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찾아간 추억
모든 것을 집어 던지고 무작정 열차에 기대어 도착한 곳
함께 만들어 두었던 추억의 그늘은 이제 늪이 되었습니다.
역 앞에 심어진 저 나무를 함께 바라보며 내년 저 나무에 꽃이 피면 다시 오자고 했지만
원래 저 나무는 꽃이 피는 나무가 아니었습니다.
순진하게도 난 꽃이 피기를 기다렸지만 여름에 꽃은 피지 않았고 잎사귀만 나는
그런 나무였다는 것을 비로서 알게 되어서야 그 뜻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내년에 우린 함께 할 수 없다는 표현이란 것을...
흘러내리는 빗물들이 끊임 없이 거리를 적시고 있습니다.
긴 장마니까 매일 이어지는 비의 파티 속에 바닥은 빗물에 고이고 추억에 고입니다.
역 어딘가에 있었던 오래된 건물에서 떨어지는 빗소리가 가슴으로 스며드네요.
함께 했던 당신이 내 마음속에 천천히 고여 샘물이 된 것처럼...
비를 맞으며 길을 걸어갑니다.
우리가 함께 마주보던 그 찻집으로
마음이 혼란스러운가 봅니다.
차를 부어도 조절이 안되고 바닥에 흘러 버립니다.
당신에 대한 나의 감정도 그렇게 넘쳐나는 과분했던 감정이었을까요.
한참을 앉아 있고 싶었던 카페를 벗어나니
쏟아지는 장마에 가져온 우산은 거추장 스러운 장식품이었습니다.
던져 버리면 고달팠던 마음이 씻길것 같아 미친 사람처럼 비를 맞고 걸었습니다.
머리를 타고 흘러 내리는 빗물에 얼굴 닦고 또 닦다보니 마음도 닦이는 것 같아 위안이 됩니다.
어디에 있을까요?
당신이 그리운 것이 아니라 나의 새로운 사랑이 어디에 있을까요?
지루했던 이 장마가 멈추었으면 합니다.
밝은 햇살처럼 나의 마음도 내일이면 밝게 빛나기를 바라면서 돌아갑니다.
오늘도 별다른 날은 아니었지만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