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함께한다는 것.

by 박은진

저는 제가 우울증이란 사실을 가족들에게 숨기려 했습니다.

이 질환을 밝혔을 때의 가족들이 보여줄 반응이 예상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지 혹은 심각하게 받아들일지, 사실 저조차도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어요.

하지만 상담센터의 선생님께선 가족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씀과 함께 되도록 가족들에게 알리라는 과제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 고심 끝에 "저 우울증이래요! 근데 요즘엔 다 생기는 거니 걱정할 필요 없어요!"라며 아주 밝은 목소리로 알렸고, 가족들은 심한 게 아니겠거니 하며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이때를 기점으로 점점 감정 기복과 우울로 떨어져 가는 낙차 점점 커지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약을 먹어도 괜찮아질 기미는 없고 상담을 받은 날에는 온몸에 탈력감이 생기기까지 했습니다.

자신을 해하는 행동도 갈수록 늘어만 갔고 결국 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알리며 도와달라는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부모님과 상의 끝에 정신병동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퇴원을 한지 어느덧 몇 주가 지난 지금, 우리 가족들은 제 병을 작은 존재로 여기지 않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늘 오늘의 하루가 어땠는지, 기분은 어땠는지를 여쭤보시고 아버지는 저와 하고 싶은 것들을 스치듯 많이 얘기하십니다.

마치 저에게 붙들린 끈을 놓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말 놀랍게도 불편할 줄 알았던 퇴원 이후 저는 점점 나아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가족들이 제 병을 무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저 자체를 인정해 주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 사실을 인지하자 놀랍게도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 들었고, 육체와 영혼이 가벼워짐을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함께한다는 건 힘든 일입니다.

나를 비롯한 타인을 향한 관심을 주고, 눈치를 봐야 하는 과정을 늘 하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또한 끊임없이 자신의 조각 한 부분을 떼어주는, 희생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기서 오는 타인과의 피로와 회의도 느끼며 자신의 에너지를 유지하는 데 큰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함께하는 이유는 자신이 볼 수 없는 자신을 봐 주고 생각지도 못한 애정을 주고 받고 서로를 보듬어주며 인정해 주는 것에서 오는 가치도 그에 못지않게 크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 글을 보시는 마음이 힘드신 분들이 존재 자체를 인정받으시길, 서로를 조금만 관대히 보고 보듬어주시길 바랍니다.

함께 괜찮아지고 함께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저의 일상 속 행운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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