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성일 Sep 10. 2024

이 나이가 어때서?

육십, 재밌을줄 알았다. 

이 나이에 뭘 배워?

이 나이에 무슨 그런 일을?


친구들과 대화하다보면 흔히 듣는 말들이다. 


이 나이에?


나는 이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 나이에'라는 표현이 꼭 필요한 일은 없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나이와 상관없이 하면 된다.

해야 할 일은 나이와 상관없이 해야 하고, 하지 않아야 할 일도 역시 나이에 상관없이 하면 안된다. 

젊은 사람이 해도 괜찮은 것은 나이든 사람이 해도 괜찮다. 




특히 배움의 영역에서는 더 그렇다. 배움에 늦은 나이는 없다.

나는 48살에 20대의 젊은 교사에게 토론 수업을 배웠다. 23간 강의식 수업만 하다가 시대 흐름에 맞는 수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토론 수업을 하는 젊은 교사에게 찾아가 "선생님의 토론 수업을 배우고 싶다. 교실 뒤에 앉아서 배울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다행히 선뜻 허락해준 선생님 덕분에 두 달 가까이 그 선생님의 수업을 참관하며 배웠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하브루타 수업, 메타인지 수업, 질문 수업 등 수업 관련 책만 네 권을 쓰고, 수업 강사가 되었다.


60세 정년 시대에 대학에서 배운 것은 30년을 써먹는다. 실제 하나도 써먹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100세 시대에 60살에 배우면 역시 30년 이상을 써먹는다. 배우지 않을 이유가 없다.


60세

이 나이는 배우기에 가장 좋은 나이다.  사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워낙 입시 중심의 문화에 살다보니까 공부는 먼 행복을 위해 가까운 행복을 포기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젊어서의 공부는 대부분 입시와 취업을 위한 수단이고, 다른 사람과의 경쟁이다. 따라서 배움은 힘든 일이다.

하지만 나이들어서 배움은 그 자체가 목적이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목적이다. 다른 사람과의 경쟁이 아니고, 이전의 자신과의 경쟁이다. 즉, 이전에 하지 못했고, 몰랐던 것을 알아가고, 배우는 과정이다. 그러니 즐거운 일이다.


무엇보다 시간이 많다. 

더 많은 시간과 더 많은 자유는 오로지 내가 하고 싶은 일, 나를 위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새로운 성취에 급급할 필요 없이, 지금 가진 것에서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다. 단, 그렇게 살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늙음이 아니라 나이듦을 통해 앞으로의 삶을  만들어 간다.


배우는 시간은 다시 아이의 마음이 된다. 배워야 할 내용에 대한 호기심과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과정에서의 성취감은 배움이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새로운 것을 배울 때마다 뇌는 젊어진다. 뇌 신경회로인 시냅스가 촘촘해지면서 뇌가 건강해진다. 60은 결코 멈춤이 아닌, 더 많은 가능성과 기회를 품은 시간이다.

 

그러면 뭘 배울 것인가?

배움을 주저하게 하는 요소가 '지금 배워서 뭐하게?'라는 생각이다. 배워서 뭘 하는 것은 젊은 사람이 고민할 일이지, 60대에 고민할 일은 아니다. 우리는 배움 그 자체를 즐기면 된다. 외국어든, 악기든, 운동이든, 취미 활동이든... 배우는 만큼 내 삶의 풍성해지고, 삶의 품격도 올라간다.

반드시 가성비와 효율성을 따질 필요가 없다. 배우면 기회가 생긴다. 기회가 생기지 않아도 배움 그 자체가 주는 만족이 최고의 보상이다.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보면서 부러운 일이 있으면 나도 한 번 해볼까? 하면서 배우면 된다.


나는 조만간 영어를 본격적으로 배울 생각이다. 필리핀에 6개월 정도 어학 연수를 갈 수도 있고, 새로 대학에 갈 수도 있고, 유튜브나 학습지를 통할 수도 있고, 학원에 다닐 수도 있다. 뭐든 상관없다. 그래서 내 버킷리스트인 자유 여행을 맘껏 하고 싶다.




나는 책을 읽고, 배우고, 글을 쓰고, 운동하며 살아간다. 이런 삶의 방식은 50세 이후 완전히 정착되었다. 20대, 30대, 40대에는 그렇게 살지 못했다. 직장에서도 해야 할 일이 먼저여서  나만의 시간을 만들기 어려웠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내가 지배할 시간이 많아진다. 지금은 해야 할 일은 물론 하지만, 일과에 반드시 하고 싶은 일을 포함할 여유가 있다. 


나이들어 시간에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또는 많아진 시간을 주체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지 않기 위해 지금부터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야 한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위한 일을 꾸준히 해야한다.  읽고, 쓰고, 몸을 움직이는 것이 바로 가장 자신의 삶을 사는 방법이다.

인생에서 세월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쌓여서 미래의 내가 된다. 지금 내가 하는 하나하나의 습관이 쌓여서 80살의 내 몸이 되고, 내 마음이 된다. 그래서 나이와 상관없이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보내야 한다. 오히려 남은 날이 적은 나이에서의 하루가 더 소중하다.


나이 들수록 세상은 다르게 보인다. 더 풍부한 색채로, 더 깊은 의미로 다가온다. 그래서 60이라는 숫자가 내게는 단지 또 하나의 이정표일 뿐이다. 인생의 새로운 장을 펼치는 지금, 나는 이 나이가 오히려 축복이라는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를 즐기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육십, 나는 재미있게 살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