 덩어리-일감-를 안겨주는 것이라 합니다.

논어에 '안다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즐기는 것만 못하다 하여 지(知)란 진리의 존재를 파악한 상태이고, 호(好)가 그 진리를 아직 자기 것으로 삼지 못한 상태로 보는 데에 비하여 낙(樂)은 그것을 완전히 터득하고 자기 것으로 삼아서 생활화하고 있는 경지로 풀이되기도 합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무엇을 궁리해가며 만들어내는 과정을 살펴보면, 우선 그 즐거움은 놀이이며, 궁리는 학습이고, 만들어내는 행위는 노동이 됩니다. 이러한 생활 속의 즐거움이나 일거리와는 하등의 인연도 없이 칠판에 백묵으로 적어놓은 것이나 종이에 인쇄된 것을 '진리'라고 믿으려는 '요구'는 심하게 표현한다면 어른들의 폭력이라 해야 합니다. (중략)


저는 우용이와 주용이가 시험 성적이 뛰어난 우등생에 그치지 않고 동시에 자기 주견과 창의에 가득 찬 강건한 품성을 키워가기 바랍니다.



지금부터 40년 전인 1983년에 형수님께 쓴 편지이다. 


신영복선생이 말하는 놀이와 학습과 노동이 하나가 된 수업이 바로 프로젝트 수업이다. 프로젝트 수업은 '실제 상황과 문제(주제)를 제시하고, 이를 함께 해결(탐구)하면서 산출물을 만드는 수업이다. 그런 의미에서 탐구는 '궁리'이며, 산출물은 만드는 행위는 '노동'이 된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느끼는 즐거움은 '놀이'이다. 

 


나는 최근에 기후 위기 프로젝트 수업을 했다. 아이들이 주제를 정해서 모둠별로 역할을 분담해서 탐구하고, 탐구 결과를 글과 그래픽으로 표현해서 발표했다. 수업 이후 많은 학생들이 환경 실천에 대한 이야기를 나에게 자랑한다.  이처럼 수업이 지식 전달에 끝나지 않고 더 나은 나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조카 우용이와 주용이에 대한 신영복 선생의 바람이 AI시대인 지금의 교육 방향과 완벽히 일치한다.


자기 주견과 창의에 가득 찬 강건한 품성 


40년 전에 공부의 목적이 자기 주견과 창의성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신영복 선생의 혜안이 놀랍다. 그렇다. 교육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얼마전 00교육청 수업 대회에 심사를 간 적이 있다.


어떤 교사는 챗GPT를 활용한 글쓰기 수업을 하고, 어떤 교사는 메타버스에서 방 탈출 게임을 하고, 워드클라우드로 아이들의 생각을 모으고, 캔바로 산출물을 만드는 등 다양한 에듀테크를 활용한 수업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에듀테크는 어디까지나 수업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도구이다. 이게 목적이 되어서 에듀테크 활용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방향으로 수업 설계를 하는 것은 방향이 맞는지 의문이다. 모든 교실이 전자칠판으로 바뀌어 편리해졌지만, 분필로 또박또박 소리내며 한자 한자 쓰는 교사의 정성에 수업의 본질이 있을 수도 있다.


이 편지를 읽고 나는 세 가지 질문을 했다.


1. 왜 여전히 우리 교육은 수능형 인간 양성에서 벗어 나지 못하는가?

2. 신영복 선생은 40년 전에 어떻게 이처럼 교육의 본질을 명확히 꿰뚫었을까? 

3. 내 수업에 어떻게 에듀테크를 활용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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