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첫 글

by 박은진

삶을 살다 보면 여러 가지 형태의 생을 마주하게 됩니다.


누구보다 건강했던 사람이 어느 날 암을 진단받게 되기도, 열심히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 권고를 받기도, 방어운전을 열심히 했지만, 한 끗 차이로 아쉽게 사고를 내기도 합니다.

이런 것들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며 깨달은 것은 '나도 언젠가 그들과 비슷한 경험을 하겠구나'입니다. 저 사람은 왜 저럴까? 하며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느 날 내가 되었을 때의 감각을 저는 잊을 수 없습니다.

저에게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고해 주는 것 같았으니까요. 마치 독서하며 얻게 된 단어가 갑자기 약속이라도 한 듯 제가 다니던 환경 내에서 발견되는 것처럼요.


그러던 어느 날, 전 우울증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예전부터 경도의 우울보다는 더 높은 단계에 있단 사실을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치료를 받을 환경이 되지 않았고, 저 자신도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올해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며 한 번쯤은 내 상태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자는 마음이 번뜻 솟아올랐습니다.

그렇게 우울증 소견을 받고 약물과 상담 치료를 받아가고 있는 와중 치료의 여파로 스스로를 학대하는 저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보이는 거울의 전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았습니다.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무감각'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신병동에 입원하게 되었고, 퇴원한 지 하루, 지나가는 새벽에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삶을 살다 보면 여러 가지 형태의 생을 직접 겪게 됩니다.

그중 전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걸리는 병에 걸리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보신 분들도 저와 비슷한 분이 계실 거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평범한 일상을 꾸려나가는 분께서도 간접적으로나마 '아, 이런 삶도 있구나.'하고 가볍게 보시고 조그마한 위로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오늘이 나의 마지막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면서

모두 오늘을 적당히, 무난히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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