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남매가 있다는 것.

영원한 친구들

by 박은진

늦은 저녁, 각자의 목표를 가진 눈 3쌍이 서로를 마주 봅니다.

그러고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말합니다.

'햄버거?'

그럼 저희는 대답합니다.

'콜'

바로 저의 남매입니다.


저에겐 각각 3살 터울의 오빠와 여동생이 있습니다.

어렸을 적엔 많이도 싸우고 서로를 이유 없이 싫어했습니다.

오빠는 잘 놀아주지 않아서, 동생은 저를 따라 해서,

너무 일차원적인 이유로 그들을 미워했습니다.


그렇게 별로 나아지는 상황이 아닌 채로 사춘기를 겪으면서

저의 머릿속을 돌아다니는 고민이 저를 가득 채웠습니다.

그때 저는 오빠의 방을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늘 축객령을 내는 그의 방에 관심을 가지고 오늘도 내쫓겠거니 하며 기대 없이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제가 들어와도 별말이 없었습니다.

'뭐지?' 속으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번은 문만 열고 나오고, 또 한 번은 침대 끄트머리에 앉다가 나오고

그 다음엔 말을 붙여보면서 오빠에게 다가가며 말을 걸었습니다.

또 한 번 '이게 웬걸?' 그가 대답을 해줍니다.

행동으로 물꼬가 트여 어느새 오빠는 저의 고민 상담사가 되어주었습니다.


여동생은 늘 이유 없이 제가 미워했습니다.

늘 짜증을 부리고 당연한 것처럼 화풀이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동생을 향한 모든 감정이 무의미하게 느껴졌습니다.

내가 동생을 싫어할 이유를 상실한 것입니다.

그리고 동생은 미워할 존재가 아닌 존중받아야 할 인격체임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놀랍게도 동생을 향한 그 어떤 부정적인 감정도 다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동생과 수다를 떨면서 같은, 혹은 다른 관심사를 터놓고 얘기하며 점점 가까워지게 되었고,

화장에 관심이 없던 저에게 화장하는 법을 알려주고

만화에 관심이 없던 동생에게 만화에 대해 알려주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물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렸을 적 저의 아버지께서 늘 하던 말씀이 그때 떠올랐습니다.

'너희들은 지금은 이렇게 싸우지만, 크면 그 누구보다 좋은 친구가 될 거야.'


그땐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고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라며 화도 냈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저의 인생에 큰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들이 되었습니다.

형제가 있다는 건,

지치고 힘이 들어 앞으로 가지 않고 싶어질 때 내 옆에 혹은 뒤에서 이끌어주는 영원한 친구들입니다.

그리고는 '이게 뭐가 힘드냐?' 하며 장난을 치기도 '그러면 쉬어도 돼.' 하며 위로하며

서로를 영차영차 하게 되어줍니다.

그래서 전 늘 부모님께 감사합니다.

저와 전혀 다르지만, 한 번씩 비슷한 면모를 보이는 이들이

가끔 저의 일부 같기도 해 그들을 보며 삶의 많은 힘이 됩니다.


저희는 내기를 좋아합니다.

가위바위보해서 이겼을 때의 짜릿함과 졌을 때의 처절함을 즐깁니다.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귀여운 방식 중 하나입니다.

오늘은 어떤 내기를 하면 좋을까요?

빙수 내기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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